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9/03 (12)
Rexism : 렉시즘
Hired Gun. 청부업자, 음악계와 엔터테인먼트 계에도 존재한다. 단순히 땜빵이나 머릿수 채우기가 아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엄수해야 하므로 프로페셔널이어야 한다. 흔히들 이런 이들을 우리는 세션 뮤지션이라고 부른다. 대중음악의 역사 속에서 기억될 멜로디 라인과 깊이 새겨지는 기타 리프, 이름 석자보다 순간을 남긴 그들. 이들을 다루는 음악 다큐다. 수년 전 극장에서 개봉한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이 문득 떠오른다. 그땐 백보컬의 세계를 다뤘는데 이번엔 스튜디오와 무대 위에서 숙련된 연주와 음악인과의 연대로 인해 역사의 틈새를 채운 이들을 다룬다. 음악 다큐의 재미란 역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는 것이다. 메탈 팬들에겐 스티브 바이 Steve Vai, 앨리스 쿠퍼 Alice ..
수상 경력은 화려하지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좋은 영화로 기억할 생각은 없다. 편집은 단선적이고, 서사는 평이하고 명곡들의 행렬에 기댄 작품이었고 결과적으로 과대평가다. 그래도 그럴싸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밥 말리, 레드 제플린, 이 수북한 록의 만신전엔 영상화할만한 이름들의 후보 목록이 가득하다. 이미 진작에 대기의 행렬에 줄 맞춰 기다리는 이름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런 맥락에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선택한 이름 중 하나가 머틀리 크루(Mötley Crüe)라는 것은 적당히 전복적이고 적당히 도전적으로 보인다. 8,90년대 음악 듣기의 이력이 가장 풍성했던 일부 사람들에게 머틀리 크루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것을 생각하면, 악몽판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그럴싸한 문구 정도 만들 수..
팀 밀러와 데이빗 핀처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그 애니메이션 앤솔로지가 넷플릭스가 지난번에 등록되었다. 이런 형식의 애니메이션은 정말 수년도 아니 말이 수년이지 정말 옛일처럼 오래된 [애니매트릭스] 이후 참으로 간만이다. 그 당시엔 그 시간대 기준으로선 나름 신경을 쓴 CG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서구의 뫼비우스, 일본 시장의 디렉터들이 참여한 셀 애니메이션 등이 나름 다양했는데 지금 [러브 데스 + 로봇]이 보여주는 기술적 성취는 놀랍다. 언제나 문제가 되었던 CG 캐릭터들의 안구 처리와 주름 등의 디테일은 점점 실사에 가까워져 가고 있고, 유수의 게임 대작 시네마틱 트레일러들에서 보여주는 극적인 액션과 연출을 드라마 형식으로 옮기는 야심들도 볼만하다. 데이빗 핀처야 그렇다 치더라도 팀 밀러에게 이 프로젝트가..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코아화이트 「Virtual Youtuber」내 가슴을 이렇게 도키도키 하게 만드신 카와이 한 코치코치 선생님이 이토록 혼모노이신지 언제부터 알게 되었을까. 작년 발매한 『mineko』 당시만 하더라도 힙합 비트메이커로서의 일면이 도드라졌는데, 급기야 보컬로이드까지 본격 기용한 『kuroyara』(2018)와 음반 커버부터 차라리 카와이 베이스라고 믿고 싶었던 『pripara』(2018)까지 정체성을 숨길 생각이 없는 코아화이트의 행보는 본격적이다. 아마 이 웹진이 코아화이트에 대해서 향후 언급을 더 한다면 지금보다 그때는 그가 더 유명해져 있을 것이다. 본작을 실은 믹스 테이프는 이미 올 1월에 사운드 클라우드 등을 통해 발표된 작품인데, 1곡이..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알포나인틴 「Nowadays」뉴메탈을 앞세우고 있지만, 도입부는 가히 Killswitch Engage를 방불케 하는 박력이다. 첫 번째 EP에서 또렷하게 강조되던 일렉트로닉한 키보드의 흐름은 배제된 채 광포한 보컬과 메마르게 빡빡하게 쌓이는 리프는 수년 만에 나온 음반의 기세를 보여준다. 맹진 일변도에 있던 초반에서 조금씩 완급을 가하며 속도를 줄이는 중반의 연출도 인상을 준다. 4.19 혁명에서 따온 밴드명에서 멤버들은 또렷한 정치색에 대한 언급보다 삶 근간의 분노와 투혼을 강조하는 듯한데, 해독이 쉬운 영문 가사 등의 메시지를 볼 때 합당하다 생각되어 고개가 끄덕여진다.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아마도 당분간은 ..
드라마가 이제 완전히 재미를 잡았다. 이 정도 시련이면 충분하다 싶었을 때 등장인물에게 당치도 않게 가혹한 행위를 가하고(산사 스타크), 전혀 마음 한 줄기 주지 않을 것 같았던 대상에게 마음을 기울게 만들고(서세이 라니스터), 이제야 속 시원한 복수의 맛을 맛보게도 해주고(아리아 스타크), 조금씩 보상이라도 내려주는 듯한 인물들도 있고(티리온 라니스터), 아직 조금 더 성장세가 필요하리라 눌러주는 캐릭터도 있고(제이미 라니스터), 여전히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도 있고(스타니스 바라테온), 무슨 뜻이 있을지 살려두고 지켜봐주는 이도 있다.(회색벌레) 그러다가 몰려온다는 디 아더들은 오지도 않고, 매번 “윈터 이즈 커밍”이라고 겁만 먹이면 능사인가 심술일 날 때쯤 아주 혼을 빼놓게 하기도 한다. 램지 볼..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스마일리스마일 「42000ft」 사적인 고백을 하나 하자면, 비행기를 한번도 탑승한 적이 없다. 그래서 항공기 안에서의 고독이나 달팽이관이 느낄 경미하지만 잊기 힘들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 경미한 고통과 아득함은 어떤 것일까. 그것도 헤어짐이라는 울적함이 동반된 옥죄는 감정과 함께라면 말이지. 곡을 빌어 상상해본다. 중력의 원칙을 입은 채로 추락하는 흉부의 고통을 반대 방향으로 안고 가는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그것은 수면욕에 가까울 정도의 고즈넉함이 극단의 상태로 아련해지는 것을 뜻하는 걸까. 웃음과 기쁨을 자주 말할 생각이 없기에 의도적으로 지은 것일 밴드명처럼 이 듀오가 만든 사운드는 쓸쓸하다. 그렇지만 공명을 의도하며 마음의 ..
코믹스 바깥으로 나와 상영관 안에서 묘사된 히어로들은 때론 책보다 더 쿨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걸 DC 보다 마블 쪽이 조금 더 잘 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자주 하니까 회수가 잦은 것이고, CG의 단점을 극복하는 생기라는 영역이 그걸 강화하는게 있다. 가령 [캡틴 마블]도 그렇고 앞으로 개봉할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도 CG 면에서 취약하기 그지 없는데, (가령 스크럴 분장은 CG로 묘사되었던 랜턴 군단들을 보는 것보다 더 민망한 일이었다) 그래도 그들이 여전히 승산이 있는 것은 인물들의 생기와 ‘잘한다고 칭찬 받으니 더 신나서 칭찬 받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부인하기 힘들 듯하다. [저스티스의 시작]이 묘사한 배트맨과 슈퍼맨의 그 뻣뻣하고 다시는 상기하고 싶지 않은 둔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