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3.0+1.0)] 본문
여기까지의 여정에 26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새삼 종료를 실감한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던 일은 불의의 사건으로 매듭을 짓게 되기도 하고([베르세르크]), 어떤 일은 다시금 부활할지도 모른다고 한다.([슬램덩크]) 이중 [에반게리온]은 마치 전설 같은 서막으로 시작해 우리를 몇 번 아연하거나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했고([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정말 괜찮을까? 수습은 가능한가? 근신마저 안겨 주었지만([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 Q]) 생각보다 최종적인 지휘권을 가졌던 안노 히데아키는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었고, 그의 사소설적인 고백과 토로의 방식은 여전히 거대한 이 SF 소년소녀 드라마를 수수께끼의 마무리(and OR end)로 완료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만 여기엔 성경의 모티브, 그 모티브에 대한 음악들을 인용하는 걸 부끄러워 하지 않는 감독의 취향 피력, 청년 시절 감독의 이력을 형성한 특촬물과 거함거포주의에 입각한 파괴 지향의 액션 장면에 대한 한결같은 애정 등이 반영되어 있다.(덕분에 그 거함거포주의엔 실상 제국주의에 대한 숨길 수 없는 매혹도 스며있는 듯하다) 안노의 이런 의욕은 비단 에반게리온뿐만 아니라 그가 실제로 실사로 만든 [고질라]에도 반영되어 있거니와, 적지 않은 에반게리온 팬들의 "마저 매듭을 지어라!"라는 자연스러운 원성으로 이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디카포 또는 리피트)의 결과물은 어쨌거나 그간의 불만을 덜기엔 나름 충분해 보인다. 미사토 등의 인물들이 보여준 여러 대목에서의 부족한 설명은 들어가 있고, 실제 안노 감독이 가지고 있는 부성에 대한 양가적 감정과 매듭을 푸는 것에도 비중을 할애한다. 미안하다는 말과 포옹 한번까지가 그렇게 힘들다. 그래 26년이나 걸렸으니... 그 어떤 것보다 [파]에서 등장했던 캐릭터 마리가 어떤 존재인지, 사소설류의 장르로서 에반게리온이 어떤 창작물인지를 안다면 그가 누구를 말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설마 했던 팬덤 루머가 맞았다는 허탈한 발견.
거대 레이, 붉은 바다, 우리가 에반게리온 팬임을 자처하고 보아온 수많은 익숙한 것들의 총본산을 보여주고, 이 자리에서 매듭 한다. 철컹거리는 철도 기관도 여전하고 그것에 탑승한 이들 사이의 삼리 사이코물조차도 빠지면 서운하다. 오메데토 엔딩 정도의 난폭함은 아니더라도, 실사 촬영 장면과 셀 애니메이션이 오가는 편집에서의 매체 종사자로서의 편린과 고민은 노골적인 조각이 남아있다.
"사요나라. 모든 에반게리온!"이라는 인사말로 안노는 긴 시간 동안 자본과 지지의 순간을 오간 수많은 이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 결론은 의외로 희망과 긍정이 교차하는 환승이라는 점은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어쨌거나 모두 정말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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