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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취향Y : 올해의 앨범] 7위 - 해오 『Structure』

trex 2014. 12. 30. 14:12

해오 『Structure』(음악취향Y 게재 : 링크)

 


시간을 잠시 과거로 되돌리자. 한 뮤지션의 변화엔 흐릿하게나마 뿌리가 있었다. 올드피쉬라는 품을 떠난 후 '해오'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첫 솔로반 『Lightgoldenrodyellow』(2009)는 당대의 모던록/팝록의 기조를 수혈한, 좋은 싱글(「작은 새」)을 담은 음반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둘러보자면, TV 옐로우 세션 활동(기타)이나 DJ Gon와의 프로젝트인 스타쉽스(Starships)의 유일한 미니 음반 『Luna』(2009)에서 들려준 EDM 공정물들이 명확한 근거를 짚게 해준다. 해오의 또 다른 자아인 '옐로우마요네즈'나 기타리스트 Mayo의 이름으로 일컫어 지는 이런 활동의 종횡들이 현재 시점 본작 『Structure』에서 하나의 구축물로 수렴되는 셈이다.


 

이 구축물은 위태롭게 사우론 탑의 위세를 본뜬 양 송파구에 우뚝 선 L 기업의 빌딩과는 달리, 작아 보이나 탄탄하고 거무튀튀하게 보이나 화려한 팔색조의 깃을 닮아있다. 스타쉽스의 싱글 「Luna」를 수년이 지나 자신의 손으로 재해석한, 밝음을 표현하던 붓칠이 아득해지는 하루의 끝을 묘사하는 것으로 변화한 국면은 하나의 선언과도 같다. 징글쟁글거리는 기타 록 「Word of Silence」, 「Ride the Wave」 등은 드립팝의 몽환성을 붙잡으며 일렉트로니카의 질감이 덧칠로 가해졌고, 「Good Day」의 고즈넉함과 산란함을 동시에 낚는 감상유도법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포스트록과 프로그레시브를 거쳐가며 감상의 정점을 낳는 「Hard to Keep」 3부작은 이 한 장의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게 만드는 힘의 원천을 보여준다.

 


이로써 솔로 음악인 해오가 들려줄 음악 향방의 극단적인 지점이 어느 쪽이든 간에 미리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어떤 것인지 지금으로선 짐작조차도 할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