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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올해도 웹진은 연말 결산을 마쳤고, 내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중 음반 공동 8위 음반인 아톰뮤직하트의 작품 『Bravo Victor』에 대해 짧게 적었습니다. http://musicy.kr/?c=choice&s=1&cidx=4&gp=1&ob=idx&gbn=viewok&ix=6946 음반을 들으면 해럴드 사쿠이시(ハロルド作石)의 단행본 [BECK]을 다시 꺼내 읽는 기분이다. 주인공이 한참 일렉 기타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 있는 시기, 잠든 꿈 안에 이미 요절한 수많은 록 역사의 아이콘들을 천상에서 만나게 된다. 음반 자체가 마치 이 꿈같은 로망을 실현하는 과정의 사운드트랙 같은데 이는 수록곡들에 대한 레퍼런스를 굳이 숨기지 않고, 인용과 영향에 대해 솔직한 언급을 하는 밴드의 태도와도 연관이..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44 ) == == ===== == = 진보 「Don’t Think Too Much」 드럼앤베이스의 굴림 속에 트랩의 질주감 위에 진보가 탑승한다. 휠을 쥔 진보의 여유로움이 그간 그의 단독 음반을 기대했던 이들의 기다림을 채워준다. 직관적인 즐거움을 내비치며, 그간 한국대중음악 내부 안에서 장르 플레이어로써 이런저런 호출을 받던 자신감을 반영한다. 좋은 귀환을 환영한다. ★★★☆ 코스모스슈퍼스타 「Ruby」 꿈같은, 하지만 차마 꿈이 아니길 원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간곡히 새기는 신스팝 기조의 전자음악이다. 음악인 본인은 만들 당시엔..
21세기 일본 메카닉 애니메이션 중 에반게리온 언급과 그 자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달링 인 더 프랑키스]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애초부터 태생이 가이낙스가 낳은 인력과 줄기가 연관된 트리거 작품이라 더욱 그렇다. 가이낙스처럼 세계의 질서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음모를 관장하는 묵직한 중년의 목소리들, 트리거처럼 우주 멀리서 온 문명 초월적 집단의 침공은 확실히 그 훈적을 숨기지 않는다. 여기에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제목처럼 '육체적 사랑'과 애정이라는 중심을 초반부터 중요시 여기는데, 이게 좀 지나쳐서 메카닉 콕핏 안에서의 포즈 등은 후배위 등을 연상케 하는 '불필요한 파격'을 감행하기도 하다. 작품 자체가 [신혼합체 고단나] 류의 또 다른 메카닉과 다른 기조의 '소년소녀 장르'..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16 ) == ==== = ===== 버둥 「칼」 피아노에 실려 나오는 도입부와 현악으로 이어지는 전개에 차분하고 평이한 인상을 주었다, 여기에 올해의 기대주가 들려주는 구성진 음색에 가사가 배합하니 손바닥에 깊숙이 눌러진 손톱자국 같은 감상을 새겼다. 슬슬 심상치 않더니 일렉 기타음의 의도적인 파열과 이펙트들이 파란을 일으킨다. 뮤직비디오 속 이 대목 역시 회심의 일격이다. 여러모로 기량과 기교가 동시에 느껴지며, 한 해가 흘러가는 과정 안에서 등장했고 마무리에 내년을 기약하게 하는 짙은 인상을 남긴다. ★★★☆ 선우정아 「도망가자..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당연히 현재형이다. 이는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첫인상처럼 판이하게 다르다. 한반도에선 인터넷 개그를 통해 스타워즈의 펠퍼틴 황제 취급을 받았지만, 한참 비판받던 시절엔 - 하필 그가 독일 출신인 탓에 - ‘나치’로까지 불린 적도 있었던 베네딕토 16세는 쉬이 짐작하겠지만 보수 성향을 대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교회 개혁을 대변하는 프란치스코와는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셈이다. 다만 이것은 일견 보기에 따라 그렇다는 것뿐이며, 현재 시점에선 교회 개혁 이미지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몇몇 발언 역시도 단순히 그를 개혁이라는 대변하기엔 힘든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이렇듯 다루기 힘든 실제 인물의 스케치에 있어 감독은 과감히 극화의 형식을 끌어들인..
유럽판 제명은 [르망 66]이라고 하는데, 그게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제목에서 포드와 페라리의 대립각을 내세우고 실제로도 마지막 경기는 그 경쟁 구도에 초점을 맞추긴 하지만, 오히려 그걸 희석시키는 장치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포드라는 거대 회사 내에서 자신들만의 혁신을 일궈낸 두 남자에 시선을 맞춘 덕이다. 이 여정을 가기 위한 과정에서 몇몇 대목은 실제로 국뽕으로까지 보이기도 하다. 미국적 대량 시스템과 미국적 분투와 자부심! 그래도 말미엔 제임스 맨골드의 전작 [로건]에 유사한 여운을 안겨주기는 하다. 여기에 엔딩 크레디트에 크리스천 베일의 이름 외에 왜 맷 데이먼의 이름이 배치되는지에 대한 어떤 설득도 보여주는 듯... 무엇보다 기술적 성취와 완성도에 공을 들인 대중적인 준작이다. 어떻게 보면 ..
추리물을 잘 못 본다. 이유가 2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머리가 나빠서이고 둘째는 해결과 정답이 알려지는 과정에서의 길이와 인내 면에서 내가 아주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KBS판이었던가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더빙 방영분은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특히나 공동 살인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나이브스 아웃]은 나의 근심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밌는 작품이었고 비교적 이해도 쉬었다. 물론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기억 덕인지 공동 살인이 아닐까 자기 혼자 착각했고, 피해자인 척하는 인물의 트릭이나 자작극 아닐까 하는 나 혼자만의 추리는 보기 좋게 틀렸다 ㅎㅎ 좋은 배우들이 몰린 캐스팅도 좋았지만, 트럼프 시대에 대해 또 거론하게 만드는 현 미국의 고민을 담은 서사도 좋았다. 백인 쓰레기로 출연한..
[보좌관]이 한국에서 '전문가가 등장하지만 전문가가 연애하는 드라마'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고민한 결과는 이지적인 인물의 고안이었다. 기시감을 자극하는 등장인물 - 경찰 출신의 이정재,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에 입성한 깁갑수/청와대에 입성하려는 김갑수 - 출연진 라인업을 비롯 단순한 정치혐오를 자극하기 위한 연출과 인물 설정에 대한 고민들이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그래도 정치혐오의 탈을 벗었다고 보기엔 현실정치의 풍경을 어쩔 수 없이 연상시키는 장관 vs 일관된 의지의 불도저 검찰 인사의 구도는 결국엔 피로를 만드는 설정이었고, 완전히 연애 이야기의 함정을 벗었다기엔 그것도 애매한 구석이 분명 있다. 그래도 매번 반 정도의 성과를 얻는 시즌제의 도입, 시즌에 따른 주제의식을 드러 대는 인물들의 등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