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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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그린 나이트]

trex 2022. 3. 28. 09:35

작품은 알려진 대로 감독 데이빗 로워리가 서구의 고전 아서 왕의 전설을 베이스로 한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의 전설>을 토대로 한 영화다. 시간적 무대가 된 옛 크리스마스를 삼고 있으므로 은연중 예수의 고난과 유혹의 극복을 모티브로 극 중 젊음이 가웨인의 행로를 쫓고 있고, 군데군데 빛나는 촬영과 음악, 영미권 시문학을 인용하는 듯한 만만치 않은 서사와 해독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 같은 현대 관객들에게 최근 익숙할 (피터 잭슨의)[반지의 제왕] 류의 블럭버스터 판타지물의 풍경을 원한다면 완벽한 착오일 것이다. 작품 안엔 거대한 거인도, 신비한 초자연적 현상을 묘사하는 CG들이 있으나 '마법의 성' 같은 용을 타진하고 세상을 구원할 장대한 장면은 없다. 

그저 자신의 인생에서 하나쯤 간직하고 싶었던, 영웅담(사가 : SAGA)의 명예를 꿈꾼 남자의 백일몽이 담겨 있다. 자연의 색이자 오염을 상징하는 녹색의 의미 같이 작품은 내내 서로 대립하는 이항의 요소들이 계속 제시된다. 자연과 인공, 여성과 남성, 사랑과 욕구, 잘려나간 목, 온전한 목 등 무엇보다 타나토스와 에로스, 생과 죽음으로 대변되는 삶의 귀착점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서사의 마지막 자체가 일종의 열린 결말의 형식으로 가웨인의 선택을 보여주며, 물음표로 막을 내린다. 덕분에 이 결말을 어떤 인상으로 남기냐에 따라 감상의 여운 자체가 사람마다 다를 듯하다. 아 가혹한 얘술 영화의 태생이여...

등장 자체가 불길함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듯한 베리 키오건, 1인 2역의 연기로 가웨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대목마다 선택과 회한을 야기하는 알라시아 비칸데르, [더 킹 : 헨리 5세]에 이어 어쨌거나 중세의 복장이 어울리는 조엘 애저튼 등이 작품 안에 풍성한 질감의 존재감을 차지한다. 만만치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잊기 힘들 감흥을 줬다는 점에서 이게 사람들이 요새 그토록 종종 말하는 '시네마'의 체험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