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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밴드 영화, 그것도 한국 본토의 밴드 영화라니 얼마나 재밌겠어요. 그래서 전혀 볼 방도가 없는 [모노톤즈]의 다큐 영화가 아직도 궁금하긴 합니다. 모두 다 Totally Fucked Up 되었지만. 수퍼 디스코라는 제목은 이미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팬들이라면 알, 간만에 2018년도에 나온 싱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국내에 흔치 않은 훵크와 그야말로 희귀한 디스코 장르를 발굴해 밴드의 형태로 장난처럼,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한 밴드의 이야기다. 그런데 웬만한 다큐가 밴드의 광휘와 영광만을 보여줄리가? 짐작하겠지만 수퍼 디스코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진한 진통은 물론 이들의 프로모션을 맡은 담당 회사 붕가붕가 레코드의 최근 몇 년간의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새소년]이 2017년 불..
보이 미트 걸, 소년과 소녀가 만나 가족의 인연을 맺고 서로간의 솔직한 감정을 깨달으나 배후에 있는 누군가가 설정한 운명에 의해 둘은 잠시 헤어진다. 전형적이고 익숙하다. 게다가 JRPG니 90년대부터 이어진 굉장히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들의 성격과 이야기 구조는 익숙하다. 이미 시절이 지난 그래픽과 일부 불편한 UI와 장르 특유의 고질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도 먹히고 일단 재미가 있었다. 고대 문명을 건드리면 누구나 음경되는 것을 알면서도 어리석인 판단을 내리는 어른들과 군인들이 있고, 허를 찌르는 엉뚱한 반전과 배후가 있다. 자연스럽게 속편으로 이어진다. 성우 풀보이스 녹음과 올드팬들을 아직도 잡게 만드는 제작사의 고집(과 현실적인 한계)이 있다. 현재까지 비타로 클리어한 게임이 6개..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제이드키 「Mesmerizer (feat. EB)」제이드키의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언니네이발관 초기 멤버란 설명은 굳이 필요 없는 사항 같다. 어차피 언니네의 역사를 기억되게 한 것은 압도적인 프론트맨의 존재감과 한 명의 기타리스트인 듯하니. 그보다는 게임 회사 직원이자 디자인 전공의 그래픽 담당자로서의 이력과 iOS 개러지밴드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한 음악 만들기의 습작 개시와 서브컬처에 대한 근친성, 현재까지 이른 해당장르 음악 본연의 성취를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한쪽에선 직장 안에서 밴드 음악의 로망을 접지 못하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직장인 EDM 아티스트가 탄생하기도 한 것이다. 정글 및 레이브의 일부 줄기로부터 이어진 ..
- 브레이킹 배드 시즌3 (Breaking Bad: The Complete Third Season) (2010) - 블루레이배급 : 출시 : 2011.06.07상세보기시즌 2 말미의 항공기 대참사는 제시에겐 정신적 치유(실상 연인의 사망이 원인이 더 크나), 월터에겐 삶의 불가해성에 대한 황망함을 안겨준다. 이제 이 시리즈의 주요 남자들은 뭔가 잘못된 상황에서 회복 불능의 위태함 안에 자기가 갇혔음을 나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행크는 타코와의 총격 이후 정신적 주박에 갇히고, 집착은 제시를 흠씬 패는 병리를 낳는다. 이제 직접적인 살해 위협이 이들 도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세 명 모두 총을 한번 이상씩 들거나 또는 한 명의 살해에 개입된다. 남은 것은 붕괴다. 아무리 수많은 현금이 주어지고, 아내와의..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라켄베어 「Grunge Rock Lad」자기멸시의 가사를 가급적 생목처럼 들리게 전달하는 레코딩, 그리고 얼터너티브와 개러지 사이(또는 합산)의 헐벗음은 아닌 게 아니라 전국비둘기연합을 떠올리게 한다. 연상작용은 그저 연상작용일 뿐, 일종의 콘셉트와 서사를 쫓아가던 전비연과 달리 라켄베어가 당도하고 내디딜 거리는 어디가 될지. 긴말하지 않는 구성이 단조로움이 아닌 봉납 찍듯 인상적이고 선명하다. ★★★ 서울상경음악단 「지금 나는」밴드의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온 임환백의 목소리는 간혹 블루스보단 록의 기백이 씩씩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여기에 강선아의 목소리는 뚝뚝 흐르는 멜랑콜리한 무드를 보탠다. 여기에 쩔쩔 흔들리는 한승현의 기타와 곡 후반..
연상호의 [부산행]은 극장에서 좀체 영화를 보시지 않는 - 보실 기회가 없는 - 모친이 좋아한 영화였다. 모친이 차태현이 나온 조선시대 퓨전 사극을 무척 재미없다고 하신 기억이 나는데, 그에 비하면 연상호는 해낸 것이다. 그만큼 부산행은 한정된 공간, 한계가 있는 시간 안에 효율적인 연출만 주어지면 보장되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고, 감독은 건졌고 성공했다. [염력]을 표면적으로 [부산행]과 유사하게 보이는 것은 역시나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것은 따분한 통속물의 함정이라고 보이긴 하는데, 보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요소가 관객으로서의 내 입을 다물게 한다. 굉장히 노골적으로 들고 온 용산 사태의 메타적 상황은 거의 재현에 가까워 보일 정도며, (CG를 다룬 몇몇 장면과 함께)민망할 정도다. 이것을..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유래 「52-1」 음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진공청소기 흡입구 앞에서 녹음한 듯한, 소음이 연상되는 사운드가 감상의 장벽을 올린다. 기지개를 여는 비트와 여러 매체에서 가지고 온 샘플음과 다이얼로그들이 조각조각 조합한다. 그리고 본색을 여는 댄서블함. 그러나 이 댄서블함이 곡 전체의 뚜렷한 근육을 만들진 않는다. 춤을 출 수 있는 사운드 자체에 대한 메타적인 인용 같은데, 학구적인 탐구라기보다는 이것 자체가 쾌락이 아니겠냐 이 쾌락을 미끼로 음반 전체에 대한 초청을 한다는 인상이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도드라진 성취물들을 연속으로 내는 사운드메이커가 올해에도 청자들에게 각인될 순간들을 남기겠다는 언질이렸다. 이를 위해선 기계음부터 황학동 벼룩시장풍..
슈뢰딩거의 고양희국내도서저자 : 반바지출판 : 나무야미안해 2018.04.19상세보기건강한 일은 아닐텐데 아직도 SF 저작물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게시판 신세에 대한 월세라고 생각하고 읽었던, 제법 과거의 듀나 저작들처럼 읽으면서도 뭔가 체내에 흡수하지 되었던 기분을 재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언제부터가인가 듀나의 책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단순히 ‘만화’의 형태라고 쉽게 들었다간 혼쭐날 사유가 있는 작품집이며 - 일단 만화라는 매체를 그렇게 보는 것 자체가 선빵 먹고 응급실에 실려갈 소리겠죠 - 표면상의 SF 장르의 외연이 담긴 작품에서부터 동화와 설화, 필요할 때면 마법과 용이 성행하는 판타지의 세계까지도 껴안아보는 작품집이다. 아직도 분명 못 삼키는 대목도 있지만, 몇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