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Single Out : 248회차 - 양태석, 정태춘 본문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양태석 「야그르두타」
거문고와 일렉트릭 드럼 세트에서 추출한 질료들은 마치 화장터로부터 만들어진 뼛가루 같다. 그건 세간의 사람들이 상상하듯 뽀얀 하얀 색을 보이지도 않고, 고르고 고른 용각산의 질감을 연상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랗고 불그스름한 것들이 제각각 다른 디테일로 수북하게, 그러나 작은 함에 담길 뿐이다. 하지만 양태석의 음악은 죽음을 닮지 않았다. 오히려 리듬을 연구해 온 사람의 작품답게 약동하는 기운을 꾸준하게, 생명의 이력을 박자 안에 담아낸다. 원천이 된 악기들의 사연을 연상케 하는 한국적인 정체불명의 그 무엇을 굳이 재현하기보다 오히려 전자음악을 닮았는데, 하나의 길을 천착해 온 이 탐구자의 성취는 진지한 감상 대상으로서의 탐구욕과 배경음악으로서의 상상력 모두를 충족시킨다. ★★★☆
정태춘 「사람들 2019'」
따스한 코러스가 이 누추하고 붕괴하는 세계 안에서도 사연 있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보듬는다. Loan으로 대변되는 묵직하게 누르는 빚의 삶과 탕감을 상징하는 Lotto에의 헛된 손짓이 교차하는 서울 생활이 노년 철학자의 가사와 여전한 목소리 안에 실감 나게 실린다. 정태춘이라는 이름은 적지 않은 이들에게 언제나 뒤늦은 고백이든 새삼스러운 부채감의 실토를 낳게 하는 상징이다. 정태춘의 곡을 말하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싱글이나 음반을 말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작성자의 정치와 삶에 대한 고백을 낳게 하는 일종의 트리거이기도 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로선 수북한 넋두리를 애써 누르며 한 음악인의 건재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짧게 표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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