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3. 29. 21:07

수상 경력은 화려하지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좋은 영화로 기억할 생각은 없다. 편집은 단선적이고, 서사는 평이하고 명곡들의 행렬에 기댄 작품이었고 결과적으로 과대평가다. 그래도 그럴싸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밥 말리, 레드 제플린, 이 수북한 록의 만신전엔 영상화할만한 이름들의 후보 목록이 가득하다. 이미 진작에 대기의 행렬에 줄 맞춰 기다리는 이름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런 맥락에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선택한 이름 중 하나가 머틀리 크루(Mötley Crüe)라는 것은 적당히 전복적이고 적당히 도전적으로 보인다. 8,90년대 음악 듣기의 이력이 가장 풍성했던 일부 사람들에게 머틀리 크루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것을 생각하면, 악몽판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그럴싸한 문구 정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갖춰진 재료들은 그럴싸하다. 밴드의 중핵이자 친부모들과의 극심한 불화를 상징하는 니키 식스 Nikki Sixx(베이스), 중산층 출신의 안정을 파괴하고 기행을 비롯해 한 때 미국 엔터테인먼트 안에서 가장 유명한 불미스러운 사건 중 하나를 만든 타미 리 Tommy Lee(드럼), 한국에서 ‘코맹맹이 보컬’로 매번 불리며 밴드 내에서도 특히 ‘아무 하고나 섹스’로 악명을 떨쳤던 빈스 닐 Vince Neil(보컬), 가장 진중하면서도 척추염이라는 지병으로 밴드 내 뜻밖의 인간 투혼을 감당했던 믹 마스 Mick Mars(기타)까지 각자의 영역 내에서 다른 방향으로 드라마를 가진 캐릭터들이 안정된 4인조를 보여준다.

약물 중독의 종착에 해당하는 코카인까지 가버린 니키 식스의 재활, 타미 리의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섹스 비디오, 동시대 밴드 하노이 록스 Hanoi Rocks의 멤버 래즐 Razzle의 교통사고와 가장 직접적으로 결부된 빈스 닐의 불행과 딸의 사망과 연관된 개인적 비극, 묵묵히 밴드의 표류 과정 안에서 극 중에서 조크 서린 코멘터리를 담당한 믹 마스의 존재까지 ‘가진 것 없는 놈들의 결합’ -> ‘성공’ -> ‘최전성기’ -> ‘추락’ -> ‘부활’의 록 밴드 영화화 서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를 위해 극 자체가 현재도 멀쩡히 잘 살아있는 멤버들의 증언과 인터뷰 협력, 관련 도서를 통한 재현, [왕좌의 게임]에서 램지 볼튼 역을 맡은 배우 이완 리언 Iwan Rheon 등의 캐스팅으로 공신력(?)과 품질(?)을 일부 보장하고 있다.

머틀리 크루와 글램 메탈의 시대를 묘사하려는 노력은 여기저기 빛난다. 그들의 주력 음반 활동기마다 선보였던 코스츔을 가장 신경 써서 보여주고 있고, 데이빗 리 로스 David Lee Roth와 오지 오스본 Ozzy Osbourne 등의 시대의 인물들을 맡은 배우들이 극 중에 양념같이 등장한다. Dr. Feelgood, Home Sweet Home 등의 대표곡들이 극 전반에 흐르는 것을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고, 아주 민망하게도 빈스 닐을 방출한 후 존 코라비 Johb Corabi를 가입시킨 것이 일종의 ‘땜빵’이었음을 실토하는 듯한 뉘앙스도 비춘다. 실상 이 정도면 이들의 음악을 듣던 시기가 특정 장르에 대한 입문과 수집을 시작했던 이들이라면 시대착오적인 기분 좋은 선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멤버들의 난잡한 성관계를 묘사한 장면에서 Squirting 대목까지 넣은 정성은 참 혀를 차게 만들지만.

이런저런 공정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더 더트]는 여전히 넷플릭스 자체 제작의 이름을 건 극영화들이 가진 일반적인 완성도의 선을 오락가락하는데서 멈춘다. 배우 이완 리언들이 도드라지게 보이지만 아무래도 연기력의 한계가 명백한 몇몇 이름들이 보이고, 주변의 죽음과 가족의 불행 및 본인의 위기 등이 있지만 그래도 극적인 서사는 부족하고 여기서 교훈을 체득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결국엔 기행 4인조의 좀 얌전한 기행 4인조로의 변모를 보는 과정엔 재미 이상의 뭔가를 낚기엔 부족하다. 글램 메탈 최전성기 밴드의 극화라는 재미란 것은 분명한 한계점이 분명하기에 이 기획 자체의 기이한 면을 인정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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