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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들순이에게 남기는 짧은 감상_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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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들순이에게 남기는 짧은 감상_4

trex 2022. 6. 1. 09:05

영화 말고 드라마 이야긴 처음이네. 지난 주말 JTBC의 [나의 해방일지]가 막을 내렸다고 하네. 시청률을 2%로 시작해  최종적으로 6%로 마무리했다고 해. 방송국 간부들 입장에선 아무래도 박해영 작가의 전작 [나의 아저씨] 이후 나오는 차기작이라 여러모로 기대한 바가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겠지. 너와의 통화로 내가 간혹 [나의 아저씨]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한 적도 있었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 드라마라는 표현에 스며있는 버터 내음이 적지 않게 불편했어. 다들 그렇게 쉽게 인생이란 명제를 무슨 당근마켓 네고 적용한 헐값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심술. 

이 심술과 별개로 아무튼 이번 작품에 대한 시중의 반향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이더라. OTT에도 시간 간격 두고 제공되는 작품이라 그런지 리뷰하는 유튜버들의 추천과 칭찬도 잔잔하게 꽃잎 날리는 모양. 이런 반응을 보면 내 취향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보편적인 공감대에 '매력 있는' 양념이 뭔지 아는 극작가의 역량이라는 것이니 그건 인정해야겠지. 1화를 보고 이어진 시청을 고민하는 너와 달리 어쨌거나 이번에도 2개의 [나의...] 시리즈(?)를 완방한 내 입장을 말하자면, 음 어쨌거나 밀어서 추천! 쪽의 입장은 분명 아니라는 쪽이야.

나에겐 공교롭게 동시대, 그것도 같은 토일 드라마로서 상호 경쟁적인 방송국 양편에 방영했던 [우리들의 블루스]와 언뜻 비슷하게 느껴졌어. 경기도 어딘가와 제주도로 대변되는, 서울 아닌 곳의 일상과 삶에 대한 풍경 제시와 그를 통한 소위 사이다로 일컫어지는 '명대사' 모음집에 대한 욕망이 어쨌거나 낯가지럽게 하는 면이 있었고, 그걸 정당화하는 '여러분 모두 시름받고, 일상에서 진통받는 거 알아요. 힐링받으세요...' 하는 작가와 제작진의 언어가 감지되었어.

그래서 그런 메제지가 통했느냐? 그럴지도. 난 이런 분위기가 내 딴엔 'tVN 풍 드라마 증후군'으로 보여.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감동과 센스, 선곡 넘버를 내세운 여러 라인업이 나름 좋은 성과를 보였고, 현재에 이르러선 노희경, 박해경 작가진들의 필력이 깃든 이런저런 작품들의 성과로 이어진 듯해. 그 드라마 안엔 불의의 사고나 가족의 건강, 투병, 죽음들이  벌어지지. 죽음이 아니고선 삶 안에서 차분한 고찰과 반성이 웬만해선 설득력을 얻지 못하니까. 이러한 과정을 거쳐 [.. 해방일지]에서 말하는 결론은 무엇이냐-. 그건 사랑이라 카더라. 그 사랑이 나를 가치 있게 설명하고 상대와의 앞날을 영위하는 어떤 답변이라고 묘사하더라고.

딱히 반대하진 않지만 최종적인 감상으로 이 작품을 추천하기엔 내겐 좀 머쓱한 구석이 있지. [... 아저씨]도 그렇고, 이 작가의 극중인물 일부에겐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생 바닥의 배경으로 어두운 설정이 깔려 있어. 이번엔 호스트 바의 자금 관리 담당자인데, 그 표면에 알콜 중독이나 인지 문제를 바르더라. 그 덕분에 일부 시엋자들이 해당 극중인물 역할을 맡은 손석구 배우의 [범죄도시 1.5] 니 어떻구니 하는 농담을 하긴 하더라. 여기에 언제부턴가 징징이 연기에 관한 한 전문직이 된 이민기 배우 등을 더하면, 한결 장르 친화적인 친밀함(?)을 얻는 단계까지...

너도 알겠지만, 이번에도 방영 완료 이후 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언급할 작품이고, 또 인생 드라마 포지션도 차지하겠지. 이번 역시 나의 입장은 큰 변화가 없을 거야. '인생이란 명제를 무슨 당근마켓 네고 적용한 헐값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문장을 ctrl C=> ctrl V 해본다. 인생과 일상이라는 명제를 내내 힘주어 교훈 주려 한 작품이라지만, 이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