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9/03/08 (2)
Rexism : 렉시즘
코믹스 바깥으로 나와 상영관 안에서 묘사된 히어로들은 때론 책보다 더 쿨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걸 DC 보다 마블 쪽이 조금 더 잘 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자주 하니까 회수가 잦은 것이고, CG의 단점을 극복하는 생기라는 영역이 그걸 강화하는게 있다. 가령 [캡틴 마블]도 그렇고 앞으로 개봉할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도 CG 면에서 취약하기 그지 없는데, (가령 스크럴 분장은 CG로 묘사되었던 랜턴 군단들을 보는 것보다 더 민망한 일이었다) 그래도 그들이 여전히 승산이 있는 것은 인물들의 생기와 ‘잘한다고 칭찬 받으니 더 신나서 칭찬 받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부인하기 힘들 듯하다. [저스티스의 시작]이 묘사한 배트맨과 슈퍼맨의 그 뻣뻣하고 다시는 상기하고 싶지 않은 둔한 모습..
엔딩 크레디트를 제외하고는 상영 시간을 꽉 채운 흑백 화면과 취급하는 인물에 대한 사적 흐름과 관계없이 작품의 흐름에 꿰맞춰 생전의 윤동주의 시구와 낭독을 깔아주는 연출 등은 소멸한 문예영화의 흐름을 계승하는 듯 보인다. 여기에 보태서 다루는 인물과 이야기 그 자체로 마치 문청들을 위해 준비한 듯한 인물 대비(운동이냐 고결한 예술 정신의 지킴이냐!), 향토와 서슬 퍼런 세상의 대조는 한동안 잃었던 어떤 투명한 영혼을 바라보는 부끄러움을 안겨준다. 부끄러움, 그렇다 작품 전반이 다루고 있는 윤동주의 마음속 풍경이자 시적 테마의 요체인 그 부끄러움이다. 그 부끄러움의 근본엔 동무가 이룬 성취에 대한 열등이 근원에 자리 잡고 있고, 종내엔 시대 앞에 쟁투해야 할 청춘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고뇌와 파국에의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