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3. 박정현 - 꿈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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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3. 박정현 - 꿈에

trex 2009. 3. 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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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 [음악듣고문장나옴] -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1. 넥스트 - Hero
2009/02/24 - [음악듣고문장나옴] -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2. 바세린 - Assassin Of Death

* 코너의 변(또는 Shit)

예.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코너는 노래가 주는 심상이 그림을 그리고픈 욕구를 낳게 될 때
그 흔적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간혹 그럴 때가 있습니다. 노래나 앨범을 들을 때 뭔가 펜과 색연필로 형상화하고 싶다는 욕구.
가령 저는 데프톤즈의 [White Pony] 앨범을 들으면 여성의 육체에 말의 머리를 닮은 성기를 지닌 생명체를 그리고 싶습니다.
그건 아마도 치노 모레노의 보컬이 가진 양성적인 뇌쇄성에 기인한 듯 하다고 스스로 짐작만 할 뿐입니다.

좋은 노래는 많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고픈 심상으로 이어지는 노래는 사실 많지는 않습니다.
그 노래가 가진 상상력의 지평이 얕거나 노래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그냥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픈 노래는 제겐 따로 있습니다. 개인적인 발상으로 시작해 동의보다는 고백의 뉘앙스로 뱉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는 도구와 종이질도 그때마다 다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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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말을 해야 하는지 난 너무 가슴이 떨려서
우리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나고 있네요
           
이건 꿈인걸 알지만 지금 이대로 깨지 않고서       
영원히 잠잘 수 있다면
          
     (중략)

그대 이젠 가지마요 그냥 여기서 나와 있어줘요
나도 깨지 않을게요 이젠 보내지 않을거예요
계속 나를 안아주세요 예전 모습처럼
          
     (중략)
          
그래도 고마워요 이렇게라도 만나줘서

날 안아주네요 작별인사라며
나 웃어줄게요 이렇게 보내긴 싫은데
뒤돌아 서네요 다시 그때처럼
나 잠 깨고나면 또다시 혼자 있겠네요
          
     (하략)

아픈 트랙입니다. 듣는 것도 아프고, 이렇게 가사를 새삼 옮기는 것도 아프고.
한참 들을 당시엔 이 노래를 듣는 행위 자체가 자신 속의 '얼'을 잠시 빼놓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들을 당시에 이 곡을 두고 이미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어요.


여러모로 이 버전이 더 맘에 드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그림을 다시 그린 것은....

껴안는 두 개체의 성별 구분 자체를 지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득.
그저 '재회'의 순간 자체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에서 영속으로.

[09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