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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Black Bottom, 인종, 벽, 비극.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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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Black Bottom, 인종, 벽, 비극.

trex 2022. 3. 26. 09:37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감독 George C. Wolfe의 2000년작이다. 위풍당당하지만 작품의 본질을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한 작품의 제목은 원래 극작가 August Wilson이 생전에 집필한 《Ma Rainey's Black Bottom》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적지 않은 관객들에겐 《Black Panther》(2018)로 기억할 Chadwick Boseman의 실질적인 유작이기도 해 본의 아닌 아우라까지 형성하게 되었다. 극 중 Ma Rainey 역할을 맡은 Viola Davis의 경우는 아카데미가 사랑한 여성 배우 중 하나라 작품의 수준을 균형 있게 유지해 주기도 하다.

Ma Rainey(1886~1939)가 생전 2차 세계 대전 시기부터 미국의 대표적인 블루스 녹음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가 끼친 훗날의 장르 음악인으로서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인물 선정은 유효하다고 본다. 극 안에서 묘사되는 무대에서의 장악력은 물론 상대적으로 백인 위주의 음반 산업 구조를 애초부터 거부하며, 폭군에 가까운 위세로 금전이나 밴드 멤버들에 대한 장악력을 주도하는 대목은 아무래도 젠더 정치적인 면에서나 인종 정치적인 면에서나 공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소울'을 발산하며 무대를 휘감고, 녹음 음반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흑인인 나(우리) 자신인데, 왜 지폐를 들고 있는 백인들이 주인 행세를 하냐가 그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 성격적인 면모는 실은 극 안에서의 갈등의 기본 줄기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성장과 유명세를 노리는 밴드 내 신참 트럼펫 주자(Chadwick Boseman) 레비의 기를 누르는 것은 Ma Rainey와 동료 밴드 안 선배 아저씨들의 몫이다. 

발생 긴 외모와 입담, 보자마자 자신의 끼로 상대방과 섹스(Rockn' Roll)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레비는 성장기에 눈앞에서 모친이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한 기억으로 역시나 유사한 정도로 인종 정치적인 면에서 분노와 발산할 에너지를 품은 캐릭터다. 자신이 주도할 새로운 밴드 만들기나 창작에 대한 욕심을 진정해주지 않는 내외부의 상황은 극 중 드높고 어두컴컴란 받다른 벽으로 직접 비유되기도 하다.(덕분에 영화에서나 실제 연극에서도 이 연출은 유효해 보이기도 했다.)

서로 비슷비슷하게 인종 차별과 폭력의 기억으로 얼룩졌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리코딩 작업을 통한 좌충우돌이 마무리되면 극을 마무리하는 것은 두꺼운 높은 벽 못지않게, 하나의 비유 같았던 레비의 반들반들하게 닦은 구두가 본의 아니게 밟힌 후의 우발적인 비극의 결말이다. 내가 지금 스튜디오 녹음 전에 콜라 한 컴 마시고 싶은데 그거 하나 준비 안 하냐던 마 레이니도 Black Bottom, 레비의 우발적인 행동을 보고 기겁한 멤버들도 Black Bottom, 그들의 누적된 삶의 풍경이 Black Bottom 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작품은 말미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슬슬 역사의 뒤로 사라진 저그 밴드에 이어 등장한 백인 편성 위주의 밴드 음악의 시대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론 오랫동안 방 안 책꽂이에 자리한 [마국 대중음악 : 민스트럴시부터 힙합까지, 200년의 연대기](래리 스타,크리스토퍼 워터먼 저,김영대,조일동 번역, 한울 발간)을 차근차근 되짚어 잘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Chadwick Boseman의 작품은 넷플릭스에 본작 외에도 Spike Lee 감독의 《Da 5 Bloods》 (2020)역시 제공하고 있으니 한번 정도 관람을? 베트남전이라는 대리전에 참전한 흑인 부대의 이야길 다루고 있다. 역시나 인종 정치적 언급에 익숙한 감독과 이 방향으로의 작품 선정에 고민했던 배우의 합일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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