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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 물의 길]

trex 2022. 12. 27. 14:19

세상 모든 블럭버스터의 전범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이 그랬듯 시리즈의 2편은 서사의 클리프행어에서 딱 끊어주며 시리즈에서 수혈을 가한다. 멀게는 [대부 2]가 그런 역할을 했다고 하고, 그나마 가깝게는 [매트릭스 리로드]가 그랬다. 흐름과 역할은 달랐지만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도 일종의 동일한 역할을 수행했다. 무엇보다 [에일리언 2]와 [터미네이터 2]를 통해 한쪽에선 속편의 제왕으로 불렸던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이니 그 기대는 오죽했을까 싶다. 그것도 무려 13년 만의 신작이기도 하고, 총 러닝타임 192분에 달하니 한편으론 대단하다 싶다. 그야말로 제임스 카메론이 제임스 카메론 했고 아바타가 아바타 했다는 실감이 든다.

여느 2편이 그랬듯 아바타의 시리즈 2편 역시 1편 자체를 소환한다. 극중 마일스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 분)이 아바타를 통해 신체를 전이한 후 적응 과정에서 주변 기기를 파손하며 혼선을 겪는 대목은 영락없이 1편의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의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속편을 위한 전편에 대한 복습이 필수는 아니지만, 가볍게 외출 전 짧은 시청을 했는데 여러모로 관람 때 이해가 용이한 건 사실이었다. 13년 당시에도 경천동지 한 장면의 연속이었는데, 이번엔 더욱 강화된 파장공세의 작품이 되었다.

1편 개봉 이후 세상에 등장했던 [레디 플레이어 원], [알리타 : 배틀 엔젤]은 예외 없이 시각 효과의 형제 같은 목록이었는데, 그들에게도 향후 속편이 허락된다면 더욱 빈보한 사운드와 영상의 결과물이 나올 듯하다. 물론 천정부지의 예산을 감당할 제작사와 디렉터가 세상에 둘 이상 등장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겠지만. 아무튼 제임스 카멜론이 그가 창조한 판도라 행성의 생태계에선 해양과 바다 생명체가 중요한 대상이 되었다. 그가 꾸준히 작업했던 심해 다큐멘터리나 [타이타닉]의 예시를 생각하면 쉽게 연결되는 방향성이기도 하다. 

관객의 입장에선 해저의 한정된 환경에서 숨이라도 마음 놓고 호흡할 공간을 찾는 등장인물들이 유난히 슬퍼 보였다. 세월호를 비롯 올해의 수해, 이태원의 일들이 떠올랐고 괜스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것이 사람의 일이라면 작품은 지구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아바타 : 물의 길]은 우영우도 좋아할 것 같은 작품이다. 극중 판도라 행성의 환경은 실상 지구 생태계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도 인류와 교감하는 수중 포유류 고래와 유사한 생명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시리즈는 [늑대와 춤을]. [라스트 모히칸], [블랙 펜서] 등을 닮았다가 이번엔 [프리 윌리]까지 연상케 할 지경이다.

생명과 소통, 연결의 문제에 천착하던 아바타의 테마는 이번엔 가족의 탄생과 생과 죽음을 통한 영겁회귀의 영역에 닿는다. 제이크 설리를 중심으로 한 다문화 가정 탄생의 순간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악역에게까지 해당이 되거니와 이것은 아마도 앞으로 공개될 3편으로 이어질 줄기를 형성한다. 아무튼 3시간에 육박하는 방대한 러닝타임 중 수면욕으로의 나락은 없었고, 소년 소녀 세대의 성장과 또래 집단 사이의 갈등이라는 청춘물 수준의 이해하기 쉬운 서사와 펑펑 터지는 폭죽 잔치가 즐비하다. 일단 오락물로서의 본위에 충실한 작품이니까. 그래서 연말에 어울렸다. 삶에서 이렇게 블럭버스터의 환상을 허용하며 1년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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