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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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 98회차 - 스페이스 카우보이, 오마이걸

trex 2016. 6. 6. 14:41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입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입니다.





스페이스카우보이 「Grotesque (feat. 팔로알토)」

 

보코더로 ‘Truly’ 하지 않은 듯한 감정을 메마르게 노래하는 보컬이 팔로알토의 사나이 같은 랩에게 자리를 내준다. 연주의 진행은 미니멀하게 이어지고, 후반부에 그나마 자리한 클라이맥스는 감상에 파문을 준다기보다는 그늘지고 일그러진 심상을 주는 데 주력한다. 시부야, 애시드 하우스, 훵키 등 멜로딕하고 댄서블한 장르의 자양분을 숨기지 않았던 그가 이번엔 의도적으로 어두운 기조를 보인 셈이다. 이것이 원피스의 작업 등에 어느 정도의 지분으로 표현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1/2

 

 

오마이걸 「Windy Day」

 

서지음의 가사 ‘내 맘이 하루 종일 한동안 싱숭생숭하더니 / 이러려고 그랬던 걸 / 나의 마음 한쪽에 웅크렸던 감정이 / 깊은 잠에서 깨어났어’ 대목은 러블리즈의 「Candy Jelly Love」(2014)에서 김이나가 준 가사 ‘그대 마음 한 스푼을 담아 넣고서 / 하얀 약속 한 웅큼을 담아 삼키면 / 오늘 하루도 웃을 수 있어 / 기분 좋은 얘기들만 말할 수 있어’에 못지않은 성취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전작 「Liar Liar」(2016) 등은 물론, 수없이 많은 이 땅의 소녀풍 뮤직비디오들이 빚지고 있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적인 상상력도 여전하다. 보컬의 맑은 화성과 끈적일 새 없이 말끔한 유럽풍 편곡은 여지없는 아이돌 메이킹이다. 그런데 여기에 중동풍 연주가 끼어든다. 넥스트의 「Turn Off The T.V」(1992)의 중반부에 터져나오는 이런 식의 연주 같은 선례들은 그래도 김준선의 「아라비안 나이트」(1990/1993)과의 어떤 교묘한 동시대성(?)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독자적이고 몇 번 귀를 씻어도 잊기 힘들 순간은 봄바람을 한순간에 작은 회오리로 변이시킨다. 마치 뮤직비디오 안의 강풍 모드 대형 선풍기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