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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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투리 글 : 에픽하이 08년작.

trex 2008. 12. 26. 19:48
네이버에서 이런 투표를 했더랬다. : http://music.naver.com/today.nhn?m=award

오늘 가보니 아직도 덧글로 열심히 배틀중이군. 암튼 네이버에서 오늘의 뮤직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올해 3월부터 시작했고, 올해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는 자체 평가가 있는 모양. 그래서 주별로 선정된 대표 앨범들로 투표를 했고 순위가 추려졌다. 게중 5위권 앨범을 네티즌 선정위원들에게 간략한 글줄을 부탁했다. 500자 이내라는 한정된 제약이 있었고, 앨범에 대한 개별 호오가 있게 마련이니 - 게다가 팬덤 과세에 의한 순위 결과니 그렇게 좋아보이지도 않았고 - 주저는 했지만 뭐 여력 있을 때 청탁 가리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작성한 원문이다. 실린 곳은 :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81225

오토튠과 리메이크가 범람했던 08년도의 대중음악계, 이 유행의 파도 속에서 유저들은 BEST 어워드의 상위 다섯 장 중 에픽 하이의 정규 5집 [Pieces, Part One]를 선택하였다. 지난해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로 자신들의 경력에 확실한 방점을 찍은 이 힙합 밴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올 한 해 가장 범대중적으로 사랑받은 멜로디메이커 힙합퍼라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실 에픽 하이의 본작은 그들을 지금까지 성원해온 지지층과 일반 청자들을 다소간 갸우뚱하게 만든 구석이 있었다. 차가운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앨범 전반에 넘실대는 가운데, 때론 공격적으로 찔러대고(breakdown, The Future 등) 때론 안정적인 멜로디라인이 듣는 이를 위무하는데(One, 우산, 당신의 조각들 등) 이런저런 변덕스러운 면모들이 한데 모여 집중보다는 유보적인 판단을 내리게 하는 인상이 강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밴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본작 이후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소품 앨범 [Lovescream]을 공개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치를 속단치 말라는 안부장을 부쳤다.


이로써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된다. 힙합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 실험의 끝자락에 닿을 이들의 제출 답안지는 어떤 모습일지?


좋아하는 앨범도 아니고, 좋은 성취도를 지닌 앨범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 아니 좀 다소 갸우뚱한 앨범이지만 글 속에 숨은 그러나 / 그렇지만의 의미를 헤아리리라 믿으며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