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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스프리건]은 1989년에 발간된 미나가와 료지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하숙 생활에서 접한 후 익숙했던 작품이었고, 90년대 후반에 학교 상영회 등의 경로로 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어떤 식으로든 작품에 대한 인지를 하고 있었다. 당시 [아키라]의 전설인 오토모 카츠히로가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총감수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이른바 제작위원회의 이름까지 성립했던 기대작이었으니 그냥 만들어진 작품은 분명 아니었다. 이번 넷플릭스의 6부작 구성의 신작도 이 당시의 극장판 서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여전히 미국과 영국 등의 강대국 경쟁에서의 일본 특유의 불편함을 노출하거니와 아예 히틀러의 망령으로 대변되는 독일 등의 견제와 망상까지 담아내는, 활극을 빙자한 위험한 뻥튀기를 보여..
현재 판데믹 이후 진정 무드에 닿은 극장가에서 여러 우려를 딛고, 준수한 평가와 성적을 얻는 [탑건 : 매버릭]의 감독 조셉 코신스키 연출, 여기에 역시나 여름 시장에 공개될 [토르 : 러브 앤 썬더]의 크리스 헴스워스 출연 등을 등에 입은 넷플릭스 신작 [스파이더헤드]는 이번에도 적정 이상의 기대를 품으면 자칫 실망하기 십상이라는 미묘한 징크스를 이번에도 보여주었다. 조센 코신스키의 적작 중 하나인 [오블리비언]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데, 아시다시피 애플의 아이폰을 전범으로 삼은듯한 깔끔한 프로덕션 디자인 등 눈길을 낚는 요소는 여전함은 물론이고 인간을 인간됨으로 설명하는 근본적인 준칙이 뭘까 묻는다는 점에서 연출자의 의외로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다. 괜히 아는 척하며 인용하고픈 푸코의 클래식 를 떠오..
네가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길 했던 게 아마도 내가 병동에 있던 때였던가.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가 화면 안에 흐르며 지켜야 할 대상에 대해 투혼 하는 보디가드의 헌신이 홍보 영성에 나오던 게 엊그제 일 같았는데, 어느새 시리즈는 2편이 되어 지금은 그 1년이 지났구나. 보디가드의 헌신과 순애보를 보여준 두 짝은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잭슨. 연출은 두 편 공히 패트릭 휴즈. 이렇게 기복 없이 순항했고 좋든 나쁘든 품질을 유지했던 모양이네. 당시에 네가 보고 왔다고 했고, 아주 무난하게 봤다고 하던 게 기억이 나. 나름 긍금했던 참에 마침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이 되어 나도 볼 수 있었어. 다행이지. 자 - 작품은 준수했을까. [데드풀] 이후 이제 라이언 레이놀즈는 일종의..
정조 역으로 등장하는 정진영 배우를 보니 그가 연산으로 나왔던 [왕의 남자]가 떠올랐다. 이 씨 조선들의 외모는 이런 부계 유전인 모양이다. 물론 이는 이준익 감독 연출의 인연 덕이겠지. 그는 이 작품으로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실학 3형제를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류승룡 배우와 설경구를 형제로 엮었으니 목소리 좋은 실학 형제의 탄생이라 하겠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이미 KBS 등의 공중파에서 백종원 같은 양반을 출연시켜 유독 사랑했던 목록이기도 했다. 요즘 같은 시대, 워낙 먹는다는 행위를 중히 여긴 탓이 있으리라 본다. 건강과 산해진미, 여기에 먹방의 유행까지 생각하면 일찌기 먹고 살기의 관점을 새삼 상기시킨 자산어보의 존재감은 나름 특기할만하다. 이준익은 정약전의 이 저서에 대한 영화를 찍으면서..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사랑과 관능, 로봇과 테크놀로지가 교합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생명의 존엄성, 영속을 질문하던 시리즈였고 이에 자연스럽게(?) 그 전제에 대한 조소와 유머, 잔혹한 장난기를 가미해왔고 어느새 3번째 시즌이다.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과 아이디어에 가세한 것이야 그렇다 해도 제작 파트너인 팀 밀러가 [데드풀] 1편 초반의 액션과 디렉터로서의 능력치를 보여주기 위해 CG 공정물을 보여줬던 전례를 생각한다면 여러 - 실사를 방불케 하는 - 수려한 에피소드들이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총기류 사용에 제한이 없는 여러 시대의 밀리터리 배경의 에피소드들, 어쟀거나 장대한 수수께끼의 영역에 있을 우주 무대의 에피소드들, 탐욕과 오만함에 자멸로 향한 인류 문명에 대한 회의 등이 여러 곳에 묻어있다. 여..
분노의 질주 시리즈 계보와 타임라인을 짚어보면 실상 007 시리즈 못지않아 그 휘황찬란함에 얼이 나갈 정도다. 오리지널 시리즈뿐만 아니라 심심찮게 스핀오프 라인업을 통해 계보의 파생을 만드는 것은 물론 [분노의 질주]와 더불어 [패스트 앤 퓨리어스]라는 타이틀을 병행하는 일부 작품의 제목 표기 역시 이런 불편함을 야기하는 듯하다. 아무튼 [더 얼티메이트]는 시리즈상 총 9번째라고 하고, 제작진은 향후 최소한 11편까지는 만들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하긴 현재는 시리즈의 터줏대감인 빈 디젤이 본작의 라인업에 대해 애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모양이다. 그런 추세가 무색할 정도로 [더 얼티메이트]의 출연진은 괜한 코웃음이 나올 정도의 수려함을 발휘한다. 시리즈의 장대한역사를 입증할 정도로 그간..
오바타 타케시의 캐릭터 원안, 여기에 릭터들이 화면 안에서 파쿠르 하며 활강하며 뛰어 누비는 몸짓을 한정된 프레임 장수로 최적의 액션을 표현할 수 있는 수십 년간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내공이 스며있다. 그걸 구현하는 것은 [진격의 거인] 등의 작품을 만든 이들이다. 문제는 서사를 바닥에 깔아준 이는 바로 우로보치 겐인데, 그가 서사의 기초로 삼은 것은 이라는 점인데, 그 덕에 여성 캐릭터의 손애보와 희생은 뭐가 그리 대단한 덕목 인양 깔리는 전제라는 점이다. 우로보치 겐은 그의 출세작 [마마마]에서 기묘한 기류가 맴도는 자신만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조성했다. 여기서 그는 전쟁과 분쟁으로 서로를 상처 입히는 우리의 변하지 않는 미래를 근심한다. 그걸 굳이 성숙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고... 버블과 중력으로 ..
소년은 세상을 둘러싼 여러 소리와 정확하게 기재되지 않은 언어를 일종의 공해로 인식하고 헤드셋을 항상 목과 귀에서 빼지 않는다. 차분하지만 감각적인 컬러로 작화된 이 작품 안에서 하이쿠라는 옛된 문학의 양식에 여전히 애착을 가지고 있고, 한 곡의 어쿠스틱 발라드 하나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여성 싱어의 LP 등에 천착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런 소년과 'boy meet girl' 공식을 완성하는 소녀는 마치 펜데믹 시국에 어울리는 마스크로 언제나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는데, 그건 토끼 앞니 같은 돌출 이빨의 외모의 콤플렉스와 그로 인한 교정기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다. 그는 요즘 아이처럼 인스타그램 생방송 스트리밍을 통한 유명세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를 가지고 있거니와 적어도 극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