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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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미성년]

trex 2019. 4. 20. 10:29

[미성년] 관람했고 좋았다. 성년이 미처 되지 못한 사람들의 덜컹거림을 성년이 아직 아닌 사람들이 비밀 공유하듯 풀고 진행하는 마무리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염정아는 정말 훌륭했다. 좋은 데뷔작을 만든 김윤석. 그리고 흥행 난관의 길을 기꺼이 따라준 믿음직한 출연진들의 호연이 좋았다. 

아무래도 하희라와 공연한 불륜 드라마 [있을 때 잘해] 시절에 대한 반성문 같은 이야기였는데, ‘역으로 추격당하고’ ‘역으로 린치 당하는’ 김윤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뒤집어서 짚어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편의점 커플 장면에서부터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사회적 시선 중 어느 노선을 취하고 있는지 명백히 보여주는데, 덕분에 지리멸렬한 불륜 스토리에서 다른 이야깃거리로 비치게 한다.

다만 초중반의 빛남은 후반부의 진행을 위해 음..하는 대목들로 인해 감상을 좀 주춤하게 하긴 했다. 예술 작품이 보여주는 불편함과 그로 인해 건지는 서사의 풍부함을 목표로 한 듯한데, 불편한 여운보다는 조금 과시로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가령 나는 [죄 많은 소녀] 등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택한 논쟁적인 선택은 그 자체로 유려하고 인상 깊게 새겨졌는데, [미성년] 속 이들의 조금 빠른 화해와 선택들이 거짓은 아니지만 좀 무리한 흔적이 보였다. 

그런데 부드럽고 시계 안 보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흔하지 않은 데뷔작이다. 그런 작품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기에. [캡틴 마블]에 이어 떠먹여줘도 해석을 못하는 남성 관객들을 가려낼 수 있는 기준선이 또 하나 추가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