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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등장인물 각자가 각기 자신의 영역에서 무엇을 했고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가 다큐가 진행될수록 무의미해진다. 왜냐면 서로가 서로에게 최악의 존재들이고, 서로를 겨누고 사태는 이들이 얽혔다는 이유로 최악으로 치닫고, 이 재난의 근원은 각자의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다. 헤테로지만 금전적 보상과 제공되는 약물 덕에 다처제 형태로 게이 섹슈얼인 척하는 남자들, 맹수에게 물려 팔을 절단하지만 고용주에게 신뢰를 버리지 않는 사람, 최저 임금 또는 무임금 조건으로 근로하면서 월마트에서 쏟아내는 폐기 직전의 햄과 고기를 지급받으며 연명하는 사람들, 구타를 가하는 남자들, 구타를 감수하는 배우자와 연인들, 동물원 환경 개선과 동물 처우를 말하면서 국회 출두할 때마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무늬를 매번 착용하는 소셜 인기인, ..
타란티노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다. "여러분들은 제가 심야상영 용도의 B급 홍콩영화, 소니 치바가 출연하는 재팬 무비가 저를 키운 양식인 줄 아시죠. 그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저를 키운 것은 명백히 할리우드의 역사와 그 전통과 역사에 예우입니다,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역량과 필름 메이커로서의 자존은 더욱 중요합니다, 나는 그걸 할 수 있고, 이번 작품에서는 그걸 여실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밌고 여전히 잘 만든 타란티노 무비고, 여전히 이 사람에겐 넉넉한 상영시간을 줄수록 의모에 맞는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샤론 테이트에 대한 분량은 온기도 느껴진다, 하지만 타란티노에게 여전히 폭력과 응징은 과잉된 딸딸이다. 여기엔 선의 한계가 없다. 그걸 의식하면 도덕율의 문제가 개입하니까 ..
넷플릭스 덕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브리 작품 봐서 좋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반전 메시지와 비행체에 대한 애정이 문득 묻어 있는 장면과 연출이 출중하다 비행의 활공과 비상 등이 보여주는 성실함과 설렘은 시대가 지나도 여전히 유효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여성 공동 노동에 대한 예찬은 [원령공주]에도 충실히 이어질 텐데 새삼 놀랍고 좋았다. 이러던 입장이 [바람이 분다]에 들어서 왜 그렇게 확연히 퇴보했는지 알 도리는 없다. 그저 사람의 역량은 최선과 최적의 시기가 있을 테고, 그것 또한 그 너비와 크기엔 한계점이 있는 듯하다. 그저 그리 짐작할 뿐이다.
[차이나타운]의 감독이래. 그래서 포스터만 보고 상상했던 가볍고 코믹한 기운의 경쾌한 극이 아니라 나름의 시리어스함이 있다. 게다가 감독 본인이 인천이라는 도시를 특수하고 의미 있게 바라보는 듯하다. 작가의 전작에 이어 여전히 지배 시스템 바깥의 소위 '불량한 아이'들을 대하는 특별한 시선이 있는데, 전작이 그들을 일종의 괴물 히어로 비슷하게 보던 시선이 공동체의 협력자이자 재선 되어 가는 개체들로 보고 있는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좋고 심지어 엔딩 크레디트 쿠키엔 아예 [차이나타운] 출연 배우의 잔영까지 소환해 일종의 감독식의 유니버스를 형성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드러내는데 아무튼 귀엽다고 치자. 그런데 문제는 포스터만 보고 예상한 공효진-염정아-전혜진이 형성하는 트리오 활극의 분위기는 실현되지 않거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