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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VHS 시절 비디오 대여 목록을 점주에게 큰 고려 없이 받아 보던 선친도 내용에 매료되어 본 타이틀이 있었으니 존 맥티아난 감독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프레데터] 1편이었다. 남미의 세력을 무진장 강한 총구와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재수 없는' 미국 하드 바디 군인들이 등장하고, 이 강하다고 잘난 체하던 인간들을 하나둘 사냥하듯 도륙하던 외계에서 온 정글 헌터 프레데터에 대한 이야기. 소년 시절 내게도 매력적인 액션 영화였다. 자연스럽게 내니 글로버가 출연한 - 사실상 아놀드에 비하면 약한 매력도의 캐스팅이긴 했다 - 2편도 대여해서 시청할 수 있었는데, 드레드 헤어의 도심 속 마약 집단과 갱단이 1편의 군인에 이어 수가 더 늘어난 프레데터들의 사냥감이었고, 시리즈는 21세기 폭스의 잔잔한 밥줄이 되..
[버즈 라이트이어]를 보고 활공하는 우주 전투기를 보니, 게임 속 숱한 항공기나 [스타워즈]를 위시해 만들어진 전투기의 계보들이 떠올랐다. 그런 걸 잘 만들어오던 할리우드 안에서 픽사가 이런 소재로 작품을 만든 것이 새삼 이제야라는 생가도 들었다. 하기사 그동안 할리우드는 [인터스텔라]를 내놓기도 했고, 한편으론 [로스트 인 스페이스].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나 아예 [매버릭] 같은 변주의 형식으로 오랫동안 자신들이 [스타워즈]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내곤 했다. [버즈-]는 그중 [인터스텔라]나 [별의 목소리](신카이 마코토)의 타임 패러독스 같은 설정을 가져온다. 디스니/픽사의 작품 답게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려는 각별하다. 어쨌거나 [토이스토리] 시리즈와 함께 성정해 온 팬층과의 유대..
우마무스메 모바일 게임이 덕후들에게 인기라고 해서 한 컷, 아무리 생각해도 말딸이라는 별칭부터 제정신이 아니로구나 라는 생각을... 상당수의 그림들은 하루의 몇 시간을 보내는 공원 산책길을 그릴 듯해요. 요즘 물총은 거의 오버워치의 솔저86의 라이플 수준이더군요. 단지 도보 산책에 비해 한결 공원엔 반려견을 데리고 온 분들이 많더군요. 몸이 여의치 않은 분들에게도 공원은 비슷한 의미의 구역이겠죠. 네 여름이니까 정적을 깨는 소독차들이 돌아 다납니다. 중년이나 아이들이나 가지고 있는 공으로 자신들만의 규칙으로 플레이를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모기들이 저를 무네요. 오랜만에 그린 돌연변이 닌자 거북 한편 장기판이나 바둑편을 그리고 플레이하는 장년분들은 언성을 높이며... 디즈니 플러스의 [오비완 케노비]..
[만달로리안], [북 오브 보바 펫] 등의 라인업에서 음악을 사용할 때 사실 해당 디렉터들은 존 윌리암스의 고유의 테마나 모티브를 따오고 싶은 충동을 누르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웨스턴 장르나 갱스터 장르 등의 주변부 콘셉트로 자신만의 타이틀을 작업했을 터인데, 이번 [오비완 케노비]는 그런 의미에서 일부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다. 작품 자체가 실상 오더 66으로 명명된 프리퀄 시기의 제다이 참극부터 다루고 있거니와 향후 '저항'의 불씨를 기반으로 한 파생의 고리가 될 것이기에 나름의 명분을 얻은 듯하다. 나름 자유롭게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를 비롯 다스 시디어스, 레아 오르가나 등 스타워즈 에픽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고, 마지막 에피소드엔 콰이곤 진(리암 니슨 분)..
디즈니 플러스를 등에 걸친 갑주 삼은 루카스 필름의 공세는 지금까지의 [만달로리안], [북 오브 보바 펫] 등은 물론 앞으로도 예정되어 있는 [오비완 케노비]. [아소카], [안도르]로 이어질 모양이고, 팬층의 지갑을 안정적으로 놔두진 않겠다는 당당한 엄포로 보인다. [- 비전스]는 포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이런 시청자를 위한 시리즈 작품이며, 특징적으로 일본 애니메이터들이 제작한 작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작품 '결투'부터 구로사와 아키라 시대의 흑백 영상물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어, 이미 [만달로리안]을 통해 스타워즈 클래식 분위기와 웨스턴 취향의 결합을 봤던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방식일 것이다. 일본 검객류의 코드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 곤란한 처지가 된 힘없는 서민과 그들을 위협하는 무..
매년 돌아오는 생일 중 언젠가 한 번은 [뉴요커] 커버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의 화집을 선물 받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내 개인에겐 과분하고, 커버 자체가 미술인 [뉴요커]의 위상을 내가 흡수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그걸 잠시나마 내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의의 정도엔 감사하고 있다.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뉴요커]를 모렐로 한 웨스 앤더슨의 영화 언어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는 마치 자신이 정갈한 잡지라도 되는 양 의젓하게 구성되어 각 챕터와 가이드라인을 보여준다. 흑백과 컬러가 대비된 화면은 물론 간혹 셀 애니메이션까지 활용하는 면에선 전작의 필모 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는 물론 [개들의 섬], [미스터 판타스틱 폭스] 등 예외적인 작품들까지 자연히 떠오른다. 아예 이번엔 그가 일종의 총망라..
완다비전의 초반 에피소드는 익히 알려진 대로 2,4회 분량이 낯설고 당황스러운 서사로 시작한다. 80년대 - 90년대 시기별 시트콤의 클리셰를 의도적으로 차용한 외연 덕에 이런 면에서의 악명은 나름 유명하다. 왜 이런 방식의 낯선 이야기가 필요했을까? 주지하다시피 절대 강적 타노스의 타도 하나만을 목표로 한 MCU의 [엔드게임]은 목적의 성취 이후 여러 파생 드라마로 그 후유증을 극복해야만 했다. [팔콘과 윈터솔져]는 스티브 로저스의 은퇴 이후 누가 '다음 방패의 주인공의 자격을 얻는가?'라는 명제로 시작하고, [로키]는 테서랙트에 대한 천착 하나로 시간선의 혼선을 향유하던 로키를 매개로 앞으로의 MCU가 감당할 멀티버스와 시간선 혼돈을 통해, 정복자 캉의 등장을 알리는 신고식을 자처한 작품이다. 그렇다..
제작진 정보를 보니 한 명은 베트남 출신, 한 명은 말레이 시아 출신이었다. 이해가 된다. 동북 아시아인에게 활극과 전쟁의 주된 배경은 아무래도 중화권인데, 시큼하고 배운 식감의 동남아시아 배경은 아무래도 낯설다는 실토를 하는 게 옳겠다. 확실히 외적으로 차이가 나는 복장과 무기류, 지브리 류에 익숙했던 시각과 타성의 기준에서 보면 용의 신체 부위를 나눈 주 세력 간의 갈등 양상과 비와 물을 보는 신성함의 의미로 달라 보인다. 이런 시선의 교정으로 어쨌거나 세상은 느린 속도로 마나 달라지는 셈이다. 안 그래도 낯선 세계를 묘사하는 시도 덕에 아무래도 요즘 식자와 문화인류학 종사자들의 트렌드(?)인 문화 전유의 관점에서도 생각할 거리들이 있지 싶었다. [뮬란]의 시행착오 연타를 거친 디즈니가 2020년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