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프렌치 디스패치] 본문
매년 돌아오는 생일 중 언젠가 한 번은 [뉴요커] 커버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의 화집을 선물 받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내 개인에겐 과분하고, 커버 자체가 미술인 [뉴요커]의 위상을 내가 흡수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그걸 잠시나마 내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의의 정도엔 감사하고 있다.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뉴요커]를 모렐로 한 웨스 앤더슨의 영화 언어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는 마치 자신이 정갈한 잡지라도 되는 양 의젓하게 구성되어 각 챕터와 가이드라인을 보여준다. 흑백과 컬러가 대비된 화면은 물론 간혹 셀 애니메이션까지 활용하는 면에선 전작의 필모 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는 물론 [개들의 섬], [미스터 판타스틱 폭스] 등 예외적인 작품들까지 자연히 떠오른다. 아예 이번엔 그가 일종의 총망라의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잡지/매체라는 형태 때문에 그간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온 [스포트라이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등의 다양한 작품들도 떠오르긴 하는데, 미술과 뮤즈. 예술 산업, 프랑스 68 혁명, 미각의 감각 등 다채로운 챕터를 순서별로 다루는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웨스 앤더슨이 하고픈 언급은 예술에 대한 태도 부분이 아니었을까 한다. 식견 없는 이의 시각에선 그저 단단한 벽에 두툼하게 칠한 붓과 물감이 형성한 그림이 당사자에겐 인생과 불멸의 사랑을 담은 미술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이 자리하는 면의 형태는 캔버스뿐만이 아니라 어딘가의 단단한 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한 남자가 죽음 직전에 맛본 형언하기 힘든 소금의 맛은 평범한 수사법으론 기록하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예술과 미학의 자리는 단순하지 않더라라는 실토까지. 패션과 컬러로 쿨하게 소비되었던 웨스 앤더슨의 세계를 이참에 짧게라도 고민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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