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허지웅 [대한민국 표류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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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대한민국 표류기]

trex 2009. 3. 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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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단골 덧글 격투장이었던 그의 터에서 보던 텍스트들을 책이라는 형태로 정갈하게 정리해서 읽으니 뭔가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글이 잘 읽히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글쟁이의 책 답게 후다닥 읽게 되었다. 이건 분명 그의 강점이다. 덧글 격투장에서 그를 공격하는 숱한 사람들의 문장이 가진 호흡과 아귀를 보자면 더더욱.(어떤 덧글은 2줄을 읽어도 뭔 소린지)

이런 그의 거침없음은 고시원의 진솔함(+ 하지만 청춘의 포장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느끼했음도 실토한다)과 생리대의 추억에서 웃음을, 한때 그의 근간을 무너뜨리게 한 연애결별담에선 걱정을 낳게도 한다. 이래도 되는걸까? 이래도 되는건가의 질문을 넘어설만치 그에겐 어떤 절박함이 있었겠지하는 거리두기는 한다만은.

남은 이야기들은 들끓는 배금주의의 욕망과 그 욕망의 추동으로 한 정권자를 선택한 대한민국의 아찔한 풍경과 그 풍경 속의 생활기이다. 영화를 한 편 보더라도 욕망과 계급증오로 부글대는 한국의 공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상과 밥빌어먹기. 출렁이는 이 표류기에 우석훈이 추천사의 이름으로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다만 좀 가벼운 격려사여도 괜찮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