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30. 20:56

올해도 웹진은 연말 결산을 마쳤고, 내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중 음반 공동 8위 음반인 아톰뮤직하트의 작품 『Bravo Victor』에 대해 짧게 적었습니다.

http://musicy.kr/?c=choice&s=1&cidx=4&gp=1&ob=idx&gbn=viewok&ix=6946

음반을 들으면 해럴드 사쿠이시(ハロルド作石)의 단행본 [BECK]을 다시 꺼내 읽는 기분이다. 주인공이 한참 일렉 기타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 있는 시기, 잠든 꿈 안에 이미 요절한 수많은 록 역사의 아이콘들을 천상에서 만나게 된다. 음반 자체가 마치 이 꿈같은 로망을 실현하는 과정의 사운드트랙 같은데 이는 수록곡들에 대한 레퍼런스를 굳이 숨기지 않고, 인용과 영향에 대해 솔직한 언급을 하는 밴드의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 록 역사의 만신전(萬神殿)은 물론, 동북아시아 안에서 수용과 자생을 통해 의미 있는 이름을 남겨온 한국 밴드의 목록을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제목 자체가 David Bowie의 이름을 뒤집은 「Weebow」를 시작으로  ‘사운드의 벽‘ 시대를 계승하며 The Beach Boys에 의한 영향력을 내비치는 「The bench」로 매듭 하는 음반의 구성은 여섯 곡이지만 꽉 차 있다. 모노톤즈의 폐업 이후 훈조의 이력이 이렇게 이어져 안도하게 되며, 음울한 가운데 안식을 갈구하던 줄리아드림의 박준형의 기타가 활기를 안게 되니 새로운 해답을 만났다.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는 이들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인데, 음반의 열기를 충실히 재현하며 멤버들의 유대와 성장으로 인한 에너지가 여실히 느껴졌다. 2번째 EP를 낸 지금과 앞으로의 활동까지도 밝게 보이는 전망.

Pink Floyd의 「The Great Gig In The Sky」(1973)를 주석같이 깔아놓는 「Lilac」, Smashing Pumpkins 식 곡 도입부 같은 분위기로 서두를 열고 피안(彼岸)을 바라는 매혹적인 회전으로 몰아치는 「Zucchini」 등은 음반의 핵심이다. 고전 록의 재현과 현재 시점의 자신들의 혈기를 오롯이 응집하는데 앞으로는 어떤 국면을 보일지 기대된다. 여전히 음원 사이트로의 유통을 거부하는 이들만의 채널이 가진 고집은 또 언제까지 유효할지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고민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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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30. 11:46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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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Don’t Think Too Much」 

드럼앤베이스의 굴림 속에 트랩의 질주감 위에 진보가 탑승한다. 휠을 쥔 진보의 여유로움이 그간 그의 단독 음반을 기대했던 이들의 기다림을 채워준다. 직관적인 즐거움을 내비치며, 그간 한국대중음악 내부 안에서 장르 플레이어로써 이런저런 호출을 받던 자신감을 반영한다. 좋은 귀환을 환영한다. ★★★☆


코스모스슈퍼스타 「Ruby」 

꿈같은, 하지만 차마 꿈이 아니길 원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간곡히 새기는 신스팝 기조의 전자음악이다. 음악인 본인은 만들 당시엔 여름에 어울릴 곡이라고 했다던가. 여름이니까 가능한 마음의 미열, 그리고 미열을 핑계로 내보일 수 있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세밀하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어딘가의 참여, 어딘가의 수록이 아닌 음반의 형태로 그의 음반을 온전하게 만나게 되어 반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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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23. 19:56

21세기 일본 메카닉 애니메이션 중 에반게리온 언급과 그 자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달링 인 더 프랑키스]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애초부터 태생이 가이낙스가 낳은 인력과 줄기가 연관된 트리거 작품이라 더욱 그렇다. 가이낙스처럼 세계의 질서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음모를 관장하는 묵직한 중년의 목소리들, 트리거처럼 우주 멀리서 온 문명 초월적 집단의 침공은 확실히 그 훈적을 숨기지 않는다. 여기에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제목처럼 '육체적 사랑'과 애정이라는 중심을 초반부터 중요시 여기는데, 이게 좀 지나쳐서 메카닉 콕핏 안에서의 포즈 등은 후배위 등을 연상케 하는 '불필요한 파격'을 감행하기도 하다. 작품 자체가 [신혼합체 고단나] 류의 또 다른 메카닉과 다른 기조의 '소년소녀 장르'라 이 파격은 에로스 본연의 경쾌함과는 다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요소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후반부는 지워지긴 하지만, 통제와 규율이라는 시스템 발전을 비판한다는 구태의연한 주제의식을 강조하기 위한 무리수로 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10대 섹스와 임신의 요소는 차라리 불온하기보다는 작품이 내내 강조하는 기조가 뭔지를 새삼 상기시킨다. 자율과 일탈, 그로 인한 돌발적인 인간 발전과 진화의 가능성을 긍정하는 이야긴 잘 알겠고 몇 대목은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도 결국엔 일본 대중매체 특산의 여성 다루기의 아슬아슬한 장벽 문제는 언제나 과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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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23. 09:59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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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둥 「칼」

피아노에 실려 나오는 도입부와 현악으로 이어지는 전개에 차분하고 평이한 인상을 주었다, 여기에 올해의 기대주가 들려주는 구성진 음색에 가사가 배합하니 손바닥에 깊숙이 눌러진 손톱자국 같은 감상을 새겼다. 슬슬 심상치 않더니 일렉 기타음의 의도적인 파열과 이펙트들이 파란을 일으킨다. 뮤직비디오 속 이 대목 역시 회심의 일격이다. 여러모로 기량과 기교가 동시에 느껴지며, 한 해가 흘러가는 과정 안에서 등장했고 마무리에 내년을 기약하게 하는 짙은 인상을 남긴다. ★★★☆


 
선우정아 「도망가자」 : Run With Me」

서사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른데 뮤직비디오가 마치 선우정아 본인의 트랙들을 맡았던 영화 [죄 많은 소녀](2018)를 왠지 연상케 하였다. (두 영상물에 출연한 서영화 배우의 존재도 여기에 한몫 보탠다) 재미없는 색상으로 앙상하고 마르게 버티고 서있는 아파트 단지의 풍경,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지 그저 불안하게 꺼져있는 거실 조명은 동시대 영상매체의 정서를 서로 교류한다. 여기에 한껏 깊고 짙게 보컬을 뱉는 선우정아의 발라드는 [열린 음악회]용 음악들의 호소와 색채의 질감과 달리 들리게 한다. 농도 깊은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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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22. 19:38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당연히 현재형이다. 이는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첫인상처럼 판이하게 다르다. 한반도에선 인터넷 개그를 통해 스타워즈의 펠퍼틴 황제 취급을 받았지만, 한참 비판받던 시절엔 - 하필 그가 독일 출신인 탓에 - ‘나치’로까지 불린 적도 있었던 베네딕토 16세는 쉬이 짐작하겠지만 보수 성향을 대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교회 개혁을 대변하는 프란치스코와는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셈이다. 다만 이것은 일견 보기에 따라 그렇다는 것뿐이며, 현재 시점에선 교회 개혁 이미지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몇몇 발언 역시도 단순히 그를 개혁이라는 대변하기엔 힘든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이렇듯 다루기 힘든 실제 인물의 스케치에 있어 감독은 과감히 극화의 형식을 끌어들인다. 다양한 각도로 평가가 가능한 인간적 품성에 대해 살며시 답을 얻으려는 시도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품격을 해치지 않는 조심스럽고 사려 깊음으로 접근한다. 나이가 제법 든 두 사람의 대화가 수없이 오가는 작품이라 행여 만연체 투성에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근심은 덜어도 된다. 실제 인물을 판박이처럼 재현한 두 배우의 외양은 물론이며, 두 인물의 품성까지 재현하기 위한 노력과 역량이 극 내내 빛을 발한다. 배우 연기하는 것 구경하는 맛만으로도 배부른 작품이다.

작품에 조금 더 비중이 할애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연기하는 배우 조너선 프라이스 쪽이긴 하다. 극 전개의 중앙에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에 초점을 둔 것은 남미는 물론 전 지구적 폭력과 만행이 오갔던 20세기 현대사에 대한 고해이기도 하다. 완벽한 인간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한 참회와 죄사함의 고난이 오갈 수밖에 없는 종교적 고민을 어렵지 않게(보기에 어렵지 않으나 깊은 고민을 대변하는 대목들) 보여준다. 21세기에 들어와 어린 성직자 성추행으로 얼룩진 현재 종교계의 반성을 대신 답해야 하는 몫은 베네딕토 16세를 맡은 배우 앤서니 홉킨스 쪽으로 넘어간다. 이는 군부 독재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수없는 죄인들의 일을 드러내고 밝혀야 하는 종교계가 반드시 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두 교황]은 어떻게 보면 전임자와 후임자가 각자의 사정에 의해 사표 수리를 기다리고, 은퇴를 말해야 하는 난처함을 설명하는 직업 인간 군상 드라마이기도 하다. 베네딕토 쪽은 자신이 차마 얻지 못한 대중적 인기에 대해 못내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프렌치스코 쪽은 딱딱하고 완강한 상대편이 못내 아쉬워 설득하려는 접근을 조심스럽게 한다.

더 이상 신의 목소리가 전과 다른 톤으로 들리는 교황이 끝내 은퇴를 결심하고, 이를 위해 높은 목소리를 내며 분노하는 대목들에서 앤서니 홉킨스는 실로 그 진가를 보여준다. 그래도 곡을 안정감 있게 쓰다듬고 편하게 우리를 안도시키며 데려가는 것은 조너선 프라이스의 힘이다. 이 뚜렷한 대비가 종교적 고민은 물론 배우 앙상블 영상물로써의 극을 관객으로부터 시선을 이끌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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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21. 17:17

유럽판 제명은 [르망 66]이라고 하는데, 그게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제목에서 포드와 페라리의 대립각을 내세우고 실제로도 마지막 경기는 그 경쟁 구도에 초점을 맞추긴 하지만, 오히려 그걸 희석시키는 장치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포드라는 거대 회사 내에서 자신들만의 혁신을 일궈낸 두 남자에 시선을 맞춘 덕이다. 이 여정을 가기 위한 과정에서 몇몇 대목은 실제로 국뽕으로까지 보이기도 하다. 미국적 대량 시스템과 미국적 분투와 자부심! 그래도 말미엔 제임스 맨골드의 전작 [로건]에 유사한 여운을 안겨주기는 하다. 여기에 엔딩 크레디트에 크리스천 베일의 이름 외에 왜 맷 데이먼의 이름이 배치되는지에 대한 어떤 설득도 보여주는 듯... 무엇보다 기술적 성취와 완성도에 공을 들인 대중적인 준작이다. 어떻게 보면 보다 더 목소리가 커지고 비중이 늘어날 여성의 시대에 마지막 미덕과 침착함을 보여줄, 그렇게 서서히 사라질 남성 영화의 전범 같아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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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13. 20:47

추리물을 잘 못 본다. 이유가 2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머리가 나빠서이고 둘째는 해결과 정답이 알려지는 과정에서의 길이와 인내 면에서 내가 아주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KBS판이었던가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더빙 방영분은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특히나 공동 살인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나이브스 아웃]은 나의 근심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밌는 작품이었고 비교적 이해도 쉬었다. 물론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기억 덕인지 공동 살인이 아닐까 자기 혼자 착각했고, 피해자인 척하는 인물의 트릭이나 자작극 아닐까 하는 나 혼자만의 추리는 보기 좋게 틀렸다 ㅎㅎ 좋은 배우들이 몰린 캐스팅도 좋았지만, 트럼프 시대에 대해 또 거론하게 만드는 현 미국의 고민을 담은 서사도 좋았다. 백인 쓰레기로 출연한 크리스 에반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캐스팅이었다...

+ 감독의 전작 [라스트 제다이] 아무튼 좋은 영화라니까. 이 한남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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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13. 20:18

[보좌관]이 한국에서 '전문가가 등장하지만 전문가가 연애하는 드라마'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고민한 결과는 이지적인 인물의 고안이었다. 기시감을 자극하는 등장인물 - 경찰 출신의 이정재,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에 입성한 깁갑수/청와대에 입성하려는 김갑수 - 출연진 라인업을 비롯 단순한 정치혐오를 자극하기 위한 연출과 인물 설정에 대한 고민들이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그래도 정치혐오의 탈을 벗었다고 보기엔 현실정치의 풍경을 어쩔 수 없이 연상시키는 장관 vs 일관된 의지의 불도저 검찰 인사의 구도는 결국엔 피로를 만드는 설정이었고, 완전히 연애 이야기의 함정을 벗었다기엔 그것도 애매한 구석이 분명 있다. 그래도 매번 반 정도의 성과를 얻는 시즌제의 도입, 시즌에 따른 주제의식을 드러 대는 인물들의 등퇴장 역시 고민의 소산으로 보인다. 그래도... 투입된 2 시즌 인물들을 잘 활용하진 못한 듯.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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