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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정조 역으로 등장하는 정진영 배우를 보니 그가 연산으로 나왔던 [왕의 남자]가 떠올랐다. 이 씨 조선들의 외모는 이런 부계 유전인 모양이다. 물론 이는 이준익 감독 연출의 인연 덕이겠지. 그는 이 작품으로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실학 3형제를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류승룡 배우와 설경구를 형제로 엮었으니 목소리 좋은 실학 형제의 탄생이라 하겠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이미 KBS 등의 공중파에서 백종원 같은 양반을 출연시켜 유독 사랑했던 목록이기도 했다. 요즘 같은 시대, 워낙 먹는다는 행위를 중히 여긴 탓이 있으리라 본다. 건강과 산해진미, 여기에 먹방의 유행까지 생각하면 일찌기 먹고 살기의 관점을 새삼 상기시킨 자산어보의 존재감은 나름 특기할만하다. 이준익은 정약전의 이 저서에 대한 영화를 찍으면서..
별점 테러로 요즘 수난 중인 넷플릭스 론칭작 [야차]는 쇼박스의 투자로 극장에 걸리는 과정에서 많이들 예상하겠지만, 오미크론을 통한 수난으로 이렇게 고난을 안고 거실과 각자의 방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런저런 수난을 차치하고서라도 [야차]의 첫인상이 개운하지 않게 보인 부수적인 이유 하나는 '정의를 정의롭게 실현해야 한다'는 신념을 내세운 검사 캐릭터일 수 있겠다. 현재 시국에서 검사의 영웅적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보일 리가 음... 아무튼 동북 아시아 내 스파이들의 집합소이자 첩보의 요충지인 선양을 배경으로 총격 씬과 폭파가 자유로운(?) 극 중의 묘사는 류승완 감독 등의 창작자의 작품이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같은 작품을 통해 한반도를 넘어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는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는 듯하다. 강인..
김영하의 원작은 [퀴즈쇼]를 통해 얻은 진한 작가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기억한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정황과 사건의 진실과 허위의 경계가 혼미하게 자리할 때, 그것은 내게 세계관을 조성하면서 확신할 수 없는 작가라는 직업군에 대한 다른 형식의 비유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잘 읽히고 좋은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영화화는? 설경구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역시나 90여분을 상회해야 한다는 시간상의 부담으로 인해 부차적인 이야기와 설명이 붙고 그게 만족을 주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붙은 이야기의 정당함이나 영화 매체만의 또 다른 서술 방식, 연출의 묘가 살아있기보다는 그저 부차적으로만 보였다. "내 피 이어받은 아이가 아니라니. 이런 불륜의 혐오스러운 결과여. 아 운명이여...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것은 홍어를 즐겨먹고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 감독일까? 아니 그것보다 나쁜 것은 아마도 '나쁜 놈들의 세상'이라는 부제를 굳이 단 것이다. 김희원과 이경영이 나오는 부산 무대 영화인데 좋은 놈들의 세상일리는 없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감옥 안에서 핸드폰까지 들고 다니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큰 범죄자가 있다는 발상은 한석규의 '역시나 흥행실패작' [프리즌]에서도 유사한 설정이 있었다. 하지만 두 남자 사이의 반목과 말로 다 못할 묘한 교류의 감정이라는 부분을 [불한당]은 대놓고 표현한다. 둘은 로맨스를 하고 있다! 여기서 설경구는 마치 '연합군에서 온 것이 분명한 이중첩자 미녀를 두고, 그녀에게 매혹된 나머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다혈질 독일 장..
영화 [멋진 하루]의 지하철과 [피에타]의 쇠락한 청계천 부근을 동시에 품은 '서울 영화' [감시자들]은 일단 근사하다. 벌써부터 후속편을 기대하고픈 팀원들의 배치도 좋고, 다른 횡에 위치한 악역은 저벅저벅 제 갈 길을 가며 묵묵히 일을 치른다. 그리고 후반부에 그들은 대격돌! 리메이크작이긴 하다만 그래도 아직 한국 영화에서 장르물을 기대해도 된다는 예시를 발견하니 기분이 좋다. 야근에 허덕임에도 시들지 않는 기적의 한효주 피부는 [광해]에 이어서도 여전하구나. 설경구 좋고, 정우성 많이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