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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27 ) === == = ==== 썸머소울 「What If I Fall In Love With A.I.」 공중도둑과 『무너지기』 (2018) 속에서 무너지는 모든 심상을 그려내며, 「무소식」 안에서 한 쪽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당시의 썸머소울은 마치 불안한 유년기의 파르르함이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주도한 곡에서 트립합과 신스팝의 양가적 공기를 교류시키는 연출을 발휘하며 다른 일면을 들려준다. 사랑을 택한 주체의 사랑, 그 사랑의 대상이 된 타자 역시도 주체로 등극시키며 굳은 관념의 와해를 유도하는 주제의식 탓일지도 모..
제작자 곽경택에게 부산은 우정과 회한의 고장이었던 적이 있었다. 후속편의 잇따른 흥행 실패 덕에 이 가짜 우정 이야기, 폭력 과시 이야기들의 행진곡은 막을 내렸다. 그는 다시 나쁜 범죄들과 그 해결을 더디게 만드는 끈끈한 한국 토양의 지역성으로 부산을 내세우며 작품을 이어간다. 이제 감독이 아닌 제작자의 위치에 선 그는 여전히 김윤석을 캐스팅하여 일견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안도하자. 최근 이춘재 사건도 다시금 이런 일들을 새삼 상기시켰지만, 연쇄 범죄자들의 내면을 신비화하며 사건들을 냄새나게 장식하는 노선을 거부한다. 물론 그런 혐의의 기운을 완전히 지우진 못하지만, 그래도 작품이 중점을 두는 것은 나쁜 사람이 언어로 형언하기 힘든 나쁜 일들을 저질렀고 그 내막을 파헤치..
작년에 본 [침묵]에 이어 넷플릭스에 [특별시민]이 들어와 볼 수 있었다. 두 영화 내게 혼동되는 작품이었는데, 마침 이 작품도 일종의 최민식-이수경 배우 부녀 유니버스로군. 두 사람의 충돌이 좋은 갈등의 그림을 만드는데, 합이 좋은 모양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특별시민]에선 [침묵]에서 조성되던 그 톤은 형성되지 않는다. 곽도원을 위시하여 좋은 조연 배우들의 격전장 같은 작품인데 등장에서 그려낸 인상을 차차 흐리며 퇴장당하는 인물들에 당황했다. 류혜영과 라미란이 맥없이 퇴장하고, 별 힘도 없는 대사를 뱉으며 의분을 연기해야 하는 심은경에겐 참 난감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곽도원은 곽도원처럼 연기하고, 문소리는 여전히 빛을 내는 연기를 하는데 캐릭터가 이야기에 기여를 못하니 극은 말라붙어 보인다..
구부전 국내도서 저자 : 듀나(Djuna) 출판 : 알마 2019.07.10 상세보기 듀나의 초기작부터 이어오던 정서는 성적 지향성에 대한 구분 없는 연인 관계, 그리고 고정되어 보이는 부녀 관계 등에 대한 차가운 온도의 매듭. 무엇보다 대기권 안팎을 누비는 형형색색의 인공-자연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비행체들의 행진 등이 일단 떠오른다. 이것은 밀린 단편들을 묶어 출간한 이번 두 권의 도서에도 여전한데 그는 그만의 방식대로 또 한 번 더 깊어져 가는구나 싶었다. 다른 시간의 선을 그려내는 중세(여기엔 서구뿐만 아니라 한반도도 포함)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논리로 생성된 신과 인간과의 관계 등의 이야기들이 추가되었다. 여기엔 조금 더 작가만의 논지가 개입된 드라큘라 이야기도, 고전적인 테마인 시간여행에 ..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21 ) === == = ==== 에프에프알디 「Romance」 커널스트립에서 동찬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수용한 음악인은 또 한 명의 전자음악가 덥인베인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내놓는다. 음반 『안개』(2018)이 제명 같은 은밀함을 지닌 작업이었다면, 이번엔 웬걸 태연하게 만든 하우스 사운드다. 곡의 마무리를 앞둔 살짝 전환이 있지만, 곡 전반이 이런 것도 하는구나 하는 작은 끄덕임을 준다. 그럼에도 묘하게 영기획 쪽 음악들이 그러하듯 부담스럽지 않은(?) 지적인 자리매김과 사변적으로 들리는 문체랄까 싶은 감이 느껴진다. 이게 영기획..
작품에서 이야기하듯이 1994년 여름, 김일성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폭염이 왔다. 여기서 정지될 사적인 94년의 기억인데 [벌새]의 중반부 이후엔 한국의 역사가 기록할 침통할 기록이 하나 더 추가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밴드 넥스트가 94년에 발매한 음반, Being은 이듬해, 95년 음반 World의 수록곡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로 확장된다. 사적인 역사의 기록에 대한 나의 감상은 이렇게 추가되었다. 강렬했던 시대였다. 이 참혹한 일들에 결부된 이들에겐 지금도 잊기 힘든 멍을 남겼을 것이다. [벌새]는 여기에 대해 공론을 위한 분노 촉발이나 구슬픈 진혼곡의 메들리를 하는 대신, 당시 한 중학생의 시선과 여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주인공 은희는 세상과 외부의 관심과 보듬을 요하며, ..
영국산 시리즈답게 시즌 당 회차 개수가 차라리 적다 싶을 정도로 경제적이고, 문체의 맛은 참 맵다. 못됐다 싶을 정도의 발상을 근접한 미래의 상황에 빗대어 기술 이상주의의 양면을 보여주며 녹여낸다. [공주와 돼지]는 시즌 1 첫화답게 가히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선전포고에 가까워 보였다. 우린 이런 거 만들고 보여줄 테니 각오하라는. 하겠냐 싶은 것을 꼭 시키고야 마는 짙은 심술이 느껴졌다. [핫 샷]은 다이어트 산업 비웃고, 인앱 결제 및 구독 서비스 플랫폼 비웃더니 급기야 [갓 탤런트] 시리즈 및 여러 서바이벌까지 조소하더니 급기야 섹스 산업의 이면을 예의 그 더러움으로 흥. [당신의 모든 순간]은 최근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판권을 아예 샀다는데, 하기사 아이언맨 시리즈 연상케 하는 시스템의 ..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14 ) === == = ==== 그들이기획한 「안녕」 자립음악인 회기동단편선이 솔로와 밴드 활동을 거치며, 음반 디자인 커버에서의 도발과 음악 자체의 야심을 이런저런 방향으로 표출한 시기 이후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월급 받고 사는 사람’의 입장으로 역량 있는 다른 음악인들의 보도 자료를 보내며 조용하게 보내던 때 당시가 조금 슬펐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기획한이 회기동단편선으로서의 제자리는 아니지만, 음악했던 사람 생활인 박종윤으로서의 원류 중 하나인 것은 새삼스러운 발견이다. 보컬조차도 의기투합과 청춘의 시절을 – 그 나이대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