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0/01 (21)
Rexism : 렉시즘
실상 드라마판은 시즌 1에서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출판본에서 거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 그럼 여운을 남기고 매듭한 시즌 1 이후, 새로운 시즌 2에서 더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제작진은 원작의 어떤 요소를 성장시킨 창의성이 담긴 캐릭터 보니를 추가한다. 그리고 그게 잘 먹힌다. '사람을 죽였다'라는 결코 쉽게 지울 수 없는 경험과 진한 상처를 굳이 훼손시키지 않고, 이를 더욱 키우며 시즌 2의 동력으로 회전시킨다. 죄의식, 반성, 죗값, 책임 모든 것을 덧씌우며 궁극적으론 성장과 통과란 잔혹함을 상기시킨다. 살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선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들이 있고 삶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임을 실감케 한다. 아하. 설마 시즌 3을 위한 무리수를 발휘하진 않겠지. 이제 잘 가. 근..
스매시 브라더스, 일명 대난투 시리즈는 닌텐도 진영에서 보기 드문 일견 격투 타이틀이었다. 그 희귀성은 다른 의미로는 제법 독자적인 형태의 격투 게임을 만든 이유가 되었다. 격투 타이틀에 익숙한 방식에 고착화된 아시아 유저, 특히 한국 유저에겐 대난투가 친숙하지 않다. 미주 지역에서의 높은 호응을 생각하자면 굉장히 특정적인 시리즈라 하겠는데, 그럼에도 크로스 배틀로서의 폭넓은 캐릭터 인선을 보자면 어쨌거나 매혹적인 타이틀이다. 갈수록 DLC와 추가 요소를 통해 [아랑전설], [페르소나4] 같은 메이저를 비롯 [컵헤드], [언더테일] 같은 대표 인디게임 속 캐릭터들을 흡수 중이다. 무서운 폭식성이다. 그래서 나같이 풍림화산의 류를 대난투의 세계 속에서 소닉, 동물의 숲, 젤다와 링크들을 만나는 행복한 경험..
훗날 장차 [베이비 드라이버]를 만든 감독 에드가 라이트가 워킹 타이틀 속 친구들(특히 사이먼 페그)과 만든 작품 중 하나이다. 매번 입소문만 듣다 넷플릭스 목록 중 이참에 안 보면 볼 기회가 없어질 것 같다는 불길함 덕에 보게 되었다. 포복절도니 하는 전염성은 상영관 환경으로 보는 작품이 아니니 생각보단 덜했지만 나름 즐겁게 봤다. 아주 작정하고 만든 유혈 낭자함은 악동들 작품답게 굉장히 도드라졌는데, 여기에 전통과 노인들의 세상이 만든 반듯함을 작정하고 박살 내는 세계관의 귀결과 맞물려 웃음을 만든다. (그 노인 중 하나가 한때 007이었던 티모시 달튼이라는 것도 은근히 웃겼다) 마틴 프리먼, 빌 나이 등 영국 작품 다운 익숙한 카메오야 그렇다 치더라도 케이트 블란쳇의 카메오, 현재와는 비교도 안되는..
씨네필들이 기억할 전설의 '불쾌한 목록' 중 하나는 아벨 페라라의 [악질 경찰](그나마 이것도 국내에 처음 소개될 당시의 제명이고, 현재는 다르게 불리는 것으로 안다)이 아닐까 싶다. '악질경찰'이라는 제목 아무튼 참 절묘하지 않은가. 사법과 행정 말단에서 시민사회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투혼 하는 특정 직업군. 직업군 명칭 앞에 달린 '악질'이라는 수식은 그야말로 그 자체로 사회의 타락, 개인의 나락을 보여준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한 베르너 헤어조크의 작품 [악질경찰]도 이런 사정이 마찬가지 아닐까... 네 그런 제목을 '또' 달고 [아저씨], [우는 남자]의 감독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구원없는 세상 안에서 위태로운 여성이 있고, 그 옆에 자리한 때 묻은 남자의 가련한 투혼도 살아있다...
동부 유럽의 또는 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던 원작의 기세를 게임판에 이어 넷플릭스 판에서도 이어가고자 했다. CG와 사운드로 대형 전투를 재현하려는 장식은 실패했지만, 여체 전시와 도륙당한 시체들의 전시는 식 영광을 넷플릭스에서도 가능하다는 야심을 표현한 듯하다. 그런데 게임판 안에서도 좀 공부가 필요한 서사와 설정을 드라마 안에서 충실히 시청자들에게 주입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인물별 입장과 시점, 서사의 순서들에 대한 운용의 묘를 발휘한 연출은 여전히 난이도가 있다. [위쳐] 시즌 1의 수훈은 예상외로 호연한 헨리 카빌인 듯. 이어질 시즌 2에선 분명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낼 각 진영과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이야길 풍성히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큰 기대를 가지게 하진 않는다.
영세한 영업실적으로 인해 무너진 동물원이 있고, 여기에 의기투합해 이상한 영업방식을 통해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이 있다. 자 동물원을 다시 회생하는데 필요할 수 있는 최소인원은 어느 정도일까? 마케팅이나 현장 감시 및 진행의 업무를 겸한다 치더라도 수의사, 시설 관리, 수익관리 등 할 일을 생각하자면 4,5인으론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그래도 영화적인 장치로 작품은 관객들에게 '그냥 대충 알아서 속아주십시오.'라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달콤, 살벌한 연인]을 필두로 정말 취향이었던 비정합이 형성되었던 작품 [이층의 악당]으로 독자적인 성과를 보여준 손재곤의 간만의 신작이다. 그의 전작들을 알기에 이런 영화적 장치의 속임수를 용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이상한..
한국대중음악상 2020 후보 발표 되었네요. 2월에 시상식 있습니다. 후보의 명단은 다음과 같아요 : http://koreanmusicawards.com/2020/ == ==== == ===== = 저는 최우수 록 음반 부문의 후보작 하나에 대한 추천의 변을 적었습니다. 잠비나이 - [온다(ONDA)] 거문고, 해금, 기타로 구성되었던 기존 3명에서 베이스와 드럼이 가세해 리듬 포지션이 보강되었다는 짧은 설명만으로는 음반을 소개하기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거친 파열음의 일렉트릭 연주와 이들만의 역동을 연출하는 민속악기, 그 위에 보태진 연주는 단순한 점층을 벗어나 더욱더 확장한 드라마틱한 광경을 만들었다. 상반된 두 개의 형식과 장르가 배합한 크로스오버로도, 해외에서 얻은 높은 반향을 통해 자긍심 있는..
SRPG는 고전의 시대를 이어 명맥을 어떻게 이어가고는 있는 장르다. 그럼에도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닌텐도라는 풍경 속에서 그 생태계를 이어가고 있다. [파이어 엠블렘 Echoes 또 하나의 영웅왕]으로 처음 접한 시리즈 첫 작품은 현재 시점 막바지의 벽에 걸려 중지 중이지만, 풍화설월은 고맙게도 엔딩을 허락했다. 처럼 젊은 세대들이 선대와 부계가 남긴 업보에 얽혀 서로를 반목하고, 칼을 들이댄다. 이 운명의 흐름에 주인공도 얄궂게 엉키고, 다행스럽게도 동료도 만나고 인연을 쌓고 연애도 한다. 여기에 경쾌하고 뻔뻔하게도 J-장르다운 연애 시뮬레이션 방식과 캐릭터 육성물의 역사성이 스며든다. 아주 자연스럽고 하기엔 어렵지만, 그래도 잘 연계하려 고민한 제작 기획의 방향이 보인다. 3DS 시절을 건너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