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본문
- 스포일러 -
유령처럼 따라붙는 비교의 대상은 여전히 샘 레이미의 3부작이다. 그래서 마크 엡의 피터 파커는 우연찮게도 샘 레이미의 피터 파커처럼 [싱 잉 인더 레인] 흉내를 내기도 한다. 반면 마크 웹의 버전에선 '데일리 버글'이란 그저 대사로 호명되는 배경일 뿐이다. 물론 마크 웹의 강점은 여전하다. 그웬 스테이시와의 옥신각신은 뭔가 울퉁불퉁하게 보이지만, 실은 연인들이 완전히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 상태에서 저렇게 표류하는 언어들을 뽑아내다 제풀에 지치고 다시 회복하고 그런다. 그렇게 두 남녀는 코믹스의 한 모티브를 향해 비극의 아가리로 힘껏 달려가는 것이다.
이 연애담이라는 축에 피터 파커는 삼촌의 교훈 - 하지만, 2편은 이것을 복기하지 않는다 -을 새기고, 이젠 고인이 된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노골적인) 사망 플래그에 잔뜩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아버지의 유산도 더불어 물려받아야 한다. 이건 반대쪽에 있는 해리 오스본에게도 주어진 과제인데, 이런 제법 그럴싸한 모티브를 영화는 잘 살려내지 못한다. 해리 오스본의 경우, 아버지가 물려준 신체의 천형과 악마적 장치가 결합하는 순간은 그냥 준비된 물건을 끼워맞추는 편리함으로 안이하게 보인다.
세상에 없는 활강의 몸짓을 보여주겠다는 액션씬은 여전하여, 피터 파커 개인 쪽보다는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가 보다 매력적인 2편이다. 확실히 시민들에게 친숙한 지지를 받는 소시민 히어로의 매력 자체는 빛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 쪽에 자리한 빌런들의 탄생은 조엘 슈마허판 배트맨 시리즈의 빌런들의 탄생 뺨치게 보기 안쓰럽다. 이제 점점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스탠 리의 카메오 장면은 부가적인 재미는커녕...
오스코프와 레이븐크로프트 수용소는 배트맨 시리즈의 아캄 수용소처럼 이제 뉴욕시의 아비규환을 예고하고 있다. 소니 픽처스 간부가 [시니스터 식스] 스핀 오프를 예고하였고, 펠리시아 비서의 역할도 3편에 확정될 것이고 메리 제이 왓슨이 피터 파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할 것이다. 이제 준비를 마친 셈인데, 보통 2편이 보여줄 수 있는 격랑의 기대치는 되려 낮다. 연출가로서의 의무를 마친 마크 웹에겐 다소 버거운 프로젝트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 고담시의 배트맨 복장을 입은 자경단은 결국 히어로 당사자에게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고, 조커에 의해 목이 매달린채 빌딩에 전시되었다. 반면 스파이더맨 복장을 입은 소년은 스파이더맨 본인에게 "수고했어. 스파이더맨"이라는 격려를 듣는다. 두 작품이 보여주는 세계관의 결의 차이. 이건 제법 뭉클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계속 흘러나오는 한스 짐머의 음악... 사람 살려주세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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