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Single Out 287, 288회 - 토비러쉬, 천미지, 두억시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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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287, 288회 - 토비러쉬, 천미지, 두억시니

trex 2020. 3. 2. 11:13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gp=1&ob=idx&gbn=viewok&ix=7009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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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러쉬 「Firi」

무대를 달구는 디제이이자 프로듀싱 작업으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토비러쉬의 컴플레이션 참가 작업이다. 싱글이라는 작업의 특성과 음반 성격상 지배력과 입지를 굳히는 방향은 아니지만, (프로그레시브/일렉트로)하우스 사운드에 대한 그의 이력에 여전히 일관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시그니처처럼 휘파람 같이도 들리는 피리 사운드와 중축하며 고조하다 다시 턴을 돌며 돌아오는 구성은 음반 전체 구조 안에서 감상의 순항을 유도한다. ★★★

천미지 「Everyone So Loves Me!」 

전작이 자아와 관계에 대한 문제였다면, 이젠 자신의 외부를 형성하는 신체의 문제를 말한다. 나의 몸에 대해 타인의 규정으로 미와 추가 정립되고, 곧바로 자본적 가치가 새겨지는 폭력적 시선과 기준에 대한 거부를 그의 목소리를 빌어 낭랑하게 표한다. 째깍째깍 떨어지는 반주에 실린 목소리는 소위 절창이나 디바 류를 의도적으로 버리고 파르르 한 진폭을 여과 없이 들려준다. 자욱한 안개길 같은 모던 포크 풍 분위기에 얼터너티브 록 연주는 침엽수처럼 바싹 마른 채로 천미지 고유의 세계관을 회색 조로 장식한다. 빛바래지 않고, 완강하고 단단한 기운으로. ★★★★

두억시니 「Sin Of Society」 

태초에 존재했던 Metallica는 장르보다는 헤비 씬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남겨둔 유산인 올드스쿨 스래쉬 메탈은 충실히 후예들이 계승하고 있다. 무슨 자료를 찾아도 도대체 빠질 생각이 없는 농담 중 하나인 “메탈엔 긴 머리지!”라는 이 밴드에 대한 언급은 피곤하게 느껴진다. 음 이제 그만. 밴드 고유의 간략한 설명이 붙은 보도자료와 한번 보면 도저히 인상이 남을 수밖에 없는 무대 매너는 여전하다. 소멸할 줄 알았던 장르의 재생에 물을 뿌리는 Havok (음... 실은 이쪽은 Megadeth 생각이 조금 더 나긴 하지만) 같은 밴드들과 공교로운 동시대성도 느껴지는데, 반가운 현상이다. 디스토션 잔뜩 먹인 사운드에 모범적인 구성으로 일관하다 코어 쪽 연상을 주는가 싶더니, 다시금 드라마틱한 솔로잉으로 전환해 장르 팬들을 안도(?)시키는 젊은 기운이 미소를 짓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