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5. 10. 12. 13:40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고 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




러블리즈 「Ah-Choo」

 

데뷔 이래 이 팀의 곡들에 묻어나오는 정서를 하나로 함축하자면, 「놀이공원」(2015)의 가사 속 ‘몰래몰래’가 아니었을까. 「Candy Jelly Love」(2014) 뮤직비디오 속 무대인 교실에서 멤버의 자는 머리 위에 몰래 마카롱을 올리던 장면을 필두로 본 곡의 뮤직비디오의 온갖 숨바꼭질 장난(포스트잇으로 은닉하기, 박스 안에 숨기, 커튼 뒤에 숨기, 가구 안에 숨기 등)은 팀의 정서 중 주를 차지하는 짝사랑의 쑥스러움과 고백 직전의 두근대는 심경을 대변하여 보여준다. 물론 이 주 된 정서를 주조하는 것은 지금까지 윤상을 위시한 작곡팀 OnePiece의 몫이었다. 난 여전히 러블리즈가 8명의 강수지라는 의견엔 동의하지 않지만, 이 곡의 터치에 윤상의 주특기가 묻어나오는 것을 절대 부인할 수 없다. 온갖 쾌활한 척을 하며 밝은 톤을 내지만 흐릿하게 슬프게 마무리되는 앨리스 들의 이상한 나라는 그가 아니라면 만들기 힘든 세계관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나는 OnePiece와의 계속된 작업이 중단된 그 시점 이후의 러블리즈에 대해 작은 근심과 얄궂은 궁금함이 든다.

★★★1/2

 






 

이승환 「다 이뻐」

 

일찍이 국내와 해외를 오가는 공정으로 음반 제작이 이런 것이라는 자존심을 90년대 중후반부터 과시해온 이승환에게는 또 하나의 특기가 있는데, 바로 이런 방향성이다. 곡의 첫인상은 소박해 들리지만 ‘못난이가 커서’에서 ‘강 같은 평화로움 오 거룩하고 거룩하다’에 이르는 가사의 서사, 은근히 정성스럽게 조성한 화음 등 잘 만든 팝에 대한 그의 지향점이 드러난다. 음반 안에 하나 이상씩은 들어간 이승환식 소박하고 잘 만든 수록곡들의 계보는 「아침 산책」(1997), 「오늘은 울기 좋은 날」(1999) 등에서 시작해 이렇게 반갑게 돌아온 듯하다. 여기엔 솔루션스의 나루가 장기를 발휘한 편곡 작업의 공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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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4. 3. 12. 21:22

한파 없던 겨울 덕에 해동도 빠른지 음반 시장이 중견들의 잇따른 복귀에 설레는 기운이다. 사이버 가수 아닌 분명 생명체인(^^;) 이규호의 두 번째 정규반이 15년 만에 발매되고, 이소라의 신보 8집이 6년 만에 개설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발매 예고를 알리고 있다. 이뿐인가. 한국 대중음악씬의 변방인 헤비메탈씬에서 '아직도 기둥인' 밴드 블랙홀이 9년 만에 신작 [Hope]를 내놓았고, '커피 한 잔'의 여성 음악인 김추자가 33년 만에 신중현의 미발표 신곡까지 담은 신작을 내 LP 세대들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선희의 데뷔 30주년의 의미를 담은 신작, 이승환의 정규 11집 등 발매를 기다리는 음반도 수북하다. 여기에 열성적인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토이의 신작 역시 이런 기다림의 대상이라 하겠다. 이소라의 경우는 제작비 3억의 규모를 앞세우는 언론의 이바구들이 다소 민망하지만, 자신이 택한 작곡가와의 협업에서 언제나 최상치를 뽑아내는 기량과 음반 패키지에 대한 성의로 충만했던 이력에 비추어 본다면 양질의 음반이라 예상된다. 이규호의 경우는 15년 만이라 그를 기다렸던 팬들의 입장에선 들뜰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모양이다. 



비단 이소라와 이규호의 경우뿐만 아니라 복귀작이라는 것은 언제나 설렘을 주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발매 간격만 아니라 음악인 특유의 아우라가 형성된 경우, 그것은 작가의 자존심 서린 예정된 걸작 취급을 섣불리 받는 예가 흔해진 탓이다. 소급해보면 작년 조용필과 장필순, 들국화의 신작들이 발매 소식을 알렸을 당시도 이런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된 바 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다소 물음표 말풍선을 띄워 본다. 발매 예정 기대 음반에 대한 이른 찬사와 '걸작이 틀림없다'는 예견들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이건 마치 포털 영화 평점란에서 상영예정작 평가를 별 다섯 개 매기는 것과 유사한 행위 아닌가. 물론 이것은 기대심리에 의한 것이고, 이 기대심리를 개개별로 탓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탓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중견들의 기대작이 발매도 전에 반사적으로 찬양의 대상이 되고 평가에 있어 자동으로 우위에 올라오는 것이 음반을 평하는 행위에서나 음악 시장을 다루는 저널리즘의 태도에서, 또한 음악 애호가들에게 건강한 일인지는 의문을 품어본다. 



음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발매 이후 여러 요건, 음악인이 작업해온 이력 전반의 맥락과 사회적 맥락 등 여러 각도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돌아온 중견의 복귀작이라는 이름으로 바로 걸작의 대접을 받거나, 걸작이 아닐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시각에 대해선 날 선 대응을 하는 게 건강한 비평과 여론의 태도는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게 된 것일까? 이 글은 이런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글쓴이의 입장에서 이소라와 이규호의 복귀작이 범작 이하일 거라는 섣부른 단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익숙해져 온 생각의 관성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이다. 




90년대가 작가의 시대였다는 가정형.



김추자와 한국대중음악씬의 변방이나 다름없는 위치에서 '가난함'이라는 캐릭터를 강제로 씌워진 채 외면당해온 블랙홀의 경우 등을 제외하자. 이규호와 이소라, 사람들이 그토록 기다리는 토이(즉 유희열), 이승환 등은 90년대에 데뷔하여 한국에서 자국의 음반이 수십만 장 팔릴 수 있음을 알리고, 한국의 음반을 사고 듣는 것이 뿌듯한 행위임을 입증한 첫 번째 젊은 작가 세대들이었다. 이들은 이력 상 작은 부침은 있었지만, 자기들만이 낼 수 있는 문체를 가지고 각각의 음반에 의미 있게 새겨냈다. 



이 믿음과 더불어 점점 드문 해지는 음반 발매 주기의 간격 덕에 충성스러운 음악 애호가들은 오매불망 신작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이 90년대에 보여준 빛나는 광휘를 여전히 21세기에도 재현해낼 것이라는 믿음도 그렇지만, 실제 이소라의 경우처럼 21세기에 와서 더 좋은 음반을 만들어낸 실제 예도 하다. '그저 활동해주어서 고마워요.' 이상의 의미를 담은 이 굳센 충성심은 실제 결과물이 퇴색된 면모를 보여줘도 어떤 현실부정을 낳기도 한다.(글쓴이 개인적으로 넥스트의 [ReGame] 같이 말도 안 되는 작품을 긍정했던 몇 년 전을 떠올리면, 아직도 이불을 성층권까지 차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전례들처럼 앞으로 윤상과 김현철 같은 90년대의 작가들이 정규 복귀작으로 돌아온다면, 유사한 반응은 계속될 듯하다. 



음원의 시대에 음반을 만들어주신 감사함.



90년대 작가들 일군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은둔의 이미지까지 겹 씌운 장필순, 이미 음반으로는 일가를 이룰 정도가 된 조용필, 한국 음반 비평 시대의 개막과 함께 거장 대접을 받아온 들국화 등의 경우는 더욱 두텁게 형성이 된 이미지가 있다. 90년대 말 이후 아이돌의 난립과 음반에서 음원 위주로 재편된 - 그로 인해 음악인의 생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게 된! -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모양새, K-Pop 구호의 공허함 등에 질린 대중들은 이런 중견의 복귀작에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다.



한국 음악의 자존심으로 존재함에 대한 경도감이랄까? 청자의 입장에선 이들 중견의 음반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자존심 회복이자 자신의 음악취향을 빛낼 수 있는 유효한 증거물이라 하겠다. 별점과 수사학을 사용하는 평단은 혐오해도 작가주의는 긍정하는 이 대중심리의 속사정에 대해선 더욱 더 탐구가 필요할 듯하겠고, 여기서 다루기는 무리가 있겠으나 한 음악인의 이력 전체에서 음반을 줄 세우기 해야 하는 평론가와 음악 애호가들은 어쩌면 비슷한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한쪽은 뜨거운 열정과 다른 한 쪽은 냉혹한 줄자를 지녀야 겠지만.



SNS 시대의 부작용.



문제는 트위터를 위시한 SNS 시대는 평론가와 애호가의 영역을 슬며시 지워버리고, 뮤지션과 청자 간의(또는 뮤지션과 뮤지션 사이) 거리감을 좁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을 부정할 수도 없고 그만의 장점을 말하기도 쉬운 일이다. 하지만 발매 예정작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는 저 개인은 평론가인지 애호가인지 말할 수 없는 점성의 상태, 발매 이후 해당 음반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 스레드가 해당 뮤지션에게 리트윗된 것을 보고 쾌재를 부르는 저 개인은 프로페셔널인지 아마추어인지 알 수 없는 연성의 상태. 이런 것들이 음반을 듣고 말하는 행위를 알게 모르게 싱거운 것으로 만드는 듯하다.



좁아진 거리만큼이나 획득하는 정보의 밀착감도 다르고 유대의 속도도 신속해지지만, 상찬의 언어는 늘어나고 서로 간의 기름지고 유연한 태도로 인해 일어나는 부작용은 또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구태의연한 말이지만 한국식 온정주의의 연장선, 불가결한 장르 수입의 역사를 '뿌리 깊은 한국대중음악사'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생긴 형님 모시기의 폐해에서 나온 부작용인가. 이게 과연 좋은 걸까? 이 또한 중견들의 복귀작에 대해 자동으로 명반 대접을 보장하는 언론 문구의 시시함과 별반 다를 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음반평과 음반 해설지와 보도자료 간의 차이점이 점차 흐려지는 세태는 이런 SNS 시대의 눈치 탓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떠올려보자. 몇 년 만에 중견이 내는 정규작들은 언제나 걸출하였는가? 툴의 음반 [10,000 days]는 [Lateralus]만큼 근사한 음반이었는가? 건즈 앤 로지스의 복귀작 [Chinese Democracy]는 요란한 야심만큼 좋은 음반이었는가? 나인 인치 네일즈의 [Hesitation Marks]가 [Upward spiral]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음반이었나? 스매싱 펌킨스는? 레드 제플린은? 취향이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음반들은 그 개수만큼이나 각각의 다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존재인 듯 하다. 



멀리 다른 나라의 예까지 가볼 필요가 없을 듯하다. 작년 조용필의 음반 [Hello]는 사람들의 상찬만큼 좋은 음반이었을까? 김희갑/양인자 듀오의 곡을 받거나 창작곡을 번걸아 내며 활동하던 시대의 왕성함에 비해, 젊은 음악인들과 함께 한 복귀작이 청자들의 귀에 찰만한 결과물인지는 갸우뚱하다. 노장의 복귀라는 이름으로, 아니 한국 최고의 가창가이자 장르의 탐색가로서 최선봉에 섰던 그에게 상찬은 예약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Hello]는 솔직한 몇몇 아쉬움 들을 토로해도 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장필순의 [Soony 7]은 [Soony 6]만큼 걸출했는가? 아니 [Soony 6]가 5집보다 나은 것이 맞는가? 이렇게 질문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 난삽하고 공격적인 예시들은 발매도 되지 않은 음반을 미리 상찬하는 행위보다 음반이 나오고 난 뒤 우리가 평가할 수 있는 여지와 시간의 의미가 더 중요함을 말하고 싶음이다. 그것이 소위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이라 일컫어 지는 들국화든, 군무를 연상케 하는 몸짓으로 3분여의 시선을 잡아버리는 걸그룹의 음악이든, 자립음악의 영역이든 간에. 중견에 대한 예우와 음악을 여전히 하는 행위에 대한 응원의 의미나 걸작 부재의 시대에 걸작의 깃발을 세우려는 안간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제대로 듣기'가 아닐까 한다. [130312]




+ 웹진 다:시 게재 - http://daasi.net/trex/2014/03/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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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네르 2014.03.14 09:27 신고  Addr  Edit/Del  Reply

    맞는 지적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돌과 차별되는 '옛 가수'는 죄다 거장이 되어버린 느낌이. 그 팬층들이 우린 아이돌 팬과 달라, 우리가 듣는 음악이 좀 낫지, 라는 생각을 저런 식으로 표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지나치면 뭐든 민망하죠. 하물며 발매전부터 저런다면야... 기대와 평가는 분리가 되어야 하는 건데요.

    하지만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제 지갑이 조만간 탈탈 털릴 거라는 사실일까요.... ^^;
    저는 그저 '기대감'만 만빵인 90년대 작가들의 팬.

posted by 렉스 trex 2013. 2. 27. 22:02

결산이 마무리 되었다. 보시는 입장에서도 재미도 있었을 것이고, 생각의 차이를 보실 수 있었을 것이다. 참가한 입장에서 어땠냐 궁금하실 분들은 많진 않겠지만, 마찬가지라고 답하겠다. 재미도 있었고, 머리도 아팠고, 각자가 지닌 취향의 차이도 (언제나 그랬듯이)발견하였다. 



보너스 트랙들도 예정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2월 안에는 이 결산에 대한 의식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개인의 다섯 곡이다. 결산 100위권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너무 서운해서는 절대 아니고, 이 참에 밝히는 추가적인 취향의 피력 더하기일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결산 100위권에 등재된 해당 음악인들의 곡을 향한 '대안' 제안(?)이기도 하다.




이문세 '끝의 시작' : 5집 - 이문세5 (1988, 킹)



"비는 내리고, 소나기 되어 하늘을 찢을 듯 한데" / '그녀의 웃음소리뿐'의 힘과 길이엔 당하진 못하겠지만, 당장이라도 억수같은 빗방울이 참담한 내 심경을 끼얹을 듯한 실감을 준다. 이문세와 이영훈의 조합은 6집의 모색과 7집의 '옛사랑'의 성공으로 이어지기야 하겠지만, 내게 이 곡은 실질적으로 두 사람이 안겨준 마지막 감동의 순간이었다. 이 곡만한 것을 더 찾기보단 애정을 이 시점에서 박제하기에 이르렀다. 




넥스트 'The Dreamer' : 2집 -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1994, 대영에이브이)



"이제는 이해할 것도 같다며, 나의 길을 가라 했었지." / 'Here I Stand For You'가 세상에 나오긴 전엔 이 곡이 먼저 버티고 있었다. 철학 흉내를 내는 가사들은 이 곡에서도 도사리고 있지만, 사실 더욱 도드라지는 것은 남성 화자의 풋내나는 가오다. 한 땐 이 가오를 굉장히 진지하게 흡수하고 이 세상에 다시 없을 그럴싸한 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 후회는 별로 안 하고 있다.




조규찬 '해빙' : 6집 - 해빙 (2001, 유니버셜뮤직)



"넌 내 모두를 다 주고픈 한 사람인거야." /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조규찬은 해놓은 것들에 비해 언제나 결산 성격의 쓰레드들에서 재미를 못 보는 사람이다. 할 줄 아는게 많고, 앞으로도 할 것이 많다고 기대되는 사람들만의 비애랄까. 음반 『해빙』 역시 어떻게 정리해서 남에게 소개해야할지 모를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표제작의 설득력은 대단했다. 30대에도 모태솔로려니 마음의 다짐을 하던 시기였는데 가사는 너무 잘 박혔다.




박정현 '미아' : 5집 - On & On (2005, T Entertainment)



"날 부르는 목소리. 날 향해 뛰던 너의 모습이 살아오는 듯" / '꿈에'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4집 같은 작품 다시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박정현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내든지간에 그 음반은 4집의 자욱한 그림자 아래에 있을 팔자다. 5집은 그래도 그 그림자의 길이가 짧은 편이다. 어느정도 근친성도 있다. 아무튼 이 곡은 윤종신의 가사가 너무 슬펐다. 어떤 골목길에서도 상기될 감정이다.




이승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 9집 - Hwantastic (2006, 구름물고기)



"너만의 나이길. 우리만의 약속. 그 약속을 지켜 줄 내 사랑." / 혹시나 또는 글쎄다 하는 갸우뚱거림을 단박에 부수는 것은 음악인들이 우매한 청자인 나를 일깨우는 순간이다. 그래서 믿음은 계속 된다. 믿음을 다지게 만든 곡. [1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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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네르 2013.03.09 22:10 신고  Addr  Edit/Del  Reply

    렉스님의 보너스 트랙이 모두 마음에 듭니다. '좋아요'!

posted by 렉스 trex 2013. 2. 12. 08:28

+ 발라드 베스트 100 : 서문(by @toojazzy 님) - http://cafe.naver.com/musicy/16000

+ 발라드 베스트 100 : 91 ~ 100 - http://cafe.naver.com/musicy/16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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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라드 베스트 100 : 71 ~ 80 - http://cafe.naver.com/musicy/1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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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승환 - 「천일동안」 from 『HUMAN』 (글.이승환, 곡.김동률)


"...다음 세상에서라도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마요."

 

전작 『My Story』가 보여준 다채로운 색채에도 불구하고, 여러 부분의 한계를 체감한 이승환은 보다 자신의 확장 의지에 걸맞는 투자를 택한다. 데이빗 켐벨과의 작업과 음악감독 정석원을 앞세운 덕이기도 하지만, 진정 앨범 『Human』을 명반의 반열에 들어서게 한 요인은 테크놀러지와 음악적 진심이 어우러진 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으로선 고행길이었을지는 모르나, 뮤지션으로서 실로 ‘적기’에 찾아온 명곡 「천일동안」의 처절함은 누추하기 보다는 그야말로 화려하다. 자본에 의한 투자가 준 수혜이기도 하지만, 가수의 얼굴이 커버에 박히지 않아도 수십만장을 쉬이 팔 수 있었던 호황기가 맞물려 조성한 정점의 풍경이다. 이로써 한 싱어의 이력을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게 만들었고, 작곡가의 이력은 전환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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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2. 2. 21. 23:12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기획.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 사람의 청소년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음악 편력기를 통해, 취향이 한 인간의 성장과 사고 전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류학적 고찰...이 아닌 그냥 글을 써서 흔적을 남기는 성질머리의 한 예시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 연재물을 통하여 이문세, 뉴키즈온더블럭, 건즈앤로지스, 신해철, 마를린 맨슨, 툴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차게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적기엔 너무나도 죄송할 뿐입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줄거리] 드디어 용산에서 파나소닉 CD 플레이어를 구매했다. 테이프 구매를 중단하고 이후부터는 CD만....


비트겐슈타인 라이브 본 이후엔 판테라 내한에도 갔었다. 돈 쓰는게 겁이 없어진게 아니라 이런건 경험해봐야 한다는 온라인 지인의 재촉도 있었고, 과연 경험해볼만한 일이었다. 오프닝 디아블로에서 시작할 땐 의기양양한 스탠딩 3번째 줄이었는데 엄청난 체력전에 밀려나 정작 판테라 때엔 난간을 붙잡고 있었다. 이후 모든 스탠딩 공연엔 난간 매니아가 되었다. 해외 뮤지션 내한 중 2번을 본건 드림 씨어터가 유일했다. 앞서 말한 온라인 지인의 재촉 덕이기도 했다.(정확히 그는 드림 씨어터 매니아였다) [Metropolis Part 2: Scenes from a Memory]는 몇곡의 대표 넘버 밖에 모르던 드림 씨어터에 대한 인상을 고치기에 좋은 앨범이었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 아 흔하고 고리타분한 표현 - 구성과 변화무쌍한 진행에의 인도는 드림 씨어터를 나에게 기존의 이미지를 넘어서 뭔가 각별함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드림 씨어터 역시 다른 밴드들처럼 '역순으로 되짚어보며 구매하기'의 대상이 되었고, 급기야는 이후 발매된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두번째 디스크를 통째로 2부에서 라이브로 들려준 내한 공연 당시엔 무진장 감동받기에 이른다. 존 명 보다가 페트루치 보다가 아주 눈 돌아가기에 바빴다. 그땐 난간도 안 잡고 아예 먼발치서 보는 '감상파'가 되었다.(보는 락페스트 및 마를린 맨슨 내한에도, 나인 인치 네일즈 내한 때도 그랬다) 



CD로 구매 패턴으로 바뀐 뒤부터는 CD로 기존 테이프 목록들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즉 일종의 재구매인 셈이었고, 소비는 출혈이 되지 않도록 식은 땀나는 패턴이 되었다. 팻보이 슬림, 케미컬 브라더스, 프로디지의 기존 목록들이 특히나 기억난다. 프로디지의 [The Dirtchamber Sessions, Vol. 1]은 근사했다. 프로디지의 공식 목록이라기보다는 DJ리암 하울렛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콜렉션 격 타이틀이었지만, 퍼블릭 에네미와 섹스 피스톨즈, 허비 행콕, LL 쿨 J 등이 한 앨범 안에서 엉켜있는 광경이 제법 재밌었다. 초기엔 팻보이 슬림이 케미컬 브라더스 보다 더 좋았다. 아무래도 첫 구매 케미컬 브라더스가 [Surrender]였던 탓이 컸다. [Dig Your Own Hole]가 첫 구매 앨범이었다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2001년 겨울, 이승환의 7집 [Egg]이 발매되었다. 1 CD 선 발매, 후에 더블 앨범 발매 등 구매할 때 사람 참 혼동되던 앨범이었다.(피해자[?]이기도 하다) 아마 이때부터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승환의 음악을 등지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내 개인적으로 이때부터 이쪽의 팬덤에 관심이 생겨서 드림팩토리도 가입하고 '늦바람'이 불었던 기억이 난다. 앨범은... 분명한 단점도 있었고, 여전히 잘하는 건 잘하던 앨범이었다. 분명 한두줄로 줄여서 설명하기엔 좀 복잡한 심경을 주는 앨범인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이듬해부터 이승환의 공연도 관람하기 시작했었다. [무적전설]의 '말 그대로 전설'이 지나간 후였다. 언제나 이런 늦바람이 내겐 문제였다.



원래 한번 정을 주면 오래도록 가는 편이다. 음악과 뮤지션에 관해선. 그게 문제인 경우가 다소 있다. 가령 Korn 같은 팀을 오래도록 '믿기로 해보고' 지켜보는 일 같은 거 말이다. [Issue] 같은 앨범, 아니 될 수 있으면 전작부터 진작에 버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요샌 문득 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그게 말대로 되나. 익숙하고 안전한 구매와 이력 파보기의 다짐이 내 기질이었던 모양이다. 내 순진한 바람과는 별개로 뉴 메탈씬은 이미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어쩌겠어.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같은 팀은 내 체질이 아니었는데! 



방향은 두가지였다. 인큐버스는 [Morning View] 앨범으로 '우리는 헤비니스 비슷한 것도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눙치기 시작했고, 머드베인 같은 신성이 [The Beginning of All Things to End] 같은 앨범으로 '콘과 툴, 슬립낫의 만남' 같은 말도 안되는 평가를 받던 시기였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인큐버스가 현명했던 것이다. 물론 머드베인 같은 팀 같은 경향도 껴안았던 나였지만... 어쩌겠나. 음악 듣기란 결핍과 결핍으로 인한 발견, 지속적인 포옹, 그리고 훗날의 변절인 것을.


여기서 내 이력을 적는 것을 마무리한다. 그렇다. 황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마무리하는게 맞지 싶다. 원래는 20화 안에 마무리하려 했던 분량이고, 한편으로는 투째지님을 온라인에서 알게 되어 음악취향Y 가입한 2006년까지는 적을까도 싶었다. 좀더 길게는 음악취향Y 덕에 이 나라 대중음악에 '그나마 좀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변화까지도 담고 싶었다. 여기서 마무리하는 것은 이후의 일들이 오히려 과거사보다 더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다. 몇 개월만에 하나씩 구매하던 소중한 과거사의 감정이 보다 풍부했고,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는 즐거움이 이 시리즈를 통한 토로의 이유였으리라.


기본적으로 이후의 취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진행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난 여전히 툴과 데프톤즈를 지지하고, 드림 씨어터 등을 '대체로 지지'하고 어떤 팀들에 대한 희망을 저버렸고, 할로우 잰, 나인씬 같은 발견에 뭉클했고 킬스위치 인게이지, 램 오브 갓, 인 플레임즈들의 21세기를 고맙게 여긴다. 이 시리즈를 통해 미처 말하지 못했던 브라이언 아담스, 리차드 막스, 그리고 아주 잠시나마 말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에 대해선 미안함을 느낀다. 언제 다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무엇보다 지금까지도 음악이라는 것이 있음에 감사히 여긴다. 요새는 자주 까먹는다. 그래도 아직은 말할 수 있다. 음악, 좋아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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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사은 2012.02.21 23:21  Addr  Edit/Del  Reply

    '언제나 이런 늦바람이 내겐 문제였다' 라는 부분에 저도 그렇다고 손 들어봅니다. 최고봉은 90년대 말에 커트 코베인 후드티를 입은 친구에게 누구니? 라고 한 것으로... 너바나를 들은 게 21세기 초였어요. 한국 가수나 밴드도 제게는 늘 그런 늦바람이고요.

    취향도 사람처럼 타고난 성향과 환경적 요소가 맞물려서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누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게 재밌고 즐겁고, 왜 좋아하고 어떻게 좋아하나 직접 파헤쳐가는 여행에 히치하이킹하는 게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BlogIcon 렉스 trex 2012.02.23 11:00 신고  Addr  Edit/Del

      그러게요. 누군가 그걸 들려주고 내가 캐치하는 그 순간의 접점이 취향에 많은 좌우를 설정한답니다. 잘 따라와(?)주셔서 저는 그저 고마울 뿐!

posted by 렉스 trex 2011. 12. 7. 16:51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기획.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 사람의 청소년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음악 편력기를 통해, 취향이 한 인간의 성장과 사고 전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류학적 고찰...이 아닌 그냥 글을 써서 흔적을 남기는 성질머리의 한 예시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 연재물을 통하여 이문세, 뉴키즈온더블럭, 건즈앤로지스, 신해철, 마를린 맨슨, 툴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차게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적기엔 너무나도 죄송할 뿐입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줄거리] 제대를 하고 복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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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를 하니 동기들이 복학을 하였다. - 진작에 한 녀석들도 많았지만 - 그중 제일 죽이 맞는 친구가 K군이었다. K군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친구였고, 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좋은 연기력으로 내게 인상을 남긴 친구였다. 녀석의 방에는 VHS 수십개와 그의 음악 목록들이 있었다. 녀석과 교환해서 들었던 첫 음악이 자우림이었다. 녀석이 1집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2집을 가지고 있었으니 계약 성립! 구미에서 다시 안동으로 자취 살림을 꾸리기 위해 아버지가 차를 태워주셨을 때 잠시 자우림 2집을 튼 적이 있었다. 차 안은 이내 초상 분위기... 2집을 들은 동기의 반응도 비슷했는데, 그 친구나 나나 몰랐던 것이다. 이후 나올 자우림의 모든 음반들은 1집의 경향도, 2집의 경향 모두 껴안고 있으며 교차하면서 확장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의 자취방에 들어가도 그 사람이 뭘 듣는 것인가를 관찰하는 것은 일종의 버릇이 되었다. 다소 실례가 되지 않는 사이라면 테이프 목록을 뒤적거리며, 음악 이야길 하곤 했다. 나는 나대로 그들을 위한 녹음 테이프 목록을 주며. 그걸 [雲의 앨범]이라는 시리즈로 만들며, 선물로 주곤 했는데 감상평은 그렇게 좋진 않았다 ㅎㅎ. 아무튼 박정현과 이소라는 내 구매 목록은 아니었는데 이때의 기억이 훗날 영향을 끼쳐 역수집의 욕구를 준 모양이었다. 박정현은 노래는 좋은데 앨범은 좋은걸까 의문을 가졌던 대상이었고 - 무엇보다 데뷔반 아닌가 -, 이소라는 무엇보다 3집이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신대철의 곡, 김세황의 기타, 김진표의 랩 등이 엉킨 B사이드는 교란과 혼란 자체였다. 적어도 '작곡과 프로듀싱 능력이 없어도, 목소리 자체가 앨범을 지배할 수 있다'는 개념을 어렴풋이 심은게 아닌가 싶다. 박정현 데뷔반은 동기네 자취방에서, 이소라 3집은 선배형 자취방에서 내내 들었다.

아직도 듀엣 가요 중에서 이승환의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duet with 강수지)'를 제일 좋아하는 편이다. 뜻밖의 조합이긴 하지만, 이승환의 앨범 [His Ballad](훗날 [His Ballad 1]이 된)는 좋은 목록이었다. 선곡도 좋았고 - 물론 초판과 재판 목록이 달라지는 부침이 있었지만 - 4집과 5집 등을 구매했음에도 나머지 노래들을 위해 구매할 수 있었다.(그 발라드 넘버들은 선물할 녹음 테이프 목록으로도 유효했다.) 4집과 5집 이후의 이승환은 6집 [The War In Life]에서 5집 당시의 당혹감을 덜어내기 위한 노력을 한 듯 하였다. 하지만 '그대는 모릅니다'를 좋아하기엔 좀 어려움이 있었다. 그보다는 'Rumour' 같은 넘버나, 더 길었음 좋았겠다 싶었던 '나의 영웅' 쪽이 내 취향이었다. 뒤에 현악 터지고 하는 발라드 넘버들보다 락하는 이승환 쪽을 더 좋아했던 시기였나 보다.

콘(Korn)과 마를린 맨슨의 앨범을 구매하며, 슬슬 취향이 굳어가는 듯 했다. 3집 [Follow the Leader]를 구매한 콘은 역으로 1집과 2집을 구매하였고, 맨슨의 [Mechanical Animals]은 당시 음악 잡지 [Sub]의 표지 기사 덕에 구매하였다. [Sub]의 창간호 표지가 커트 코베인이었던가. 그래서 그 호는 구매하지 않았지만, 성문영씨의 글 등이 있었던 그 잡지를 구매하지 않기란 또 힘들었다. 진작부터 [핫뮤직]엔 내가 모르는 기자들이 글을 쓰던 시기여서...  [Mechanical Animals]은 전작과는 달랐지만, 전작만큼 근사했다. 나 혼자서 21세기의 데이빗 보위라느니 그딴 소릴 하며 어딘가 글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99년 학술답사를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시내에 붙은 [매트릭스] 포스터를 보며, 저건 봐야한다고 동기와 의기투합하여 주말에 보고 나왔다. 맨슨의 'Rock is Dead'가 삽입되었던 그 사운드트랙은 당연히 구매하였다. 재탕 넘버들 모음집이었지만 구성은 머릴 잘 썼다. [스폰] 사운드트랙만큼 한동안 달고 살았다. 영화 자체는 2편, 3편 거듭 나오며 똥싸고 말았지만.

99년 2학기였다. 기말 고사 준비 기간이었는데 큰 일이 나고야 말았다. 맨슨의 라이브 앨범 [The Last Tour on Earth], 메탈리카 [S & M], 그 무엇보다 나인 인치 네일즈의 [The Fragile]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었던 것이다. 도서관에 앉아도 좌불안석, 지름신이라는 개념은 일찌기 형성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시험 끝나고 구매하면 되는데, 2주 정도 참는다고 앨범이 절판될 것도 아닌데 그날 밤은 유독 그 앨범들이 내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기에게 자리 안전을 부탁하고 도서관에서 뛰쳐나가 앨범 3개를 고스란히 구매하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왔다. 왜 그리 기분이 좋던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워크맨으로 테이프를 차례차례 들으며, 정신나간 음악들을 만들어주는 뮤지션에게 뜨거운 고마움을 느꼈다. 메탈리카는 자기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줄 알고 연주를 했고, 트렌트 레즈너는 섬세해졌고 맨슨은 그대로였다. 그래 그렇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잘하는 과목은 A플러스를 맞고, 못하는 과목은 죽을 쑨다. 그렇게 순리대로 99년의 연말이 접혀가고 있었다. [111207]

20화에 계속 [국내반 이미지 출처 : www.maniadb.co.kr / 사이즈 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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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이나도 2011.12.10 10:50  Addr  Edit/Del  Reply

    이제 맨슨을 순수한 눈으로 쳐다볼 수 없게 됐어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신 가카가 생각나서 ㅜㅜ

posted by 렉스 trex 2011. 10. 24. 17:12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기획.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 사람의 청소년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음악 편력기를 통해, 취향이 한 인간의 성장과 사고 전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류학적 고찰...이 아닌 그냥 글을 써서 흔적을 남기는 성질머리의 한 예시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 연재물을 통하여 이문세, 뉴키즈온더블럭, 건즈앤로지스, 신해철, 마를린 맨슨, 툴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차게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적기엔 너무나도 죄송할 뿐입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줄거리] 군대 있는 동안, 그래도 무심하게도 들을만한 좋은 앨범들이 나오곤 했다. 한정된 루트와 시간으로나마 취향을 채웠다.

 

HOT가 데뷔했고, 이어서 젝스키스가 등장했다. TV에서 내무실 사람들이 환영했을리가 만무하다. 대개는 이 군번들은 이수만이 세상에 내놓은 현진영은 견딜 수 있었거나, 아주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HOT는 참 좋아하기 힘들었다. 남성을 보는 시각이 '미필/군필'의 이분법이라는 질풍노도급의 '무식함'으로 무장했던 시기였던 탓이다.(음악도 좋아하기 힘들었다) 보이 그룹 나오던 시절이니 이제 슬슬 걸 그룹 이야기 나오겠네요? 싶겠지만 아직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한다. 그동안의 시간을 채운 것은 '하늘땅별땅' 같은 노래를 부르던 비비(BB)나 주주클럽 같은 팀들이었다. 주주클럽의 보컬 외모를 둘러싼 내무실 안 논쟁(?)도 있었으나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였다. 

내무실을 지배하던 취향 중 하나는 음악을 좋아하던 동기가 주도하였다. 듀스를 회고하며 베스트 앨범 [Deux Forever]가 울려퍼졌고, 이현도(D.O)의 첫 앨범과 싱글반 [사랑해]가 2년 연속 재생되었다. 이현도의 첫 앨범 모든 곡을 다 좋아할 순 없었고, '사랑해'는 괜찮았다. 97년이 되니 이현도와 양현석의 만남이라고 '홍보'되었던 지누션의 앨범도 등장하였으니 이 물건도 제법 내무실 베스트급이었다. 'Jinusean Bomb', 'Young Nation' 등은 상당히 좋아했던 쪽이었고, '말해줘'는 끔찍했다. 엄정화는 미묘한 트라우마다. 사단 배치 후 대기하는 내무실 안에서는 몇번이고 엄정화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이 재생되었다. 한심한 트랙이었고, 듣기에도 끔찍한 트랙이었다. 사회에 나와서 엄정화에 대한 '재평가'를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면 말을 아끼게 된다.

 

굳이 나누자면 흑인 음악 쪽이 강세였던 내무실이었지만, 작은 반란도 있었다. 내가 사회에서 사들고 온 메탈리카의 'Fuel'([ReLoad]) 등도 그랬지만, 옆옆 내무반엔 부산 고참이 판테라의 [The Great Southern Trendkill]를 들고 온 덕에 잘 들을 수 있었다. 그 앨범이 판테라 득의의 앨범은 아니었지만 그게 어딘가. 그리고 무엇보다 크래쉬... [To Be Or Not To Be] CD는 보물 대접을 받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당시엔 한국의 헤비니스는 크래쉬였고, 크래쉬는 한국의 헤비니스였으니까. 생면 부지의 모르는 사람임에도 안홍찬은 '형님'이었다. 내무실에서 방송실을 통해 정우성의 영화 [비트]를 틀어준 적도 있었는데, '내가 그린 원 안에서'가 삽입되기도 했었다. 아 물론, 내무실 대다수는 헤비니스를 싫어했다.

 

특기 분류 100인가, 1111인가. 암튼 평범한 보병이었다. 즉 그냥 부대 내에 있는 잡초 뽑고, 배수로 삽질하고, 모래 자루 채우고, 사격 연습 나갔다가 성적 나쁘면 똥 나오게 기합받고 그렇게 평범한 보병이었는데 그림을 '내무반에 있는 애들보단 알아볼 수 있게' 그린다는 소문이 나서 잠시 작전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다. 별게 아니라 그냥 작전도를 그리는 업무였다. 몸은 고생이 많고(야근이 잦았다), 마음은 편한(아무튼 그림을 그리는게 뙤약볕에서 잡초를 뽑는 것보단 편한 일이었다) 업무였다. 무엇보다 작전도의 대상이 되는 **구 인근 지역에 장교와 함께 자주 외근을 갔는데 H대 교내 식당 같은데서 '사회밥'을 먹거나, 레코드점에 들어가 앨범을 사는 일도 가능했다.(장교에게 말을 꺼내기가 쉽진 않았다) 그 앨범이 바로 이승환의 [Cycle]이었다. 앨범 내용을 떠나서 감개무량이었다. 사실 구매 후 당시엔 감흥이 덜했고 실망한 부분도 있었다. 이 앨범을 좋아하기까지 10년 조금 덜 되는 시간이 걸렸다.

 

97년 늦가을과 겨울 사이, 사단병원에 입원했다. 잘 먹고 잘 눕고 도락하며 TV와 영화잡지 [KINO]를 벗삼아 생활했는데, 역시나 그 부대 인사병에게 부탁해서 넥스트 4집을 사달라고 했다. 앨범 받은 다음날인지 아님 그 전날인지 [영혼기병 라젠카] 첫회를 보고 '솔직한 실망'을 했고, 역시나 앨범 받은 다음날인지 다다음날인지에 MBC의 연예뉴스를 보았다. 넥스트가 해체한단다. 뭐 이러나 모르겠다. 앨범 받고 듣지도 못한 상태인데 (사단병원 병실엔 CD플레이가 가능한 기기가 없었다, 왜 그 앨범은 CD로 간직하고 싶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집에 가도 테이프 밖에 들을 도리가 없는데.) 뭐 어쩌고저쩌고 기자회견을 하고 해체를 한단다. 제법 심난하고 허했는데, 훗날 자대에 복귀해서 들어보니 잘~ 만들었더라. 어떤 로망을 실현한 남자의 흔적이 보였다. 앨범 길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또 그만큼 마음이 허해졌다.


 

사단병원에 있는 동안, SES가 데뷔했다. 철자를 박아놓고 MC가 소개를 해도 굳이 저걸 '섹스'라고 읽는 모자란 놈들은 있더라. 그렇게 읽고 싶었던게지, 그걸 하고 싶어 환장했던게지. 시간이 훌쩍 지났으니 다들 알아서들 명랑하게 잘하며 살고 있으리라. 아무튼 그때부터 세상이 슬슬 또 한번 변하고 있었던거다. 물론 나같이 갑갑한 취향의 사람에겐 재미없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래도 'I'm Your Girl'을 싫어할 순 없었다. 엄정화보다 훨씬 좋았다. 그리고 이듬해 제대가 다가왔다. [1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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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1. 9. 6. 14:30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기획.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 사람의 청소년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음악 편력기를 통해, 취향이 한 인간의 성장과 사고 전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류학적 고찰...이 아닌 그냥 글을 써서 흔적을 남기는 성질머리의 한 예시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 연재물을 통하여 이문세, 뉴키즈온더블럭, 건즈앤로지스, 신해철, 마를린 맨슨, 툴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차게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적기엔 너무나도 죄송할 뿐입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줄거리] 1995년... 

 

이승환은 동기의 자취방에서 3집 [My story]을 들을 당시엔 별 생각이 없었던 대상이었다. 오히려 그 전에 나왔던 [The Show!] 라이브 앨범이 조금 더 좋았었다. 당시에 신승훈과 이승환을 혼동하는 바보 부류 정도는 아니었지만 특별한 느낌은 없었는데 왠지 [Human] 앨범은 사듣고 싶었다. 앨범 한장으로 그 전과 그 후의 인상이 확연히 달라진 대상이었. 물론 앨범이 그만큼 의욕으로 뭉쳐진 작품이었고, 그게 내 취향에 맞아 들었다. 정석원이 만든 '악녀탄생'을 들으며 이 사람은 이런거 밖에 못 만드나라고 꼴에 비아냥거리기도 했고, '너의 나라'에서 앙칼지게 튀어나온 김종서의 목소리가 반갑기도 했다. 천일동안은커녕 십일도 채 연애도 못해본 사람에게도 '천일동안'과 '지금쯤 너에게'로 장식한 앨범의 앞과 뒤는 제법 사무치는 구석이 있었다. 훗날 [무적전설] 라이브 앨범 이후 더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때부터 이미 '변해가는 그대'는 굉장히 좋아했던 넘버였다.




2학년이 되어서도 학과 내 연극 소모임원이었다. 여름방학과 2학기 시작 즈음에 담당하는 학우가 눈물나게 희곡을 작성하고 그걸 가지고 1학년~2학년이 연극으로 준비를 한다. 학생회장이 분식도 사주고 달래기도 해주지만 재미와 동기부여가 없으면 뭐하나 싶은 일이다. 간혹 쉬는 시간에 음악도 듣는데 당시에 사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을 재생했다. ...굉장히 반응이 안 좋았다^^);; '필승'을 이해해서 듣는 아이들도 없었고, 'Come Back Home'의 코맹맹이 랩을 좋아할 아이들도 없었다. 'Freestyle'까지 곡이 넘어갈수도 없었다. 듣다 말았으니까. 뭔가 해볼 수 있는건 끝까지 가보자 싶었던 3집에 이은 4집은 아마도 다른 영역에 대한 발돋음이 아니었을까 요새 생각해본다. 뭐 결국 결과적으로는 그걸 알 도리는 없게 되었으니까 말이지.




학교 내엔 '음악감상실'이라는 곳이 따로 있었다. 학교 방송부원이 번갈아 자리를 지키며 다방DJ마냥 쪽지에 적힌 신청곡을 재생해주는 곳이었는데 꺼진 것이나 다름없는 조명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찌나 취향들이 일관적이신지 듣는 재미가 그렇게는 없었다. 왜냐면 대표적으로 거듭 틀어주는 - 즉 가장 자주 리퀘스트되는 - 곡들을 보자면, 푸른하늘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 양대 'Rain'인 건즈 앤 로지스의 'November Rain'과 엑스 재팬의 'Endless Rain', 걸핏하면 나오는 메탈리카의 [Metallica] 앨범 3대 수록곡인 'Enter sandman', 'Unforgiven', 'Nothing else matter' 등이었다. 하도 듣다보면 정말 틀만한 LP(!)목록이 없어서 저러는 것인가, 아니면 이 학교 방송부원들의 완강한 취향 방어인지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럼에도 자주 들려 수업시간 중간마다 쉬던 곳이었다.



2학년이 되니 '본 조비'와 '메탈리카'가 묘상하게 결합한 형태의 학교 밴드에 이어, 드디어 시대상을 반영(!)하는 또 하나의 학교 밴드가 등장하였다. 무슨 호박이라는 이름이 달린 펑크 밴드였다.(ROTC 운동장 한켠에 있던 컨테이너가 연습실이었다. / 아무래도 기존 동아리방 구역엔 허락된 공간이 없었나보다) 호박이면 얼터너티브지 왜 펑크냐...는 따질 필요가 업었고 암튼. 아무튼 그렇게 조그마한 학교에도 그린 데이와 오프스프링 등의 영향력은 있었구나하며 지금도 생각하면 간혹 웃기기도 하다.



겨울이 되었다. 조금 늦게 고향 내려간다고 집에 안부전화나 드리려 공중전화 앞에서 연락을 했는데(삐삐도 안 가지고 있었다. 난 모든게 늦었다) 아버지가 안부 탁 자르고 하시는 말씀이.



"니 영장 나왔다."



귀향을 서둘렀다^^);; 한달이 아슬아슬하게 남는 동안 동생과 마지막으로 (지금은 사라진 구미의 [아카데미])극장에서 [토이스토리]를 보고, 하나둘 세상의 소식이 좀더 예민하게 귀를 기울였다. 서지원이 사망했고, 동기와 후배들의 자취방에 하나씩은 자리잡았던 목록인 김광석의 죽음이 있었다. 훈련소 입소를 앞둔 며칠전엔 급기야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 기자회견을 하였다. 심난하게 돌아가는 연초였다.



훈련소 부근의 추어탕식당에서 숟가락을 떴지만, 세 숟갈도 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입대를 했고, 당연히 모든 것이 달라졌다. [110906]

 

15화에 계속 [국내반 이미지 출처 : www.maniadb.co.kr / 사이즈 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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