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9/01 (18)
Rexism : 렉시즘
적지 않은 독자들은 [먹는존재](특히 1부)를 소위 ‘사이다 대사 항연’으로 기억하거나 구매에서의 동기로 삼은 듯했다. [먹는존재] 외전의 2부와는 다소 다른 리듬감과 놓아버린(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연한 흐름을 상기한다면 이런 갸우뚱은 배가 된다. 소위 사이다 서사로만 규정하기엔 작가의 장점을 딱 이렇다 규정하기엔 찜찜하단 말입니다. [족하]에서 확연해진 관찰의 결과로 만들어진 서사와 통찰의 대목들은 ‘캬 시원한 탄산’으로 말하기엔 ‘아니에요. 이건 공력입니다’라고 말하고픈 장면들의 연속이다. 직접 낳은 아이가 아닌 고모라는 위계상의 한계와 비혼주의자라는 입장에서의 흐릿한 외부자로서의 자기규정, 이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는 주인공이 ‘아이 하나 제대로 키워내기 힘든 세상’을 바라보는 위태로운 개입..
한참 때 강동 쪽에서 데이트를 자주 했다. 아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림픽공원의 측면으로 돌다 송파구로 빠지는 길 중 하나엔 바로 여성축구 구장 및 연습장 하나가 있었다. 소속된 팀(들)은 있는지 상시 원활히 잘 운영하고 있는 곳인지는 모르나 단정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작 거기서 벌어지는 시합이든 뭔가를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간혹 매체를 통해 접하는 여성축구라는 존재에 대해 가시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하나, 그 상징성(?)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장정만은 확실했다. 실제로 그 자신이 프로축구의 열렬한 팬이었던 저자는 ‘정작 내겐 필드에 뛰는 축구라는 경험은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축구팀에 덜컥 가입해 버린다. 이것은 호기심과 탐사를 위한 경험치 배..
한국대중음악상2019 홈페이지 오픈했습니다. 후보 당사자와 성취물의 면면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 최우수 록 부문 후보 음반과(플러그드클래식) 최우수 메탈앤하드코어 부문 후보 음반(데이오브모닝)최우수 모던록 부문 후보 음반(아도이)에 대한 변을 올해 적었습니다. 플러그드클래식 [Sabai] 까슬까슬하다 못해 아주 뻑뻑하게 헐거인의 분노를 연상케하는 사운드가 접근한다. 음악애호가들이 록 장르에서 기대하는 힘과 에너지를 여실히 만족시키는 강함을 부각한 음악이다. 클래식 록에서부터 개러지 록을 경유해 하드코어에 근접한 질감으로 그렁거림과 지글거림을 선사한다. 음악이라는 대중매체에서 레코딩과 믹싱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밴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충실히 잘 드러내게 하는지 또..
호소다 마모루의 전작 [괴물의 아이]에서 큰 실망을 한 나는 지지를 철회하려던 철회든 재회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상영관을 택하였다. 궁극의 꿈공장 지브리의 경지엔 닿지 못하지만, 그래도 유아 아이들의 몸짓과 아이의 자전거 연습을 돕다 넘어지는 성인 남성의 액션 등 만화와 실사 사이의 활기있는 움직임을 담아낸 노력의 결정체들이 보인다. 물론 [썸머워즈]에서 이미 기미가 보였던 CG의 적극적인 활용 역시도 익숙한 모양새다. 그런데 유아 아이의 본능적인 몸짓과 욕구, 고민을 극화로 옮기기엔 뭔가 설정상 무리한 부분도 분명 있는 듯하고, 가족사 안에서 극복과 달라진 시대상의 단초를 보여주기 위해 전범의 역사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에선 어쨌거나 유감이다. + 몇몇 부분에서 일본 사회 안의 ..
[비밀의 숲] 작가가 다음으로 집필한 세계는 법조계를 넘어 이젠 의학계이다. 권위가 세간 사람들의 인식을 넘어 무겁게 자리잡은 곳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한국 사회의 근심거리를 담을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이 섰으리라. 그리고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또는 의학 기술 수재들과 천재들의 격전장이 아닌, 거대 자본들의 상황논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소위 영리병원이라는 무대와 주제어를 중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드라마들과의 차이점이라 하겠다. 도덕점 흠결과 고민이 좀체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비밀의 숲]에서의 조승우 캐릭터가 가진 정신적 특성과 반대로 [라이프]에선 조승우를 재차 기용하면서 그에겐 냉철한 자본가의 표상을 흡입하게 한다. 이런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는 캐스팅이 드라마의 초반 승부수였다면, 초중부..
다음주 3편 관람이 예정되어 있어 넷플릭스에 마침 있기에 시청하였다. 몇년 전에 상영한 작품이지만 여전히 비행과 활강, 용을 타는 그 간접적인 기운을 잘 전달하는 작품이었다. 바이킹 족이라는 설정상 애니메이션 안에서 빠지기 힘들었을 물의 묘사도 출중하고, 녹슬지 않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장애라는 설정을 한계와 약점으로 잡지 않고 언제나 이것을 자연스럽게 껴안고 그 위에서 뭔가를 성취한다는 뜨거운 구성은 여전하다. 2편의 시작은 ‘아임 유어 파더’가 아닌 ‘아임 유어 마더’라는 의외성으로 시작하는데, 이 신규 캐릭터가 주는 신비함이랄까 그린 피스적인 성격 부여가 흥미로웠다. 정말 그럴싸하고 이게 난 좋았는데, 이것이 흔들어지는 것이 결국엔 ‘사랑하는 여자 / 온기를 발휘하는 모성’의 한계를 결국 크게 벗..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참 이상한 제도죠 [링크] = 디모조 「Nightmare」 또 계보를 살펴봐야 한다. 크롤러의 이건희, 키치스의 이건홍, 노셸터의 정창훈(미즈노) 등이 규합해 만든 디모조는 누군가에겐 낯익지만, 데모 테잎을 그들 이력 처음으로 음원 사이트에 등록한 누구의 시점에선 새삼 처음 등장한 존재들이다. 멤버들의 이력의 흔적이 그러하듯 하드코어 펑크, 서프, 개러지, 그루브 메탈 등의 요소 등이 예상/감지되는데 이펙터 먹은 기타의 퍼즈는 혼미함도 주지만 한편으로는 곡의 전반적인 경쾌함도 흐릿하지 않다. 개러지를 골조로 한 거두절미한 연주로 인상을 남긴다. 싱글 외에 음반 전체가 줄 감상을 가까운 이들에게 묻고픈 밴드. ★★★☆
- 2018년 6월 1일 ~ 2018년 11월 30일 발매작 - EP 및 정규반 무관 / 순위 무관 - 문장 재활용이 상당수 있습니다. 에이치얼랏 『H A Lot』웨스트브릿지 / 포크라노스 | 2018년 7월 발매 - 무엇보다 올해 가장 편하게 들은 록이다. 호승심과 건투의 기운을 불어 일으키는 곡들의 연속이다. 옐로우 몬스터즈의 리듬들이 가세한 밴드임에도 멜로디컬한 면모도 있고, 리플렉스 보다 왠지 여기서 더 자리를 잘 찾은듯한, 조규현의 허스키함과 부드러움이 배합된 보컬도 좋다. 예서 『Damn Rules』자체제작 / 포크라노스 | 2018년 7월 발매 - 좋은 보컬리스트이기도 한 이 싱어송라이터는 음반이 진행될수록, 도드라진 퓨처 베이스 성향의 일렉트로니카 곡들과 일부 트랩 성향을 흡수하여 시종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