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8. 25. 20:29

윤가은 감독의 작품에서의 아이들이 벌이는 양상은 순진했던 추억이 깃든 시절에 대한 회고 취향이나 동심으로 표현되는 감정에 대한 예찬으로 치부할 수 없는 단단함이 있다. 추억과 동심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가벼운 모욕으로 보일 지경이다. 이 세계관 안엔 가족에 대한 기본 예의를 저버린 가부장이 있고([손님]), 차곡차곡 계단을 밟으며 증폭되는 갈등의 골과 너비가 있다.([우리들]) 다만 그것을 밟고 걷는 아이의 발걸음을 보는 긍정과 리듬감이 있을 뿐이다.([콩나물]) 어떻게 집이라는 테마의 무거움과 가족이라는 진중한 대상에 대한 사려가 가볍게만 볼 수 있는 일일까. 물론 그 해법으로 [우리들]에서의 답변은 “친하게 지내야 해”라는 문장이었고, 그게 굉장히 천진하고 그저 편안하게만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 답변으로의 가는 골목길의 발걸음은 쉽지 않은 것이다. [우리집] 역시 “노력하면 잘될 거야”라고 다짐하는 순진함과 천연덕스러움으로 무장했지만, 아이들 역시 알고 있다. 결코 어렵지 않으며 긍정할 수 없는 앞날과 유보로만 남겨둔 ‘어쩌면 불행’의 상태가 버티고 있음을 흐릿하게 안다. 아이들은. 

게다가 [우리집]은 또 한 번 진일보한다. 여기엔 가족이라고 칭할 수 없는 애매함에도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언니’와 ‘동생’이라고 칭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 사이의 연대과 유대가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긍정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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