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trex 2021. 11. 27. 11:39

최규석의 그림을 보고 허영만이나 허영만의 후계인 윤태호에 버금가게 한국인의 표정을 잘 그리는 작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집이 강하고 고집이 강한 속물의 찌든 표정들, 그중 최규석은 젊은 사람들의 표정을 잘 그렸는데 그런 화풍이 연상호를 만나 때론 셀 애니메이션으로, 또는 아예 세계관을 확장하는 영상물로 만개하게 되더라. 그런 자가들의 이력은 [지옥]에 의해 만개된 듯한데,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일 텐데 기어코 결론을 내리긴 했다. 신의 단죄와 심판, 그 기준과 정도에 대해 일개 인간인 우리로선 설정을 잡기 힘들진 대 그들은 그걸 하였다. 변종 바이러스가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는 작금의 상황에서 생각하면 그 점이 더 와닿더라. [지옥]에서도 극 중 종교 단체와 오만한 인간들도 자신들의 판단에 섣부른 자신감을 내보이기 주저하던데 오죽하랴. 작품 본편의 석연치 않은 뒷맛과 귀결이 이런 점에서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런 걸 자연스러워한다는 게 오히려 오만한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는 범주겠지. 시청자로선 그저 예상하지 못했던 배우 김현주의 기량이었다. 이 사람이 이런 에너지를 품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깨달음. 몇몇 대목은 [마이 네임]의 한소희 보다 더 후련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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