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4. 6. 13:37

상영 끝물에 드디어 챙겨 보았다. 아주 좋았고, 남성 캐릭터들을 주변부에서 뭔가에 미진한 영향 끼치는 수준도 아닌 그 이하로 구석으로 밀어버린 것이 아주 상쾌하고 좋았다. 여성 삼위일체 만능 만세를 외치며 슬슬 느끼해지는 것이 아니다. 각 캐릭터 별로 가진 균열이 서로를 긁고 충돌하며, 서로 간의 미진하고 미약한 부분이 폭로하듯이 노출되며 측은함을 주다가도 그 부족함으로 인한 결여를 파괴하는 에너지와 충동으로 채우시겠다고 그만 나쁜 방향으로 돌진하다 여운 깊은 마무리를 보여준다. 특히나 셋이 있어야 이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제일 즐거워지는데 이들 중 레이첼 바이즈가 잠시 부재중일 때 극이 좀 처지는 것마저도 이들 캐릭터들이 가진 완성도를 실감하게 한다.

나는 요르고스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몰랐고, 이로 인해 [더 랍스터] 등을 이제서라도 챙겨봐야 겠다고 다짐했다. 요르고스의 작품 치고는 정상적이고 전형성 있는 서사라고 하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아하 그래서 그 기이한 안무에 고집스러운 형식미를 스며 넣으려는 연출의 의도임을 늦게 알았다. 창백하거니와 아름다움에 미처 닿지 못하기에 그 진가를 드러내던 바로크 음악들과 그 양식을 채취한 현대 음악들의 의도된 기이함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되었고, 오랜동안 파트너로서 참여했던 포스터 디자이너가 손을 봤다는 크레딧들의 편집 역시 현대 미술을 만드는 아티스트 같은 감독의 미학과 철학이 반영됐음을 끄덕이게 한다. 

나 외에도 [베리 린던]을 떠올랐던 이들도 제법 있었던 모양? 그토록 닫힌 양식미에 집착하던 시대였기에 그 안에서 삐죽삐죽 튀어나오려던야심과 야망의 힘을 실감한다. 독약 넣고 다리가 곪아가고 얼굴이 긁히는 흉한 일들마저 감내할만치, 겁을 낼 시간에 차라리 먼저 선방을 때릴 수밖에 없었고 그토록 가혹한 시대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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