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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아수라]

trex 2016. 10. 8. 14:51

아수라의 도입부는 분명 안산과 성남의 합성일 듯한 조어로 만들어진 가상의 도시 '안남'의 운경으로 시작한다. 멀리 공단으로 유추되는 곳이 잡히고 그 앞을 자리한 것은 재개발 문제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수북한 거주지들이다. 이 두 개의 공간은 마치 2D 아케이드 게임의 스테이지 배경처럼 납작한 레이어들을 수어겹 겹친 것처럼 보이는데, 이 공간의 가상성을 좀 더 배가하는 듯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국적 상황을 상기시키면서도 어느샌가 거리감을 조성하는 가상의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한국형 악당의 총화 같은 황정민 시장의 정체가 나는 조금 갸우뚱하다. 이 사람은 한 도시의 시장이지만 살인교사, 마약유통, 투기조장 등의 다양한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깊이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 사람의 행위들은 한국의 지금 상황의 몇몇 이들을 연상시키면서도 기이한 과장성으로 현실의 비판을 수행한다기 보다는 그냥 터무니없는 아케이드 게임 최종 보스 같다. 가깝게는 [데어데블]의 킹핀 같은 존재들? 악행을 덮기 위해 더 큰 악행을 행함으로써 겉잡을 수 없는 괴물적 존재. 그러나 드라마 안에선 킹핀에겐 정신병리의 근원을 설명하지만, 황정민 자체는 그냥 그 자체로 괴물이다. 우리들이 뉴스에서 본 권력형 범죄자들의 악행을 그냥 모사함으로써 그 역할로 그냥 자리할 뿐이다.



정우성과 감독과의 연을 상기하며, 이것이 [비트]의 20년 후 광경이라고 가정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느정도 동의한다. 꼭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말이 아니라 정우성은 어느 쪽에서도 서있더라도 위태롭고 판단불능의 곤경에 처할 운명의 얼굴이다. 그래서 그는 아수라 안에서 자주 폭발하는데, 근사한 카체이싱 장면에도 불구하고 그의 파괴와 폭발은 설명이 부족하다. 위태로운 두 개의 동아줄 사이의 운명에 분노한 결과물이지만 장면만 놓고 보자면 그는 그냥 제노포비아를 충실히 실행하는 이처럼 보였다.



설명이 부족하고 씬과 씬 사이의 편집을 친절하게 (아마도 의도적으로)하지 않았으니 거칠다. 주지훈은 황정민 시장의 연설에 경도 당하지만 그 이전부터 뭔가 그에게 매혹 당했어야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선배가 먹어오던 단물이 먹고 싶어서 마지막의 파국까지 초래했다고 설명이 되기엔 부족한 캐릭터였다. 물론 그는 초반부터 정우성과 뒹굴며 죽을 운명을 타고난 장르 안 캐릭터의 클리쉐를 모두 휘감은 상태로 등장했었지만... 그래서 남은 것이라곤 정만식이든 곽도원이든 그들이 지금까지 한국영화 안의 이력으로 묘사해 온 캐릭터의 관성을 충실히 묘사하는 쇼뿐이다. 비꼬임의 장르, (불)알탕 영화의 영역에서 딱히 파격적이지 않은 외형으로 평범한 수준의 결과를 성취한 것이다. 그래서 근간의 컬트(?)적인 반응과 언급들은 뜻밖이다. 



아수라는 작품 안에서 내내 유행어처럼 언급하는 '좆이나뱅뱅'만큼 딱히 재밌지도 않거니와 파격을 감행했거나 이 알탕 장르 안에서 어떤 새로운 깃발을 꽂았다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 구석이 있다. 오히려 이런 영화들의 기획이나 범람이 우려스럽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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