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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R : 라이즈 로어 리볼트]

trex 2022. 9. 5. 14:00

SNS에서 호평이던 작품을 이제 다 볼 수 있었다. S. S. 라자몰리 감독의 [바후발리] 시리즈도 비슷한 정도의 유명세 덕에 조각조각 감상한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관람에 있어 그때처럼 쾌청한 기분은 아니었다. 문화의 갭을 핑계로 대기엔 요즘 같은 세상엔 내 역량의 부족함을 자수하는 격일 테니 그만 업급하는 게 좋을 듯. 러닝타임 3시간 동안의 식민지 환경을 뚫는 액션의 몸부림이 유감없이 이어진다. 기본적인 물리법칙을 가볍게 뛰어넘는 자유로운 활공 같은 인물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호랑이와 늑대 같은 야생 동물들이 그쪽 영화계 산업의 물량공세를 입고 활기차게 몸짓한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본작이 화법이 중요시 한, 식민지 피해자들의 울분을 발산하는 대목들이다. 고문과 린치의 대상이 피해자에서 침략자로 이동하고 자연스레 총탄과 화살은 지배자의 머리와 가슴을 겨눈다. 엔딩 크레디트에서 인도 역사의 인물들이 하나둘 제시되는 것이 이들의 민족주의적 시선에서 제법 중요한 언급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발리우드 작품답게 춤과 노래, 율동이 뮤지컬처럼 작품의 주된 서사와 서술에 기여하고 있다. [바후발리] 시리즈가 극 중 인물의 성별상 남성에 비중을 할애한 것은 물론 하이톤의 여성 보컬의 비중이 높았음을 상기하면, 서로 대립된 환경의 두 남자의 우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RRR]의 노래엔 텁텁한 남성 보이스의 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정과 연대, 가족에 대한 약속, 연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대한 표현력엔 전하고픈 이야기가 참으로 많구나하는 실감을 준다. 후반부 남성들의 건강한 신체에 대한 찬양과 독립을 향한 투혼의 몸부림에 와선 미안하게도 북쪽 국가 수령님 찬양송에 자본과 F/X가 투입되면 저런 형식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살짝 들었다. 물론 적지 않은 관객들에겐 우리의 [암살], [밀정] 등 식민지 강점기 배경 극화의 전례도 떠올랐을 듯하다. 열강의 틈새에서 생존의 자구책을 힘겹게 마련했던 국가의 후손으로선 이 정도 익숙함을 가졌다. 이 정도의 감상을 뛰어넘는 뜨뜻한 감정이 부족했던 것은 아무래도 이 팔뚝 굵은 톨리우드 항우 전사들의 발산과 한풀이에 완전한 몰입으로 감상하기엔, 내 감상의 시선으론 이래저래 부족한 대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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