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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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버터플라이 『Dreamtalk』

trex 2012. 10. 25. 18:01


3호선버터플라이 『Dreamtalk

쌍나팔뮤직 | 비트볼뮤직 / 12년 09월 발매


01. 스모우크핫커피리필

02. 꿈속으로

03. 넌 어느새 난 또다시

04. 니가 더 섹시해 괜찮아

05. 너와나

06.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07. hello

08. 향

09. J says

10. 다시 가보니 흔적도 없네

11. 쿠쿠루쿠쿠 비둘기

12. 제주바람

13. 끝말잇기



3호선버터플라이(이하 3호선)는 느릿했지만, 멈춘 적은 없었던 팀이었다. 디스토션 걸린 지글거림의 노이즈 안에선 남상아의 목소리가 안겨주는 절박한 서정이 있었다. 밴드가 전자음과 만나던 시기에서도 이들은 구조물을 축조하기 보다는 문학의 상상력을 더 닮아갔다. 전작들에 실린 「식민지」, 「오리엔탈 걸」, 「미친 슈만 / 영등포 시장」, 「김포 쌍나팔」등에선 이식 장르를 연주하는 개인으로서의 아슬아슬한 자의식을 지표와 가사를 빌어 표현하기도 했다. 1집 시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소닉 유스 등을 거론했지만, 3집에 실린「죽여 밟아 묻어」의 정치적 술회에 닿은 시점에선 그런 이야길 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잦아들었다. 3호선은 이렇게 철의 소리를 빌어 제 갈 곳으로 질주하다 검은 동굴 속에 나비의 나풀거림으로 '몇년간 잠시' 사라졌다. 



다시금 3호선에 대해 이야기가 되기 시작한 것은 1,2,3집의 리마스터링 작업본이 나오며, 『Nine Days Or A Million』(EP)와 해외를 염두해 둔 『Ice Cube』같은 신작들이 연달아 공개되던 시기부터였다. 특히나 『Nine Days Or A Million』의 트랙들은 정규반의 노래들이 보여준 개별적인 색채감보다 명료한 '감동'이라는 정서를 향한 듯 보였다. 그래서 알 수 없게 되었다. 네번째 정규반이 보여줄 3호선의 방향이. 모던이라는 이름을 단 밴드들이 잔디밭의 낚시의자 행락객들을 모으고, 다른 쪽에서는 긴 침묵을 고수하고 있는 요즘에 말이다. 이 침묵을 깨우는 첫 트랙 「스모우크핫커피리필」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보컬이 반복하는 가사와 전자음들이 조성하는 폭넓은 공간의 감각이다. 확 열린 철로 위에 홀로 서있는 채로 경청은 시작된다.



표제작의 위치에 가까운 「꿈속에서」는 몽롱하지만, 변화무쌍하고 압도적인 구석이 있다. 'light my fire' 같은 가사가 반복되는 후반부엔 아예 짐 모리슨(도어즈) 귀신을 초청한 듯 하다. 그렇다고 3호선은 3집 『Time Table』에서처럼 이식으로써의 대중음악사 단편을 반복 기술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제주바람 20110807」은 '식민지의 섬' 제주도에 대한 지정학적 토로가 아닌 노이즈와 레코딩 기술을 빌어 표현하는 환상성의 원경에 가깝다. 말하자면 꿈의 막바지 부분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마지막 트랙 「끝말잇기」의 짧은 소란은 림보 상태를 깨우는 깜짝 장치와 흡사하다. 



꿈의 앞과 뒤를 장식하는 이들 외에 중반의 트랙들은 어떤가? 「넌 어느새 난 또다시」는 3호선의 '락'을 떠올릴 때 근접한 그 무엇인가에 가까울 것이며, 구전동화처럼 시작하다 우당탕 질주하는「너와나」는 시원하게 들릴 것이다.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은 「깊은 밤 안개 속」같은 노래를 지지했던 이들이 지지를 반복하거나, 어떤 의미에서는 지지를 주저할지도 모를 트랙이다. 한국 대중음악이 그동안 숱하게 묘사해온 '이별'이라는 소재에 또 한번 속쓰린 공감의 풍경을 박은 탓이다. 이들에 비한다면 「니가 더 섹시해 괜찮아」, 「hello」, 「J says」같이 『Ice Cube』에서 이미 만난 트랙들이나 「다시 가보니 흔적도 없네」의 경우처럼 『Seoul Seoul Seoul(서울 서울 서울)』컴플레이션에서 미리 들은 트랙들은 아무래도 신선함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니가 더 섹시해 괜찮아」등의 곡이 보여주는 매력지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복잡해진 심사를 다스리는 것은 「쿠쿠루쿠쿠 비둘기」가 들려주는 황량한 아름다움이다. 이런 곡에는 아무래도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남상아가 다다른 목소리의 경지, 김남윤이 매만진 이 세계관의 황폐함, 그리고 성기완... 3호선 정착역이 이런 곳입니다 여러분. 이 고른 완성도가 앨범 『Dreamtalk』을 '2012년에 난 무엇을 들었는가'에 대한 증명으로 남게 한다. [121025]




* 크레디트


3호선버터플라이 are

- 남상아 : 보컬/기타

- 성기완 : 기타/보컬/시퀀싱

- 김남윤 : 베이스/시퀀싱/일렉트릭 이펙츠/보컬

- 서현정 : 드럼/보컬



객원 뮤지션

- 고경천 : 키보드 (2, 6, 8번 트랙)

- 이호진 : 코드 프로그레션 (8번 트랙)

- 김홍갑 : 기타 솔로 (5번 트랙)


Recorded/Mixed/Mastered by 김남윤 @ southpole sound lab

Produced by 3호선버터플라이



* 음악취향Y 게재 : http://cafe.naver.com/musicy/15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