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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영화를 시청하던 시점에 [미즈 마블]을 챙겨본 때라 무슬림 히어로 이야기에 얽힌 인도-파키스탄 문제가 한편으론 레바논 내전에 연관한 이 작품과 한데 생각되었다. 마른 대지 아래 무자비한 총성이 오가던 드니 빌뇌브의 전작인 [시카리오]를 생각하면 소년병들이 스나이퍼 소총을 들고 다니는 [그을린 사랑]의 자비 없는 세계관은 더더욱 황량하다. 여기에 자경단과 신비로운 초능력을 얹은 [미즈 마블]의 설정은 당연히 한결 배부른 사치다. 레바논 내전에 자행된 여성 피해자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고문과 신념 차이로 인한 여러 피해를 생각하면, 세상에 남은 쌍동이 남매에게 하나둘 자신의 인생과 가족의 고리를 하나둘 이해시킨 나왈 마르완의 방식은 한층 가혹하면서도, 시대를 설명하는 절박한 방식의 해법이기도 ..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이어 [듄]에 이르니 드니 빌뇌브가 못 건드리는 SF는 없구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가깝게는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의 구상에 영향을 끼친 것을 시작으로 작금의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등 판타지의 영토에까지 영향을 끼쳤으리라 추측이 되는 [듄]은 데이비드 린치 경력의 상처를 넘어 가히 잠언으로 채워진 새 시대의 메시아 이야기로 등장했다. 정말 청년이 구원자 일지 아닐지는 후속 편이 나와야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그때까지 무탈하게 세상 바깥에서 이어서 탄생하길. 가히 잠자리를 연상케하는 비이클, 그 자체가 스케일인 샌드웜, 고유의 생활 양식을 고집하는 10191년의 사막인들. 월드 빌딩은 예의 세심하고 앞으로의 듄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황제의 선택에 의해 몰..

소중한 가족이 실종되었다. 며칠 만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믿을 수 없이 귀가하면 그저 다행이라 안도할 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애간장 타는 부모의 속은 이젠 아예 시꺼먼 재가 되어 바스락 거리는 먼지처럼 소멸할 지경이다. 실력 있다는 경찰은 도통 믿을 수 없고, 수사는 핵심을 못 참고 지연되니 당사자도 곤혹스럽다. 이렇게 야금야금 서로의 마음을 좀 먹는 생채기는 생채기가 되어 일상을 지배하고, 황량화된 모든 것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악몽 같은 세상을 만든다. 유괴된 아이들, 증거가 될 물품들, 물증과 추정의 누적, 무엇보다 가족을 되찾고픈 부성이 택한 가장 잘못된 행동 등은 닫연하듯이 파국으로 향하게 된다. 가장 최근의 개봉작 중 하나인 [듄]과 더불어 [블레이드 러너 2049], [컨택트], [시..
감독의 전작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는 그 자체가 완결성이 있는 이야기이긴 했으되 아무래도 이야기 전개상 미결의 이야기라 더 지켜봐야 할 입장이지만, [어라이벌]은 그 자체의 완결성 그리고 그것을 계속 완결시키게 만드는 순환과 윤회의 성격 덕(동양적 테마?)에 더욱 막연하되 기이한 벅참이 있었다. 인문학 SF라고 말 붙이고 싶어서, 그 표현을 선점하고팠던 욕심은 이해하지만 언어학에 대한 지적 자극과 사유만큼이나 수학적 사고력에 대한 의욕을 구비하고 영화에 덤빌 자세는 애초부터 없었을 어떤 이에겐 그냥 욕심은 욕심이었을 뿐. [인터스텔라]에 갖다붙이고 싶은 이들도 많은 모양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난 그 영화가 가진 '남자스러움의 성격'에 대해 짚게 되고 불편함을 감추기 힘들다. 다른 의미에서 초월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