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9. 30. 11:31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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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소울 「What If I Fall In Love With A.I.」

공중도둑과  『무너지기』 (2018) 속에서 무너지는 모든 심상을 그려내며, 「무소식」 안에서 한 쪽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당시의 썸머소울은 마치 불안한 유년기의 파르르함이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주도한 곡에서 트립합과 신스팝의 양가적 공기를 교류시키는 연출을 발휘하며 다른 일면을 들려준다. 사랑을 택한 주체의 사랑, 그 사랑의 대상이 된 타자 역시도 주체로 등극시키며 굳은 관념의 와해를 유도하는 주제의식 탓일지도 모른다. 테마를 상기시키는 전자음의 배열에도 싱어 자신의 음색이 지닌 주도도 퇴색하지 않는다. ‘피처링 넘버들에서 자주 접했던‘ 수식과 벽을 가르는 본격적인 일면의 시작. 아 당연히 테마를 공유하는 다음 트랙 「A.I. (Artificial Impression)」의 감상과 뮤직비디오 시청도 잊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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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29. 13:29

제작자 곽경택에게 부산은 우정과 회한의 고장이었던 적이 있었다. 후속편의 잇따른 흥행 실패 덕에 이 가짜 우정 이야기, 폭력 과시 이야기들의 행진곡은 막을 내렸다. 그는 다시 나쁜 범죄들과 그 해결을 더디게 만드는 끈끈한 한국 토양의 지역성으로 부산을 내세우며 작품을 이어간다. 이제 감독이 아닌 제작자의 위치에 선 그는 여전히 김윤석을 캐스팅하여 일견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안도하자. 최근 이춘재 사건도 다시금 이런 일들을 새삼 상기시켰지만, 연쇄 범죄자들의 내면을 신비화하며 사건들을 냄새나게 장식하는 노선을 거부한다. 물론 그런 혐의의 기운을 완전히 지우진 못하지만, 그래도 작품이 중점을 두는 것은 나쁜 사람이 언어로 형언하기 힘든 나쁜 일들을 저질렀고 그 내막을 파헤치고 단죄하는 직업 종사자들의 과정 자체의 진심의 초점이다. 이런 성실함과 천착은 [조디악] 등의 작품과도 유사하게 보이지만, 한국 영화의 공기와 지역성이 가진 색채는 투박한 맛을 숨기기 힘들고 오히려 그것이 [암수살인]을 기억하게 만든다.

- 넷플릭스로 시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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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28. 10:11

작년에 본 [침묵]에 이어 넷플릭스에 [특별시민]이 들어와 볼 수 있었다. 두 영화 내게 혼동되는 작품이었는데, 마침 이 작품도 일종의 최민식-이수경 배우 부녀 유니버스로군. 두 사람의 충돌이 좋은 갈등의 그림을 만드는데, 합이 좋은 모양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특별시민]에선 [침묵]에서 조성되던 그 톤은 형성되지 않는다.

곽도원을 위시하여 좋은 조연 배우들의 격전장 같은 작품인데 등장에서 그려낸 인상을 차차 흐리며 퇴장당하는 인물들에 당황했다. 류혜영과 라미란이 맥없이 퇴장하고, 별 힘도 없는 대사를 뱉으며 의분을 연기해야 하는 심은경에겐 참 난감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곽도원은 곽도원처럼 연기하고, 문소리는 여전히 빛을 내는 연기를 하는데 캐릭터가 이야기에 기여를 못하니 극은 말라붙어 보인다. 최민식이 분전하며 상추 잎 세 겹으로 고기쌈을 해 먹으며 탐욕의 소화를 하지만 결말은 흐리다. 얄팍하고 설득력 없는 흔한 정치혐오 정서로 버티고 있으니 이야기의 새로움은 없다. 권력에 취한 자의 도덕 불감은 참 손쉽고 만만한 연출이라는 오해를 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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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24. 19:12

구부전
국내도서
저자 : 듀나(Djuna)
출판 : 알마 2019.07.10
상세보기

듀나의 초기작부터 이어오던 정서는 성적 지향성에 대한 구분 없는 연인 관계, 그리고 고정되어 보이는 부녀 관계 등에 대한 차가운 온도의 매듭. 무엇보다 대기권 안팎을 누비는 형형색색의 인공-자연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비행체들의 행진 등이 일단 떠오른다. 이것은 밀린 단편들을 묶어 출간한 이번 두 권의 도서에도 여전한데 그는 그만의 방식대로 또 한 번 더 깊어져 가는구나 싶었다. 다른 시간의 선을 그려내는 중세(여기엔 서구뿐만 아니라 한반도도 포함)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논리로 생성된 신과 인간과의 관계 등의 이야기들이 추가되었다. 여기엔 조금 더 작가만의 논지가 개입된 드라큘라 이야기도, 고전적인 테마인 시간여행에 대한 고집스러운 입장들이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 장편으로 즐거웠던 [대리전]의 원형도 만날 수 있고. 듀나 세계관과 현 한국 SF 서사 안에 존재하는 청소년들의 생기, 무엇보다 읽을 때 여운이 남을 수 밖에 없었던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가령 '미래관리부', '수련의 아이들', '두 번째 유모', '추억충', '가말록의 탈출' 등... 아 그렇다 쉽게 이해가 잘 되는 이야길 선호하는 편이다. 다시 읽기의 과정을 거친다면 당시에 안 보이던 대목들과 이야기가 다시 보일 듯하다.

두 번째 유모
국내도서
저자 : 듀나(Djuna)
출판 : 알마 2019.07.10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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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23. 11:27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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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에프알디 「Romance」 

커널스트립에서 동찬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수용한 음악인은 또 한 명의 전자음악가 덥인베인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내놓는다. 음반 『안개』(2018)이 제명 같은 은밀함을 지닌 작업이었다면, 이번엔 웬걸 태연하게 만든 하우스 사운드다. 곡의 마무리를 앞둔 살짝 전환이 있지만, 곡 전반이 이런 것도 하는구나 하는 작은 끄덕임을 준다. 그럼에도 묘하게 영기획 쪽 음악들이 그러하듯 부담스럽지 않은(?) 지적인 자리매김과 사변적으로 들리는 문체랄까 싶은 감이 느껴진다. 이게 영기획과 음반 발매 음악인들과의 적절한 거리감과 교류에서 파생하는 ‘전자음악 맛집 레시피’의 비결인지는 모르겠지만. ★★★


전국비둘기연합 「끼리끼리」 

아폴로18 음반 발매 오프닝 등에서 동료이자 은근히 동생뻘의 위치를 자임해야 했던 과거의 전비연이었지만, 이젠 뭐 논박을 불가능하게 하는 ‘꾸준하고 성실한 밴드’ 음악인으로 지금까지 생존해 남아있다. 그래도 1분 50여 초에 달하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밴드의 태도는 여전하다. 논지가 명료한 – 너네들은 좆나 구리고, 우리는 로큰롤이다! - 가사와 2인조 안에서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배기량으로 어제도 오늘도 개러지 화이팅이다. 음악을 둘러싼 게시판의 드문드문 올라오는 담론과 지식 경연, 작품성, 장르 등의 이야기를 꽤 무기력하게 만드는 순수한 신경질과 완력으로 뭉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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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21. 23:56

작품에서 이야기하듯이 1994년 여름, 김일성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폭염이 왔다. 여기서 정지될 사적인 94년의 기억인데 [벌새]의 중반부 이후엔 한국의 역사가 기록할 침통할 기록이 하나 더 추가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밴드 넥스트가 94년에 발매한 음반, Being은 이듬해, 95년 음반 World의 수록곡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로 확장된다. 사적인 역사의 기록에 대한 나의 감상은 이렇게 추가되었다. 강렬했던 시대였다. 이 참혹한 일들에 결부된 이들에겐 지금도 잊기 힘든 멍을 남겼을 것이다. 

[벌새]는 여기에 대해 공론을 위한 분노 촉발이나 구슬픈 진혼곡의 메들리를 하는 대신, 당시 한 중학생의 시선과 여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주인공 은희는 세상과 외부의 관심과 보듬을 요하며, 지속적으로 호흡하고 관망한다. 그런 은희를 보는 카메라의 시선 역시 차분하고 끈기를 가진 자세로 임한다. 그 관망과 관찰이 결실을 보여주는 마무리가 주는 참으로 말 못 할 감정들을 안겨준다. 이렇게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이 차분한 인내는 작품의 미덕이다. 이렇게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그들이 서로 연루되고, 만들어내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질감을 두텁게 만든다.

멍한 표정으로 인내하며 살아가는 엄마 안의 에너지와 알 수 없는 속내, 응축된 감정을 뭉친 실타래처럼 안고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언니, 결코  잠자코 살아가는 것만은 삶의 본질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한문 선생님, 주인공 은희 안에 인연과 한 시절의 사랑이 가진 감정의 편린을 알려주는 주변 사람들 모두 질감을 가지고 생동감을 보여준다. 그것이 [응답하라] 시절과 다른 세상을 비춰준다. 그리고 조의를 표하고 진혼곡을 작사하는 역할 대신 비균질적인 삶 안에 관망과 더불어 한국영화라는 매체가 그간 상실했던 성숙의 지표를 다시금 재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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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17. 11:03

 

영국산 시리즈답게 시즌 당 회차 개수가 차라리 적다 싶을 정도로 경제적이고, 문체의 맛은 참 맵다. 못됐다 싶을 정도의 발상을 근접한 미래의 상황에 빗대어 기술 이상주의의 양면을 보여주며 녹여낸다. [공주와 돼지]는 시즌 1 첫화답게 가히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선전포고에 가까워 보였다. 우린 이런 거 만들고 보여줄 테니 각오하라는. 하겠냐 싶은 것을 꼭 시키고야 마는 짙은 심술이 느껴졌다. [핫 샷]은 다이어트 산업 비웃고, 인앱 결제 및 구독 서비스 플랫폼 비웃더니 급기야 [갓 탤런트] 시리즈 및 여러 서바이벌까지 조소하더니 급기야 섹스 산업의 이면을 예의 그 더러움으로 흥. [당신의 모든 순간]은 최근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판권을 아예 샀다는데, 하기사 아이언맨 시리즈 연상케 하는 시스템의 UI가 그럴싸하니 예쁘긴 하더라. 시즌 2도 슬슬 시청 시작했는데, 진한 기술 불신과 인간 불신 구덩이에 당분간 빠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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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9. 11:02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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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기획한 「안녕」

자립음악인 회기동단편선이 솔로와 밴드 활동을 거치며, 음반 디자인 커버에서의 도발과 음악 자체의 야심을 이런저런 방향으로 표출한 시기 이후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월급 받고 사는 사람’의 입장으로 역량 있는 다른 음악인들의 보도 자료를 보내며 조용하게 보내던 때 당시가 조금 슬펐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기획한이 회기동단편선으로서의 제자리는 아니지만, 음악했던 사람 생활인 박종윤으로서의 원류 중 하나인 것은 새삼스러운 발견이다. 보컬조차도 의기투합과 청춘의 시절을 – 그 나이대의 생활인 박종윤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 연상케 하는 맑은 기운을 드러내고, 영락없는 모범적인 기타 팝 연주가 정감이 간다. 작별의 것일 수도 있고, 해후의 것일 수도 있는 ‘안녕’이라는 인사말은 세월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고 예술인이었던 회기동단편선이 생활인의 낯을 숨기지 않는 박종윤의 모습으로 혹시나 기다렸을지도 모를 불특정 다수에게 건네는 단어일 것이다. ★★★☆


코토바 「소멸의 소실」

일본어로 ‘언어’를 지칭하는 밴드명에도 코토바의 음악은 지시의 목적을 수행하는 언어의 태도보단 관념의 세계에 더 가깝게 들리고, 이런 아이러니를 즐기는 듯하다. 아주 잠시 지나가는 일본어 가사는 많은 정보와 단서를 주진 않는다. 러닝 타임을 채우는 것은 여타의 매스 록 밴드들이 그러하듯 청명한 톤의 기타, 재즈를 닮았으나 조급함과 듬직함이라는 두 얼굴을 각자 교차로 수행하는 성실한 베이스와 드럼이다. 후반부 포스트록의 체온 속에서 아련해지다가 명징한 띵함을 그 인상은 뚜렷하다. 태생과 취향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 등이 주목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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