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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한공주] 본문
이창동의 [시] 도입부엔 물가에 여학생의 사체가 소리없이 떠내려온다. (이창동의 영화 [오아시스]에서 문소리가 맡은 배역 이름도 한공주이다.) 봉준호의 [마더]엔 주택가 옥상에 널린 여학생의 사체가 발견된다. ([한공주]의 두 배우 천우희와 정인선은 봉준호의 작품에 한번씩 출연한 적이 있다.) 이 두 사체는 사체이기에 스스로를 호명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말할 수 없다. 이창동은 망가진 세상에서 예술이 인간을 구원을 할 수나 있는지 되묻고, 봉준호는 모성이 세상에 대해 근심도 하지만 세상의 질문을 갈아엎는 흉악하고 기이한 원시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공주는 널부러져 있거나 말 없이 물에 떠내려 오지 않는다. 되려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고 악귀 같은 세상에서 '딱 25미터'만 자유롭게 침잠하고픈 자유를 원한다. 하지만 스테이플러의 딱딱거리는 소음은 흉중을 내리치고, 어른들은 합리를 핑계로 '고릴라' 같은 아이들이 만든 짐승들의 참상을 방관하며 합의서를 내민다. (비슷한 플롯의 영화 [파수꾼]에 등장하는 배우 조성하가 문예영화 류의 등장인물로 여겨질 정도다.) 그래서 거슬러 올라가는 한공주의 안타까운 검은 몸짓은 응원을 배경음 삼고 있지만, 내내 환상이 아닐까 하는 쓰라림을 준다. (감독의 의도는 여러 인터뷰에 의하면 '공주는 살아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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