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메이의 새빨간 비밀] 본문
재생하자마자 바로 디즈니의 궁전이 나오는 배급사 영상 로고는 물론 제작을 맡은 픽사의 영상 로고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작품의 태생을 알 수 있는 작품. 역시나 자신들의 노고가 극장이 아닌 OTT나 다운로드 서비스로만 관객들에게 보여줄 것을 적지 않은 인력들이 탄식할 듯. [엔칸토]의 반향이 채 식지 않은 시기라 더더욱 그렇다. 줄을 잘못 선 것을 누굴 탓하리오. 감독이 바로 픽사의 단편 중 하나였던 [바오]였는데, 이의 연장 선상에서 여전히 미주 지역의 아시아 커뮤니티를 다루고 있다.
그 덕에 최근 봐오던 넷플릭스 등의 3D 디지털 애니를 만들어 배급해 온 텐센트의 라인업도 살짝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래도 역시나 기대대로 비교는 불허랄 수준. 이미 트레일러 등을 통해 강조한 붉은 레서판다의 붉고 풍성한 털의 질감과 제작에서의 기술적 완결은 기대한 수준 그대로다. 우리 같은 향유층들이 익히 [김씨네 편의점] 등의 작품을 통해 익숙하던 캐나다의 아시안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근래의 K-팝 붐을 기존의 앤싱크 등의 보이그룹 열풍의 양념을 밀어 재미나게 그려낸다.
멤버가 5명인데, 왜 그룹명이 포타운이여? 왜 양아치 같이 비실비실 입고 나오는 거지? 등의 비루한 기성세대의 시선은 그냥 웃고 넘기자. 이번에도 사춘기에 입장문을 연 충돌하는 예측불허의 마음속을 재치 있게 살려낸다. 제작진의 전작 [인사이드 아웃]에선 4명의 성격 캐릭터로 이 부분을 표현했는데, 실제로 이 작품엔 4명의 절친으로 이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의 파동을 진정하는 편안함(위로와 허그?)으로 대체된다. 이 절친의 다양한 인종 구성이 근래 디즈니의 고민을 최근작들과 더불어 대변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비단 동양이 아닌 서구에서도 붉은 머리는 일종의 편견의 역사와 함께 인식이 박혔던 색상이었다. 오히려 메이의 친척들이 붉은 색은 '동양'에선 행운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아이를 달래는 구실의 컬러가 된다. 이 레서판다로의 변이와 야수성이 가문의 뿌리를 지키게 한 모계의 힘이었다는 설정도 은근히 매력이 있다. 일송의 슈퍼 휴먼 메타와도 친근함이 있거니와, 무속이라는 설정을 현대극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쓸만한 명분이기도 하다.
오미크론의 예상하기 힘든 위세에 본작은 이 시기에 조심스럽게 공개되었다. 이 점이 무색할 정도로 유쾌한 작품이라 보다 아쉽다. 그래도 쿠키를 삽입하는 재치도 잊지 않았고, 포타운의 음악이 흐르는 컬러풀한 크레디트도 낙천적이다. 나는 부서적이지만 아이돌 그룹에 대한 팬질이나 은근히 신경 쓰이는 또래 이성에 대한 낙서와 스케치가 사는 곳 구분 없는 지역 초월의 공감대 면에서 재밌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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