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Single Out : 111회차 - 백자, 조연희 본문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입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입니다.
백자 「화양연화」
줄리아드림, 얼스바운드에 이어 앞으로 곧 출반이 예정된 이상의날개와 더불어 2016년 한 해 의 더블 음반 라인업 중 하나가 된 싱어 백자의 신작 음반. 기존에 발표된 시 작품을 베이스로 한 곡들이라 기획성이 앞서긴 하지만, 이 싱어가 대중들에게 보여준 행보에 걸맞은 것이기도 하다. 왕자웨이의 영화에서부터 한 보이그룹의 곡에까지 이제 익숙한 4음절의 곡명은 시인 김사인의 시 제목이기도 하다. 곡 작업에 시인 본인이 어디까지 관여 했는지(또는 싱어 본인이 필요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원전이 되는 시에 추가되거나 변경된 몇 가지 구절이 내게 좀 울림을 주었다. ‘주홍 머리핀’, ‘꽂장화 탕탕 물장난’ 등의 대목이 주는 시각적/청각적 심상이 싱어 백자의 파르르 떨린 창법에 실려 증폭돼 전달된 감이 있다. 이 싱어의 옛 된 창법과 편곡 등이 자극하는 기억의 대목들은 청자마다 제각각일 터인데, 주점 즐비한 골목에서부터 캠퍼스 위에 널브러질 수 있는 나이대의 세대 감각에 가까울 것이다. 진지함에 대해 엇나가게 받아들이는 시대상에 새삼스러운 분위기로 다가온 곡.
★★★1/2
조연희 「나의 동네에」
헤디마마가 「어느새」(1999)를 부를 당시 조연희가 기타리스트로서가 아닌 보컬로서 곡을 리드했다면, 이 청명한 톤으로 장필순의 잔영을 어떻게 휘저으며 재해석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더 세속적인 의미의 ‘인디’의 느낌에 충실했던 뭄바트랩의 리듬감 넘치는 분위기와 여러 시도 이후 솔로 조연희는 차분해지되 안정되게 들린다. 새 싱글 역시 솔로 정규반의 연장선이나 이 음악인의 이력이 묻어난 흔적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땅의 80년대 포크-발라드(?) 여성 싱어의 목소리를 마치 뜻하지 않게 재현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후반부의 허밍과 더불어 이 곡의 연주 버전에 살며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이런 생각을 굳혔다. 기교와 개성의 범주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이제 자신의 목소리와 관조를 충실히 재현하려는 단계에 이르면 얻는 어떤 소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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