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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버즈 라이트이어]를 보고 활공하는 우주 전투기를 보니, 게임 속 숱한 항공기나 [스타워즈]를 위시해 만들어진 전투기의 계보들이 떠올랐다. 그런 걸 잘 만들어오던 할리우드 안에서 픽사가 이런 소재로 작품을 만든 것이 새삼 이제야라는 생가도 들었다. 하기사 그동안 할리우드는 [인터스텔라]를 내놓기도 했고, 한편으론 [로스트 인 스페이스].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나 아예 [매버릭] 같은 변주의 형식으로 오랫동안 자신들이 [스타워즈]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내곤 했다. [버즈-]는 그중 [인터스텔라]나 [별의 목소리](신카이 마코토)의 타임 패러독스 같은 설정을 가져온다. 디스니/픽사의 작품 답게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려는 각별하다. 어쨌거나 [토이스토리] 시리즈와 함께 성정해 온 팬층과의 유대..
물에 대한 묘사는 예전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한 스튜디오가 만든 애니메이션, 맑은 하늘 위에서부터 내려쬐는 빛, 충구 등으로 마을 위를 천연덕스럽게 뛰는 아이들, 바닷가에서 바다 괴물은 내가 잡을 거야 호언장담하는 다양한 나이대의 남자들, 그리고 어여쁜 디자인의 베스파, 여기에 미감을 자극하는 파스타까지, 이 영락없는 이탈리아의 묘사에서 이미 [붉은 돼지]를 떠올리기도 쉬울 테니 아무래도 [벼랑 위의 포뇨]를 만든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례를 떠올리기 쉬울 텐데, 정상적인 정규 교육을 갈망하던 외딴 소년의 마음속 성장기와 일종의 소수자 인정 욕구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단순한 선대 오마쥬 차원을 넘어선 독자적인 성취가 보인다. 한편 이 작품을 기점으로 픽사 내부에선 OTT 비지니스의 융성으로 극장 라인..
[에반게리온] 극장판 최종 편을 계기로 존재를 알게 된 아마존 프라임, 근래 한참 기운을 내는 넷플릭스에 이어 연이 닿아 한 달간 한시적으로 디즈니 플러스와 연을 맺었다. 그렇다. OTT의 전장 - 말할 나위 없는 강성한 마블의 공세가 궁금했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이 참에 두 개 정도 밀린 픽사 라인업을 챙겨 보자는 것이었다. [소울] 시청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빅 밴드 풍의 음악이 흐르는 디즈니/픽사의 팡파르 음악부터 이 작품으로 상을 받은 (인더스트리얼 파이오니어)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의 영화음악 작업은 예의 출중하다. 피아노가 매개가 된 테마는 유려하고 온기가 있다. 무엇보다 작화와 기술의 성취는 이번에도 훌륭하다. 넷플릭스 등으로 소니 피처스 등의 라인업에 눈길을 주지만. 픽사는... 이것..
우려했던 것보다 준수해서 안도했다. (T)RPG팬들을 건드리는 부분이 깊진 않아도 나름 그래도 설정은 있더라. 만티코어와 마지막 재앙의 용 묘사가 재밌었고, 액션과 효과도 만족스러웠다. 존 라세터 시대 이후의 픽사는 어찌 될까 했는데 이렇게 풀어가는가 싶었다. 판데믹 시국에 개봉 날짜 잡기도 쉽지 않아서 전례 없던 위기였는데, 운이 안 닿아서 유감이긴 했다. [벅스 라이프], [굳 다이노], [카 2] 등 호응이 확실히 떨어지던 픽사 목록도 지지했던 내 취향 탓이겠지. 괜찮았다. 형제애, 가족애로 귀결되는 결말은 안전했던 만치 불만이 생길 수도 있는데 공격의 날을 세우기엔 그건 그거대로 민망할 듯.
이것은 4편이라기 보다는 내겐 3.5 편으로 보였다. 기술적 성취의 하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컬러와 모션 및 조명 등 모두 나무랄데 없이 발전한 작품이었지만, 액션의 묘와 쾌가 3에 닿진 못했다. 그래도 버즈의 대사를 빌어 세계관이 확장되는 것은 좋았다. [엔드게임] 같은 억지춘향 같은 시간선의 갈래와 확장이 아닌, [토이스토리]의 확장은 장난감이라는 도구와 매체를 둘러싼 아이들의 상상과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런 점은 뭉클했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무리없는 최상의 종결을 보여주고도 소속과 책임감에 예속되지 않고, 개별자로서의 인생을 선택하는 장난감의 선택이라는 허를 찌르는 상상력조차도 토이 스토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단편 : 정말 아시아계 어머니들의 타 인종/국가 며느리 받아들이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실제로 엄청나신 모양이다. 생명과 모성에 대한 엄정하고 따스한 눈물 파티인줄 알고 페이스북에서 첫 스틸컷을 보고 예상했는데, 굉장한 현실 이슈 터치라서 인상적이었다. - 본편 : 음악 좋네요. 프로즌 테마송 듣고 웃었다. [라스트 제다이] 이런 이야긴 오버라고 생각하고 일단 작품이 그 자체로 좋았다. 역할 분담의 합리성, 히어로물의 몇가지 대목들을 잘 추출해낸 관람하기 좋은 작품이었다. 히어로물 등록 법안 이슈, 그리고 가족 같의 역할 분담과 부모 모델에 대한 살며시 던지는 정답안에 닿으려는 근사치의 해법도 많은 머리 굴리기가 엿보였다. 아 빌런이 보석으로 풀려나올 수 있다는 현실적 터치 굉장히 현명해 보였다.
+ 앞에 붙은 디즈니의 단편 [올라프의 겨울왕국 모험]은 싫었다. 싫어하는 화면비, 낮아진 수준의 CG, 별로인 음악들, 필요없는 러닝타임 소비 등 금잔화를 매개로 한 사후 세계와의 연결, 알레브리헤 같은 멕시코만의 축제 아이콘과 문화 등 화려하고도 낯설다. 이걸 세계 시장 안에서 어떻게 보편적으로 녹여내느냐. '음악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나?'라는 새삼스러운 질문과 가족애라는 보편적 정서다. 제사 문화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국 풍토에서 어른 관객들이 다른 교훈으로 받아들일지 걱정이 될 정도. 이야기는 큰 변수없이 예상대로 흘러가는데, 연출상으로 벼르고 있는 '눈물 유도' 장면이 오기 전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대중문화 인용과 완급으로 보는 관객들 - 그 말많은 꼬마 관객들조차도 - ..
[카] 시리즈는 픽사 전체 라인업 중에서도 1편부터 평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2편의 '흔한' 일본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도 호의적이기 힘들었고, 3편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굉장히 태만한 분위기는 과연 이 시리즈가 픽사와 디즈니 간부들에게 먹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불가사의하게까지 만드는 경지인데, 정말 그 사연이 궁금하다. 3의 주된 테마는 나이가 든다는 감각과 그로 인한 계승의 필요성이다.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의 은퇴와 나이는 자주 언급되고, 그가 재활을 통해 부활하는 것인가 필수불가결한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것인가가 관건이라 하겠다. 작품이 택하는 방향은 결국 후자인데 나름 여성 캐릭터로 계승된다는 점에서 이게 시대의 감을 따른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기술적 우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