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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월례비행 12월 프로그램 [여성감독 단편선 - 어딘가의 경계 : 연출 그리고 연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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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월례비행 12월 프로그램 [여성감독 단편선 - 어딘가의 경계 : 연출 그리고 연기]

trex 2017. 12. 28. 13:24

- 인디포럼 월례비행이라는 프로그램이 그 자체로 별도로 있고, 역사가 있어서 항상 상영을 마치고 토크와 치킨집 뒷풀이=_=;;가 있는 줄 몰랐다. 당연히 강제성은 없지만 상영 마치고 크레딧 뜨고 난 뒤에 도망치듯 상영관에서 탈출하였다.



- 모든 작품들은 연출한 감독이 주연 배역을 맡았다.





<문화와 생활> 김은선



주인공은 예술의 전당에서 근무를 하고 고급 취향이든 속물 취향이든 하루에도 숱하게 밀려오는 관람객들을 응대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런 그에게 일상의 어떤 부분의 트리거가 작동하고, 불현듯 과거에 배웠던 연기 욕구 또는 문화적(교양적) 경험에 대한 욕구가 발현하게 된다.



이런 그의 하루 중 특히 저녁과 밤을 쫓는 여정이 짧게 시작된다. 실패가 예견된 이 여정을 다스리는 것은 쪼르륵 따르는 심야의 차 한잔. 그가 가진 교양적 욕구를 다스리는 것일지 일상 안에 어떻게든 교양적 덕목을 배게 하려는 그만의 소산일지 작은 여운을 던진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정가영



<비치온더비치>로 한국 독립영화계의 기린아로 잠시 떠오른(ㅎㅎ) 정가영 감독은 차기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득, 요새 <더 킹>을 계기로 꽂힌 조인성을 캐스팅해볼까하는 의욕이라면 의욕 욕심이라면 욕심 욕구라면 욕구를 떠올린다. 제 나름의 수소문도 해보고, 애써 자존심 구겨지지 않으려는 선에서 주변과의 조언도 듣는 그에게 갑자기...



적지 않은 대다수의 관객들이 제일 좋아했을 이야기다. 연출하는 자신으로서도 연기하는 자신으로서도 뭘 잘 살릴 수 있는지는 파악한 연출자의 깔끔한 작품.




<결혼전.투> 김보람



미디액트 연출 과정의 일환으로 김보람 감독은 결혼을 고민하고 있는 당시의 연인과 분명 자신의 결혼관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었을 '이혼한' 양친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다큐의 형식을 빌어 두 남녀 사이의 그간 쌓인 이야기와 상호간의 전망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예상대로 이들은 좁혀지지 않는 간극과 피치 못하게 할퀴는 과정을 체험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한국 사회 안에서의 연애와 결혼, 가족 간의 인간관계라는 보편적 문제와 다큐멘터리 형식에 대한 벽을 체감하는 연출상의 문제 등 작은 탄식을 뱉게 하는 진행과 매듭이 인상적이었다.




<정화된 밤> 박현영



한 여자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퀭한 눈빛으로 길을 나선다. 자살 시도를 암시하는 초반의 진행과 그와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 푸드플라이 배달원, 노골적인 종교적 상징들과 오가며 마추지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퇴장하는 환상의 대목들. 우리는 짐작한다. 그의 정신적 바탕이 이미 황폐화되었고 균열 투성이라는 사실을.



잠시 위로를 주는 불꽃놀이 - 정말 아름다웠다 -와 '아직은 살아있다'는 감각. 그러나 균열이 간 정신과 시선에서 잡히는 것은 평생 그를 속박할 거대한 박탈감이 따라다닐 것이라는 실감이다.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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