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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이게 비단 러시아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다 알 것이다. 우리만 하더라도 [그때 그 사람들]을 통해 존재감만으로도 통탄을 금치 못할 역사 속 시대와 인물을 새삼 상기하지 않았던가. [그때 그 사람들]을 통해 연출자가 표를 내던 명료한 조소와 비웃음과 [스탈린이 죽었다!]의 태도는 좀 닮아있긴 한데, 이에 대해선 앞으로도 조금 고민해야 할 대목 같다. 누군가에겐 이런 인물은 재평가와 하나의 간략한 결론으로 매듭지을 수 없는, 복잡한 계산의 대상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거창하게 보는 세상 안의 변화와 역사 속 맥락이란 것이 참으로 허망하기 그지없다는 결론일지도. 중요한 것은 인물이 아니라 권력의 주변부에서 야자나무 위에 올라탄 소년 삼보를 기다리며 뱅글뱅글 돌다 버터가 되는 호랑이 같은 흐물흐물한 존재들의 욕망..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양태석 「야그르두타」 거문고와 일렉트릭 드럼 세트에서 추출한 질료들은 마치 화장터로부터 만들어진 뼛가루 같다. 그건 세간의 사람들이 상상하듯 뽀얀 하얀 색을 보이지도 않고, 고르고 고른 용각산의 질감을 연상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랗고 불그스름한 것들이 제각각 다른 디테일로 수북하게, 그러나 작은 함에 담길 뿐이다. 하지만 양태석의 음악은 죽음을 닮지 않았다. 오히려 리듬을 연구해 온 사람의 작품답게 약동하는 기운을 꾸준하게, 생명의 이력을 박자 안에 담아낸다. 원천이 된 악기들의 사연을 연상케 하는 한국적인 정체불명의 그 무엇을 굳이 재현하기보다 오히려 전자음악을 닮았는데, 하나의 길을 천착해 온 이 탐구자의 성취는 진지한 감상 대상으로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