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애비규환] 본문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도 특정 부문 장르 싱글로도 성취를 보였던 SM의 행보는 간간히 근심을 줬지만, 전체적으로 순항으로 보인다. 소녀시대로 이어지는 걸그룹 라인의 행보를 보자면 시장에서 제일 반응이 좋았던 레드벨벳은 물론 가장 최근의 에스파가 보이는 멀티버스의 세계관 등에서 여러모로 자신감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언제나 평가절하의 위치에 있던 에프엑스를 새삼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실례일 테고, 현재 거론의 의미가 예전 같지 않다고 칭해도 크리스탈(정수정)의 존재를 망각하는 것 역시 여러모로 손실로 보인다.
[애비규환]이 한 때의 틴에이저 무비인 [세븐틴]과는 전혀 다른 극장 영화이기도 하지만. 찾아보니 1주년 기념 관람객 파티 사진도 찾아지는 것을 보니 결과적으로 작품이나 배우에게나 헛된 결과는 아니었지 싶다. 가족 영화, 휴머니즘의 계보로서도 [애비규환]은 어쨌거나 성실한 작품이고, 한 연출자의 고집과 노선이 뚜렷한 작품이다. 남들의 시선에선 '사고'처럼 얻은 임신 사실, 예정에 없던 돌연의 결혼 계획 등 보기엔 재난이나 여러 논쟁의 소지도 보이겠으나, 작품은 대구 수성못의 오리배로 대변되는 영남의 중형 도시의 풍경처럼 때론 나른하기도 하고 때론 배드민턴장의 경계선처럼 뾰족하고 선명한 갈등을 적절한 비유로 보여준다.
"미안해용~"이라는 제 딴의 애교 섞인 사과 정도로 고민을 그냥 넘기려는 인생의 태도에 무슨 안심을 하겠냐는 주인공 토일의 불안은 당연하다. 토일의 부모도, 자처했거나 아니거나 졸지에 두 명의 아버지를 가지게 된 현실도 원망스럽고 갑갑하니 자연히 싸움과 아우성은 높아지기 마련인데, 극의 흐름은 아무렴 어떠냐 그럴 수 있다 답변한다. 그저 말없이 마른 수건으로 닦는 제기처럼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와 인연을 형성한 가족의 의미란 이렇게 흐릿한 연대로 이어진 것을 보여준다. 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태만한 답변이 아니냐고? 음 그럴 수도... 나지막하고 조용히 시청한 나 역시도 글로 정리해 감상을 옮기려니 그렇게 쉽진 않다.
그래도 하나의 가족이 탄생하고, 관계가 온전히 성립하는 과정의 원리를 한두줄로 명확히 정의하긴 힘들다는 솔직한 토로와 더불어, 적어도 작품이 그 과정은 설명하는 화법에서 소홀하진 않았다는 확신은 들었다. 차갑거나 얼음장 같은 캐릭터, 때론 개구지게 웃는 양면을 오가는 정수정 배우의 마스크처럼 섣부른 정의는 힘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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