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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엔딩 크레디트를 제외하고는 상영 시간을 꽉 채운 흑백 화면과 취급하는 인물에 대한 사적 흐름과 관계없이 작품의 흐름에 꿰맞춰 생전의 윤동주의 시구와 낭독을 깔아주는 연출 등은 소멸한 문예영화의 흐름을 계승하는 듯 보인다. 여기에 보태서 다루는 인물과 이야기 그 자체로 마치 문청들을 위해 준비한 듯한 인물 대비(운동이냐 고결한 예술 정신의 지킴이냐!), 향토와 서슬 퍼런 세상의 대조는 한동안 잃었던 어떤 투명한 영혼을 바라보는 부끄러움을 안겨준다. 부끄러움, 그렇다 작품 전반이 다루고 있는 윤동주의 마음속 풍경이자 시적 테마의 요체인 그 부끄러움이다. 그 부끄러움의 근본엔 동무가 이룬 성취에 대한 열등이 근원에 자리 잡고 있고, 종내엔 시대 앞에 쟁투해야 할 청춘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고뇌와 파국에의 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laystation Vita : 이하 PS 비타)의 퇴장은 이미 얼마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한국 게임 시장의 특성상 발매 예정 소식만큼 중요한 것은 해당 게임의 한글화 작업 발표다. 이 2가지 조건이 채워지면 해당 기기 소유 유저들의 기쁨이 되고 자연스레 기기의 생명력 역시 연장되게 마련인데, 이미 수년 전부터 이 소식에 대한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요새도 비타로 게임하는 사람도 있냐는 질문은 루리웹 같이 심술궂은 젊은 유저들이 많은 커뮤니티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비아냥 중 하나다. 발매하는 타이틀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발매 예정이었던 게임은 결국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PS 비타 발매 계획 대신 플레이스테이션4(Playstation 4)로만 단독 발매하겠다는 ..
웹진에서 주간별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매드맨즈에스프리 「Suicidol」매드맨즈 에스프리는 데스메탈과 블랙메탈을 골조로 서정적인 멜로디나 클래시컬한 장치를 탐식하듯이 소화한 후 매번 무대에서 흉흉하고 인상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잊기 힘든 비쥬얼록한 외양에 자멸적인 퍼포먼스는 소수의 지지를 부르고, 음악인 본인의 컨셉츄얼한 전략도 유효하게 이어지고 있다. 제사와 장례를 상징하는 오브제에 핏빛 액체를 뚝뚝 떨어트리고 자살 충동을 뜻하는 단어에 IDOL을 합성하는 맥락은 누군가에겐 불쾌하겠지만, 누군가에겐 해석의 여지를 남기게 할 듯하다. 곡은 일단 지난 정규반에 비해 무게감을 덜어낸 얼터 메탈을 연상케 하는 그루브함이 일렁인다. 날카롭고 드센 기조는 잃진 않았지만, 심술 사나운..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는 장률의 작품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큰 3가지의 양상, ‘거의를 노래’하는 작품이다. 과문한 나는 이를 크게 3가지 단어로 쪼개 키보드를 통해 옮기고 기록한다. 경계(지우다) 장률의 작품이 드러내는 삭막하고 비의에 젖었던 정서들은 2010년 이전 작품에서 도드라진 것들이었다. 여기엔 여성을 유린하는 남자들이 있고, 이런 서슬 퍼렇고 흉한 일들이 변방의 풍경 바깥 이들에겐 은폐되고 있었다. 작품명이기도 한 [경계]는 신나고 휘황한 남한의 영역과는 다른 연변이나 탈북이라는 바삭하고도 건조한 단어와 어울리는, 장률이 그린 세상에 어울리는 영역을 대변하는 단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우리와는 ‘상상과 구상 이외’의 곳에서 그들을 선 긋게 만드는 영토 또는 집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