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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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워커(Jaywalker) 『Illusion』

trex 2010. 6. 30. 09:50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12039

제이워커(Jaywalker) 『Illusion
열린음악(Openmusic) / 10년 04월 발매

01. Illusion
02. The Devil Sent
03. Is This All?
04. Meant To Be Together
05. You Said
06. Nothing
07. Lair
08. Without You
09. I Wish I Could
10. Running After You



기억하시는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본 음악취향Y는 작년 연말부터 준비해 올해 초 한국의 헤비니스 앨범 차트를 발표한 바 있다. 때로는 회고와 기억력에 의존한 작업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취향의 공유와 전파로 모두가 머리를 싸매던 몇 개월간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이들의 이름을 발굴해 담을 수는 없었기에 안타까움도 있었고, 개인적인 리스트가 좀더 보강된 뜻깊음도 동시에 있었다. 그렇게 스쳐간 몇몇 이름 중엔 지금 소개하는 제이워커에 관련된 이름들도 있다. 일단 이게 반갑다.


레쳐(방경호), 힙포켓(권용현), 블랙신드롬과 제트(임병섭) 출신의 3인이 결성한 제이워커는 역시나 낯선 이름이다. 이곳의 헤비니스 역사가 보여주듯 숱한 이합집산의 가지 중 하나로 기억될 수도 있으며, 여러 개의 과실로 결실을 맺을지도 모를 이름이기도 하다. 그 이름이 주는 생경함만큼 삭막한 부클릿과 굳은 폰트는 많은 정보를 주지는 못한다. 상당수의 트랙에 국어보다 영어를 수록한 것 또한 해외진출이라는 목표치가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앨범을 보는 시선에 거리감을 주기도 한다.


비교적 짧은 구성의 정규 앨범이나 제이워커가 지향하는 몇몇 방향성은 확연히 보일 것이다. 안개 속 짙은 공기 같은 꽉찬 긴장감 안에 흐트러지지 않은 이완감을 보여주는 모던 헤비락 넘버와 일렉트로니카를 빌려온 몇몇 시도가 그렇다. 제이워커는 다만 장르 교합으로 미래를 제시하거나 유행적인 일면을 쫓는 방향성보다는 어떤 꿋꿋함을 보여준다. 그 꿋꿋함의 기원은 아마도 신인 밴드가 아닌 ‘산전수전’을 겪어온 이력의 멤버들이 규합해 얻은 어떤 합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세상 모든 음악들이 미래를 제시하고 진보라는 역을 향해 바퀴를 굴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장에 「The Devil Sent」, 「Meant To Be Together」, 「Lair」 등의 트랙들은 듣기에도 충분히 좋은 넘버 아닌가. 다양한 음색을 표현하는 타입의 보컬은 아니지만 방경호의 목소리는 제이워커라는 팀이 가진 꿋꿋함 정도는 충분히 표현할 정도의 남성적 면모가 있다. 사이키함이 도드라지는 분위기 속에서 일렉 비트가 전신을 휘감는 「You Said」, 「Nothing」, 「I Wish I Could」등에서도 밴드 본연의 드라이브감이 발군인 연주력은 굳건하다. 오히려 같은 앨범에 실린 「Is This All?」이 평범한 락발라드로 비춰질만치.


제이워커(Jaywalker)의 앨범 『Illusion』은 음습하되 눅눅하지 않다. 쉬이 뭉개지지 않을만치 뚜렷한 알갱이와 튼튼히 자리잡은 질감이 들을수록 믿음직스러운 앨범이다. 이들의 이력, 또는 이곳의 락 음악이 헛되이 생을 이은 것은 아님을 증명하듯이 말이다. [000629]

★★★☆



- 제이워커(Jaywalker) are :
= 방경호 (기타/보컬)
= 임병섭 (드럼)
= 권용현 (베이스)

- Recorded @ Fish studio(Drums) & KHB studio
- Mastered & Mixed @ KHB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