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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trex 2020. 5. 29. 21:56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넷플릭스를 통해 완료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서 본작의 진도를 실시간으로 밟았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겠다 싶더라. 제작진은 최근 의학 드라마의 분위기보다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의학계 유튜버들의 리뷰는 제일 많은 듯? 거대 병원 안이나 교수-의학도 사이의 위계 묘사나 의학상식 전달에 관해서도 제법 오류가 적은 모양이다. 최근 의학 드라마들은 정치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소위 '사이다 맛'에 집중하는 등의 기조가 강한데, 본작에서의 캐릭터 살리기의 맛과 휴머니즘에 집중한  방향성은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감빵생활]의 정경호, [응답하라 1994]의 유연석 등을 재기용한 것은 이른바 신원호 사단의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인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안 챙겨본 것은 언제나 내게 결과적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사단의 본작이 주는 음악적 폭격은 참 대단했다.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 등의 노래들은 결코 다른 이의 보컬로 듣고 싶은 넘버들이 아니었는데, [-의사생활]은 작정이라도 한 듯 '추억의 노래' 전략으로 폭격 수준의 마케팅으로 무장한 작품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의 법칙을 재현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시즌 2까지 미리 예고한 것과 이어진 시청률 순항은 신원호 사단의 전략이 유효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드라마가 나쁜 작품은 아니었다. 엇나간 타이밍 개그를 쓰는 사소한 연출과 웃음, 몇 주 간격으로 해답과 진상을 드러내는 여유 있는 떡밥 투척은 [-감빵생활] 당시보다 더 능수능란해졌고 그건 확실히 먹혔다.

다만 마지막화 들어서 무대가 된 율제병원 이곳저곳을 둘러싼 휴머니즘과 인술의 기운이 극대화된 풍경들은 다소 공익 캠페인을 방불케 하는 민망함으로 덮여 있더라. 병이 치유된 사람들의 감동의 눈물도, 불의의 사고를 당한 불운한 사람들의 눈물도 양쪽 모두 다소 필요 이상의 함유도가 있었다. 배우들은 많으나 좋은 연기를 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필연적으로 부족하니까.

시즌 2를 위한 포석이 깔렸지만 몇몇 등장인물의 연애사에 대한 서사와 떡밥 역시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몇몇 대목은 '사랑과 간택을 기다리는' 여성에 대한 묘사 같이 보인 것은 작금의 시국에 의한 내 민감함 탓일까. 여기에 더해 음악 사용에 대한 민망함은 내 취향 문제니 이건 별개의 못이겠지. tvN 맛. 역시나 이번에도 설탕과 조미료 명가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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