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Single Out : 188회차 - 김성규, 밴드88 본문

음악듣고문장나옴

Single Out : 188회차 - 김성규, 밴드88

trex 2018. 3. 12. 09:54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별점 제도는 이상한 제도죠. (링크)





김성규 「True Love」 


사람들은 두 번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에 따라온 입장에서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겠다. 또 김종완인가! 그래도 울림엔터테인먼트 바깥에 새로운 둥지를 튼 (넬의) 김종완이 여전히 유대를 가지고 작업한 것은 무언가 더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물론 김성규든 태연이든 누구든 여지없이 Sharpen Tool과 Blur Tool을 먹인 영롱하고 아스라한 저편의 대지로 인도하는 그 특유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그 장악력이 대단할 것이다. 그 점에서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듯하고. 일단 곡을 들어보자. 기본적으로 본작의 프로듀싱은 김성규라는 싱어의 차분함과 고조됨을 오가는 음역을 효율적으로 담아냈다. 어쨌거나 한 싱어의 정규반이라는 기본 전제는 잊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이 프로듀스와 싱어의 보컬은 정작 그렇게 닮진 않았다. 문제는 언제나 세계관이었던 것 같다. 그 세계관의 문제에 비추어 들어도 우려에 비해선 좀 희석된 상태로 들리는데, 이게 어쩌면 공동 작곡을 맡은 Spaceboy의 수훈(?)일지도 모르겠다. ★★☆




밴드88 「환상특급 : Twilight Zone」 


88올림픽은 빅뱅이었다. 당시 계간 [창작과 비평]은 88올림픽 개최로 상징되는 개발 일변도의 사회상과 정권에 우려를 표했지만, 굴렁쇠 소년의 질주를 막을 힘은 없었다. 집안마다 보급된 총천연색의 컬러 TV와 FM사운드의 라디오는 진작에 한반도를 덮었고, 국제 스포츠는 국민들을 한마음으로 통합시켰다. (매번 월드컵에 들어서면 이 후유증을 꼬박꼬박 재현하는 기분이 든다) 한국 디자인의 짧은 르네상스들은 이제 21세기에 와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접받으며 회고된다. 음악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80년대는 언제나 사람들이 상찬하는 ‘그놈의 90년대‘를 여는 포문 역할이자, Giorgio Moroder 같은 노장들을 전자음악의 아이콘으로 소환하게 하는 풍부한 아카이브의 원천이다. 밴드88도 당시의 신스 사운드를 고스란히 재현하는데 주력하는 듯하다. 섬세하게 그리고 온기를 간직한 융단처럼 깔리는 사운드. 그런데 밴드의 맛을 내는 3분부터가 앞으로 그들이 작업할 새 작업을 기대하게 만든다. 비단 레트로 유행으로만 편하게 칭하게 되는 국면 이상을 보여주길 내심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