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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심야의 다양한 군상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심야 식당] 같은 선례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소시민들의 소박한 다짐을 휴머니즘의 색채로 답답하게 긍정하고 응원한다는 점에서 엔카 음악을 연상케 하는 심야 식당과는 구분이 가는 게 야쿠자에게 상납을 해야 하는 도심의 잉여 인생들과 범죄자(와 협박을 당한 희생자), 비일비재한 가정 폭력을 겪은 등장인물, 초라한 꿈의 실현을 갈구하는 아이돌 산업 종사자, 그 주변부의 인생들, 로또에 당첨된 청년 그리고 그의 당첨금을 노리는 어둠의 손길, 떡상을 노리는 유튜버, 매번 경쟁에 도태되는 한물간 스탠딩 코미디언 듀오, 모바일 게임 중독으로 인해 정신이 긁힌 캐릭터 등 제법 다양한 이들의 사연을 흝어본다. 안도가 되는 점이라면 제법 엉켜있는 이런 군상의 사연이 그래도 종내엔 나..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8069 김반장과생기복덕 「들판의 시대」 드럼을 통한 가락과 생기복덕(生氣福德)이라는 표현까지, 음악인 김반장이 꾸준히 천착하던 정서는 새삼 되짚어본 그의 경력에서 아주 벌어지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가 레게를 향해 꾸준히 들려준 음악의 자리를 대신해 차지한 것은 록인 모양이다. 김세형의 덥과 기타는 아련한 무드를 형성하다 점차 고조하는 포스트록으로 전이하는데, 중후반에 이르면 바싹하게 마른 논밭을 지피는 불길처럼 변모한다. 지금까지 그의 음악에서 듣지 못했던 흐름을 발견한 기분. ★★★1/2 키스누 「A Dream Of Wings」 레딧 상으론 송은석의 원맨밴드에 가깝게 보인다. 그의 낭랑..
[코다]는 제37회 선댄스 영화제에서의 반향을 시작으로 지난 오스카 작품상 수상에 이른 작품이다. 수상 결과에 대해서 매번 그렇듯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음악과 가족이라는 휴머니즘 있는 테마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나라 관객에겐 익숙한 분위기의 작품이다.(가령 [빌리 엘리엇]의 전례를 생각한다면 비슷한 톤의 온기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애초에 애플 TV를 통해 론칭한 작품인데, 최근 넷플릭스에 제공되어 이번 기회에 볼 수 있었다. 작품이 아닌게 아니라 극 중에 아이폰이 나오는데, 평소에도 장애인을 위한 UI/UX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자처했던 회사의 라인업다운 분위기의 작품이라 칭할 수 있을지도. 주연 배우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 출연진 모두 실제 청각장애인이고 그들의 일상과 세상 속 불화와 충돌..
또 변호사다. 공중파든 크고 작은 숱한 OTT 및 케이블 채널 드라마에 나오는 직업군 변호사이다. 나를 비롯해 우리는 이미 [데어 데블]을 통해 히어로물 안의 변호사라는 직업군을 마주친 적이 있다. 맷 머독은 그렇게 [스파이더맨 : 노웨이 홈]에서의 깜짝 등장을 시작으로 시리즈 자체가 넷플릭스 => 디즈니 플러스로의 이관을 거쳤고, 자연스럽게 [변호사 쉬헐크] 에서의 등장과 후속 시리즈를 예고하고 있다. 여러 불만이 많겠으나 히어로물의 지형도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가지고 있는 절반 가량의 위상은 분명 부인할 수 없겠다. 완다 막시모프가 왜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모성 몬스터가 되었는지 비시청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타노스에 이어 새로운 PHASE의 악역 보스가 누가 됐는지 등의 문제는 이 서비스의 주된 시..
최근 어떤 분의 팟캐스트를 챙겨 듣기 시작했는데 마침 [날씨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그렇지 않아도 올해 여름 여러 곳에서 비로 인해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는데, [날씨의 아이]가 그 비로 인한 예상치 못한 수난을 다루고 있기도 하고 이 작품 [표류단지]가 그치지 않는 비와 그로 인해 범람한 대양을 그저 떠다니는 주택 단지를 다루고 있어 심정적으로는 맞아떨어졌다. 물로 가득찬 세상을 두둥실 떠다니는 허름한 단지 건물, 그 건물을 배 같이 여기며 정상적인 세상으로의 경로를 모색하는 '소년소녀 표루기'라는 점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 ' boy meet girl의 원칙을 나름 준수하거니와 사적으론 둔촌 주공의 기억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소년소녀의 모험과 그에 따른 귀결은 사실 실제로 벌..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8063 국악전자유랑단 「요즘 양반」 휘청거리는 해금을 들으며 어느새인가 일렉트로닉 장르는 말할 나위 없고 어느새인가 포스트록 등 씬의 다양한 갈래만큼이나 여기저기에서 역할을 수행중인 국악기의 존재를 이번에도 실감했다. 물론 본작에선 다양한 악기의 활용 중 메시지를 품어 발산하는 창(唱)의 존재가 중요할 것이다. 권단의 후련하고도 꼬인 심사를 반영한 목소리를 받쳐주는 전자음악의 비중은 DJ플래시핑거와 주붐을 주축으로 활동중인 뉴튼이 완성했다. 고조시키다가 풀리다가,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이 거미줄 타래 같은 창작물은 쾌락과 긴장이 공존하는 혼성 장르 작품으로서의 매력을 선사한다. ★★★1/2..
시즌 3과 4의 전환을 만드는 사건은 척의 자살이다. 지미에게 콤플렉스의 대상이자 생활의 난관 자체였던 척이 실은 그 자신이 성장기 때부터 꾸준히 지미에게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극은 여러모로 실토한다. 여기에 꾸준히 누적되었던 '미끄럼' 지미의 처세와 사기꾼으로서의 면면에 대한 뿌리도 확인할 수 있다. [브레이킹 배드]와 비교해 한결 확 와닿지 않았던 극의 매력이 뭔지 조금이나마 짚였던 시즌들이었다. 지미를 단순히 변호사로의 길을 향해 헤매는 자연인이 아닌, 기형적인 캐릭터 '사울'로 진화(?)하는데 도움이 된 양분이 킴에게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질 시즌 5부터 이런 요소들이 아마도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거스의 카르텔 독립국도 서서히 형성될 듯한데, 자연히 여기엔 마이크..
시리즈의 첫 편인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 디피니티브 에디션]에 대해 적었던 것이 2년 전 11월 1일이었다. 나름의 인연이 있었는지 좋은 기분으로 10월 중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제작진이 내세우는 나름의 오픈 월드 속 환경과 그 속을 누비는 수많은 크리처들과 비이클의 물량 공세가 1편에 이어 여전해서 가히 영화 [아바타] 같은 자연을 연상케 했다. 제작사 모노리스 소프트가 협력 작업했던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생각해보면 공력의 기반에 공감할 수도. 6명의 캐릭터들과 개별 사연이 얼개를 이루다 말미에 자유 의지로 대변되는 하나의 통합을 이루면,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J-애니메이션 등 서브 컬처의 서사와 캐릭터성을 생각하면, 이야기의 대목은 물론 전체가 예상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