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0. 1. 23. 17:53

영세한 영업실적으로 인해 무너진 동물원이 있고, 여기에 의기투합해 이상한 영업방식을 통해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이 있다. 자 동물원을 다시 회생하는데 필요할 수 있는 최소인원은 어느 정도일까? 마케팅이나 현장 감시 및 진행의 업무를 겸한다 치더라도 수의사, 시설 관리, 수익관리 등 할 일을 생각하자면 4,5인으론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그래도 영화적인 장치로 작품은 관객들에게 '그냥 대충 알아서 속아주십시오.'라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달콤, 살벌한 연인]을 필두로 정말 취향이었던 비정합이 형성되었던 작품 [이층의 악당]으로 독자적인 성과를 보여준 손재곤의 간만의 신작이다. 그의 전작들을 알기에 이런 영화적 장치의 속임수를 용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이상한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 정체불명의 개인들, 되게 분위기를 망치는 불편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전시하던 전작의 맛을 [해치지않아]에선 웬만해서 살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착하고 말쑥한 타협의 작품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기 바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수년간 동물원이라는 테마가 주는 공간에 대한 고민은 어쨌거나 가치가 있고, 여러 의견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현명한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이 작품 안에서 여러 인간 군상들이 알려주는 착한 기운과 진심도 온도가 느껴진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마치 [엑시트] 세계관 어디에선가 존재하는 또다른 경기도 사람들과 유사한 스케치와 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전여빈 배우 캐릭터 쪽 연애 풀이는 요즘 작품이 아니라 90년대 톤이 나던걸...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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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22. 12:44

한국대중음악상 2020 후보 발표 되었네요. 2월에 시상식 있습니다. 후보의 명단은 다음과 같아요 : http://koreanmusicawards.com/2020/  

== ==== == ===== =

저는 최우수 록 음반 부문의 후보작 하나에 대한 추천의 변을 적었습니다.

잠비나이 - [온다(ONDA)]

거문고, 해금, 기타로 구성되었던 기존 3명에서 베이스와 드럼이 가세해 리듬 포지션이 보강되었다는 짧은 설명만으로는 음반을 소개하기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거친 파열음의 일렉트릭 연주와 이들만의 역동을 연출하는 민속악기, 그 위에 보태진 연주는 단순한 점층을 벗어나 더욱더 확장한 드라마틱한 광경을 만들었다. 상반된 두 개의 형식과 장르가 배합한 크로스오버로도, 해외에서 얻은 높은 반향을 통해 자긍심 있는 아이콘이라고 짧게 설명하기에도 지면은 부족하다. 음반 수록곡 중 마지막 곡의 가사 ‘모든 상처가 영원히 지워지기를’에 걸맞게 구원과 위로가 서린 힘 있고 폭넓은 음악의 내용물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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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21. 14:49

SRPG는 고전의 시대를 이어 명맥을 어떻게 이어가고는 있는 장르다. 그럼에도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닌텐도라는 풍경 속에서 그 생태계를 이어가고 있다. [파이어 엠블렘 Echoes 또 하나의 영웅왕]으로 처음 접한 시리즈 첫 작품은 현재 시점 막바지의 벽에 걸려 중지 중이지만, 풍화설월은 고맙게도 엔딩을 허락했다.



<왕좌의 게임>처럼 젊은 세대들이 선대와 부계가 남긴 업보에 얽혀 서로를 반목하고, 칼을 들이댄다. 이 운명의 흐름에 주인공도 얄궂게 엉키고, 다행스럽게도 동료도 만나고 인연을 쌓고 연애도 한다. 여기에 경쾌하고 뻔뻔하게도 J-장르다운 연애 시뮬레이션 방식과 캐릭터 육성물의 역사성이 스며든다. 아주 자연스럽고 하기엔 어렵지만, 그래도 잘 연계하려 고민한 제작 기획의 방향이 보인다. 


3DS 시절을 건너뛰고 스위치의 시대에 접어든 파이어 엠블렘은 향상된 애니메이션으로 이 연출 의도를 잘 살렸고, 무엇보다 얄밉게도 요즘 게임 답게 1회 차에 이야기의 숨은 전모를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다회차를 유도하는 쪽이고, 향후 DLC 등을 통해 캐릭터 드라마를 더 즐기라는 쪽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게임이다. 물론 말려들기 싫다면 거부해도 아무 상관없고, 오히려 게임을 즐긴 쪽이 2차 창작 욕구를 발산하기 쉬운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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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20. 11:32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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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 「December」

재생 직후 반가운 질감들이 몰려온다. 이 나라에서 테크노란 이름으로 전자음악이 클럽 씬에 토착의 과정을 겪고, Chemical Brothers가 영국 음악 씬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로 드러나기 직전과 The Prodigy가 『Experience』(1992) 발매할 당시의 그 질주감이다. 브레이크 비트가 빅 비트로 변이할 때의 그 역사상 순간의 재현. 디제이 오니는 물론 음악인 연합 아키텍츠가 최근의 활동으로 도드라지게 들려주는 회고와 현재 풍경 사이의 구현 등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게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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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18. 16:45

시대가 금기한 제도적 장치에 묶여 사랑과 열정이 예고되었으나 닫힐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라는 예정된 진행 외에 작품이 이야기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을까 궁금해질 때, 작품은 대답을 한다. 그것도 풍성한 주제의 제안과 암전이 내려앉은 객석에서도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침묵의 시간을. 예정된 운명의 차원을 넘어선 누군가를 사랑하고 마음을 새긴 후의 항구적인 감정의 영속성. 이 불멸의 문제에서 예술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응시와 창작자와 뮤즈 사이의 권력의 문제, 주체와 객체, 그리고 넓게 보자면 서구 미술사의 한 순간. 무엇보다 여성은 창작사로서의 권능과 입지를 언제쯤 차지할 수 있게 되는가? 그것을 인정하고 허락하는 권력 자체의 온당함을 묻는다.

쌓인 질문과 여운에 깊게 홈을 파게 하는 비발디 협주곡 2번 사단조, 작품번호 8번, RV. 315 "여름" - iii. 프레스토가 영상과 색채와 더불어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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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14. 14:50

귀두 컷과 투 블록 헤어. 역사가 기록한 헨리 5세의 실제 초상을 티모시 살리에의 캐릭터 안에 재현하였다. 티모시 살리에가 그간 작품들을 통해 구현한 캐릭터성을 그 위에 충실히 덮어씌운다. 한 번도 지배와 집권을 꿈꾸지 않으며 자신만의 거처에서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를 맺어온 개인주의자. 외형과 캐릭터가 바로 상상되지 않을까. 역사가 기록하듯 그는 불가피든 필요에 의해서든 왕의 자리에 올라갔고, 프랑스와의 전쟁을 치른다. 요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작품은 이 전쟁의 참상을 극적이고 신화적 방향이 아닌 '표현 그대로의' 진흙탕 개싸움'으로 연출한다. 프랑스 왕세자 역할을 맡은 오만한 표정의 로베트 패틴슨은 비 온 다음날 전장이 오간 진창 위에 폼 잡다가 엉덩방아를 찍으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훗날 역사가 기록하길 영국은 다음 세대에 프랑스에 참패를 당하지만 아무튼 당시는 영광스럽고, 학살을 통한 잔혹한 승리의 기록이다. 감독은 고뇌와 명예가 서린 승리 대신 나른한 평온함을 바란 한 개인의 변화를 다루는 한편, 그가 역사의 무대에 오르며 승자가 되는 과정에서의 불가결한 정치적 음모와 꼬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그려낸다. 기억할 수 있는 장면과 그를 묵묵히 잘 받쳐주는 음악이 있다. 넷플릭스산 준작.

+ 중요한 배역을 맡은 조엘 에저튼은 이 작품에서 공동 시나리오 집필을 담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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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13. 14:06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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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신과 「허송세월말어라」

씽씽의 행보는 마무리 되었으나 한번 보면 결코 잊기 힘든 무대 매너와 노출을 꺼리지 않는 끼를 덮을 순 없었던 모양. 오방신과에서의 이희문의 목소리와 흥은 이렇듯 아주 건강하게 살아있다. 시작은 아마도 공중파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2019)에서의 무대가 계기가 아니었을까. 조선아이돌 놈놈, 노선택과소울소스의 노선택 등 음악동료들과 얼기설기 맺은 인연과 각 영역 꾼으로서의 연대는 일련의 공연에 이어 하나의 음반으로 결실을 보았다. 「허송세월말어라」는 경기민요 「사발가」를 원전으로 하고 있지만, 민족의 비극적 근대사 대신 ‘이내 가슴 타는데 연기도 김도 안 나네’라는 구성진 회한의 가사를 품으며 보다 개인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민요록에 탄력을 새기는 역할은 훵키한 양악기들의 연주다. 뽕을 표방하지만 국적 불명의 지표가 아닌, 누가 들어도 명료한 민속음악에 기반한 위치와 친근함이라는 미덕을 앞세운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에 해당할 각 사신의 포지션과 더불어 중앙에 자신의 자리를 놓은 이희문의 재기와 자신감은 이렇듯 여전하다. ★★★☆


 
투데이올드스니커즈 「재규어」 

전작에 이어 밴드의 정체성을 확연하게 낙인찍는 것은 나무13의 음반 커버 아트워크다. 망가와 재패니메이션이라 일컬어지는 외적인 기표를 가져온 것처럼 밴드 역시 현 당대가 아닌 ‘좀 지난 것들’을 표방하는 사운드, 기복과 거친 표면을 실감하게 하는 질감으로 표현한다. 아시다시피 그게 ‘요즘 밴드’들 다운 확연한 인상을 준다. 유약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선이 분명한 심도언의 보컬을 필두로 멤버들의 소박한 백보컬 라인, 가벼운 열패감과 관조가 동시에 느껴지는 색 있는 가사 등도 젊은 밴드의 인상을 준다. 이스턴사이드킥이 씬에 남겼던 흔적조차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 태도도 인상적인데, 리프와 음반 안의 라이브러리로 품은 아이디어들은 전작에 이은 가능성과 더불어 재산이라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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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10. 18:26

내가 말했지. 2018년 최고의 웹툰은 심우도의 [우두커니]이고, 2019년 최고의 출판만화는 심우도의 [우두커니]라고. 듀오 작가 심우도의 작품 [카페 보문을 부탁해요]를 좋은 기회가 되어 출판본으로 볼 수 있었다. 흐린 기억 속에 레진 코믹스를 통해 연재가 시작된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결말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심우도 작가 특유의 문체인 차분한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그림체 역시 반갑다. 

[우두커니]가 실제 있었던 가족사를 기반으로 한 극화라면, [카페 보문...]는 몇가지 설정을 제외하고는 온전한 창작물일 것이다. 극 자체가 간혹 가볍게 꿈을 이용한 환상적 장치들이 있고, 연애라는 주제를 가지고 온 편안함이 있다. 그럼 [우두커니]가 가진 필연적 비극의 구조가 없느냐? 그건 아니고, 생과 사 노화와 퇴장이라는 사건들이 이 이야기에서도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카페 보문...]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여성들이 연대를 하고 서로 간의 삶에 차분하게 개입하고 이어가는 뭉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할만하다. 

카페 보문을 부탁해요 1~2 세트
국내도서
저자 : 심우도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8.06.29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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