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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한정된 공간과 거부하기 힘든 협박, 자꾸만 조여드는 한계 상황에서의 위기라는 점에서 작품은 [폰부스], [스피드] 등의 선배 작품에 대한 영향을 숨기지 않는데, 여러 작품에서 호연을 보여준 조우진 배우가 부산 일대를 현대 제네시스로 동분서주하는 고생길을 비춰준다. 알고 보니 예금자보호법은커녕 힘없는 금융 소비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재난을 덧씌운 기업이 악의 원천이었으니. 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이 원천에서 파생된 존재들이었다. 이야기가 순조롭게 풀리면 좋았으련만. 이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서 피해자의 존재는 불가피했고, 이 과정에서 부녀간의 낯간지러운 화해(아..)와 경찰 병력의 둔한 감각도 일종의 필수 요소다. 어쨌거나 장르물 첫 주연을 맡은 배우의 노력도 기대 수준이고, 나름 할 건 다하는데 -..
쿄토 애니메이션이 거의 사풍으로 밀어붙이는, 고교 특별활동부 서사가 있다. 스포츠물 등의 유사 장르처럼 정상과 극복의 목표치를 향한 성장의 줄기가 있고, 이를 위한 동료들과의 화해와 단합이 있다. 쿄토 애니는 이미 [프리!!]라는 수영부 애니메이션을 통해 훤칠한 미남자 캐릭터 물을 냈던 만큼 이 방향으로는 완숙한 BL 코드를 넣을만치 대중이 원하고, 장기적인 머천다이징의 방법론을 잘 아는 곳이기도 했다. 다른 종목에 비해 한결 절제된 분위기와 절도를 요구하는 궁도라는 점에서 주인공에게 벽으로써 자리한 것은 이른바 하야케라 불리는 속사병(일종의 활병?)의 존재다. 실제로 구글링을 해보니 이 속사병이라는 장벽은 한국의 국궁을 하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징크스인 모양이다. 차분함과 성실한 재활의 태도를 요구하는,..
쿄토 애니메이션의 [타마코 마켓]의 주 무대는 망원 시장을 연상케 하는 시장 안에서의 소박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인물들을 내세우고 있고, 주인공은 대대로 떡 방앗간에서 성장해온 고등학생 타마코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떡을 사랑하고 매일 도시락 안에서 떡을 싸온다거나 자신의 매장에서 어떤 메뉴를 새롭게 내느냐 아이디어에 몰두한다던지, 유년기 시절부터 친숙하게 성장한 옆집-옆 매장의 동년배 남자아이 오지 모치조 군의 존재, 어느 날인가 자신의 거처에 생활한 어느 남쪽 소국가에서 날아온 '말하는 새' 데라의 존재 등이 이질감 없이 스며든다. 그만큼 천진한 톤의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이 실상 동그란 떡의 속성으로 대변되는 '모찌모찌'함, 즉 말랑말랑한 귀여움을 내세운 덕이다. 선량한 인물들이 있고, 일상극이라고 ..
이번 작품 역시 쿄토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라인업 중 하나이며, 예의 안정된 작화와 경제적인 캐릭터 간 케미스트리가 좋았던 작품이다. [케이온!]과 더불어 [스즈미야의 우울] 시리즈 등이 이 제작사에 대한 흐릿한 비호감을 줬었는데, 본작으로 한결 좋은 인상을 받았다. 실상 그 이유가 지탄다 에루 캐릭터에 대한 호감으로 인한 것이니 어쨌거나 쑥스러운 기분. 농업을 근간으로 한 시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고전부'라는 태생부터 낮은 인기를 전제로 한 특별반을 무대로, 독특하게 추리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한가로운 톤으로 이야길 이어가는 작품이다. 추리라고 해도 수수께끼의 실종이나 사망 같은 사건은 터지지 않는다 . 과거 학교의 선배이자 등장인물의 친척에 관련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 학교 내 아마추어 영상 동호회가 ..
최근 스위치로 컨버전되어 발매된 [13기병방위권] 덕에 새삼 쥬브나일 장르물에 나름 빠졌다. 10대 소년소녀들이 당연히 연애 감정의 '사랑의 짝대기'를 교차하며, 나름 생생한 감정선으로 서로 간의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다양한 스토리라인에 매력을 느낀 것인데 교복 연령대의 미형 캐릭터 물을 보고 미소 짓는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 거울로 비춘다면 못할 짓이긴 하다. 아무튼 이 분야의 우량 브랜드 중 하나는 쿄토 애니메이션인데, 예상치 못한 화재 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사회면에 이름을 올린 곳이기도 하고 그간의 여러 작품으로 국내 장르 팬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곳이다. 고등학생의 연령에 깁슨 레스폴을 턱하니 구매하는 경제력 등으로 내 기준에선 눈살이 찌푸려졌던 작품 [케이온]으로 첫 인연은 그다지 좋지 않았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