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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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trex 2020. 5. 12. 17:48

하이라이트 순간에 소연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네가 좋다고 고백한 강백호의 [슬램덩크] 이후, 일본 스포츠 만화는 각자 쿨의 계보와 가난과 고생 역경의 계보의 흔적들이 크게 양 갈래를 이어온 듯도 하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거칠게 정리하니, 연애 감정 경향의 아다치 미츠로 동어 반복들이 여전히 생명을 잇고 있고, 또 한편으론 슈퍼 히어로 배틀물 모드의 [테네 프리]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이후의 이런 갈래들은 캐릭터 팬덤을 장려하는 풍의 [Free!], [슬램덩크] 풍의 배구식 계보 같아 보이는 [하이큐]로 변형하여 꾸준히 파생하고 있구나 싶다. 살펴보니 이외에 구기 도구 없이 그저 달리는 목적에 충실한 작품도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여성 문인의 소설 2권을 원작으로 멀티 유즈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Production I.G는 본즈 등과 더불어 유수의 열도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 양질의 그림체를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특히 본즈보다 그림체의 부침이 덜해서 좋은 인상을 주는 곳인데, 이런 품질뿐만 아니라 차분하고 성실하게 걷고 올라가는 서사가 특히 좋았다. 타고난 재능을 지닌 이, 재능을 키우기도 전 외부의 요인으로 중도하차했던 이, 재능 자체의 길 자체를 찾지 못한 표류한 이, 애초부터 이쪽의 재능 자체가 없던 운동 문외한 등 이런 다양한 군상 10명의 이야길 사려 깊게 일일이 살펴봐주는 작품이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일 성년 캐릭터들의 진로와 취업 문제, 가족과의 갈등, 개인의 트라우마와 아킬레스건들 다양한 문제와 한계성을 서둘지 않고 총 23화 안에서 시청자를 설득시킨다. 당연히 현실 안에서 갈등은 봉합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고, 무조건 승리와 기록 본위가 앞설 수밖에 없는 스포츠물의 한계에도 수긍이 가게 끄덕이게 한다. 모조건 달리면 잘될거라 거짓말도 굳이 하지 않으나, 한편으로 이 달리기가 이들 인생의 한 순간을 수놓게 할 전기임을 응원한다.

이런 장점에도 조금의 단점은 짚이는데, 비중은 높지 않으나 스포츠물 속 여성 캐릭터의 아슬아슬한 마스코트화와 성역할 모델에 대한 고정성과 변명은 조금 아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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