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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후에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만들었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가 훌륭한 감독이 아닌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듯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필두로 TV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 그리고 최근의 [1917]까지 할리우드는 현대전의 걸작들을 낳아왔다. 개별 작품들 역시 하나둘의 결점을 가지고 있으니 그 길은 굉장히 다난한 여정인 셈인데, [퓨리]는 오죽하겠나. 음악은 다소 장르적이거나 좀 관습적으로 들리고, 철학적이고 사색적 고민은 애초부터 들어가기가 힘들다. 브래드 피트가 프로듀싱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면 알겠지만 그의 캐릭터가 아무래도 나치 사냥꾼의 전력을 다시금 연상케 하는 부분도 느껴졌다. 그래도 데이비드 에이어는 단순한 탱크전의 고정된 인상을 지우기 위한 ..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삶을 지탱하는 의지 대신 허무가 차지하게 되고, 간헐적인 죽음충동을 향해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액션 장르 안에서 들어오면 그게 굳이 크리스 헴스워스가 아니라도 상관이 없고, 설사 덴젤 워싱턴이 되거나 제라드 버틀러가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즉 캐스팅이 실상 중요하지 않다. 이런 요소가 나르시시즘과 만나면 그게 [아저씨]의 원빈 사촌 같은 사람이 민들어지는 거니까. 뭐가 그리 중요하겠나. 그래도 스턴트맨 출신 감독이 만든 야심 있는 12분 롱테이크(기법) 장면이 경천동지 할 구경거리를 만들고, 투자자를 흡족하게 하고 시청자에게 만족을 준다. 그럼 넷플릭스로선 만사 오케이 아니겠어요. 그런 작품이 만들어졌다. 작품이 배경을 삼은 정세와 등장인물의 처지는 안타깝게도 장식이다..
사람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엎드리거나 누워서 별 것을 다 보는 법이다. 이런 일상생활이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좋아할 순 없었다. 넷플릭스에서 나름 목록 챙겨서 제공되는 모양인데 본다는 마음은 안 먹게 되더라. 이문세 4집은 내 추억의 거리가 아니라 그냥 성장과정의 음악이었고, 언제나 그렇게 기록했고 토로한 목록이었다. 추억이라는 낭만의 포장을 굳이 씌우진 않게 되는 목록이었다. 간지럽게 분장한 유명한 연예인의 화사한 포장 같은 것은 애초부터 필요가 없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었고, 가뜩이나 로이 엔터테인먼트 관련한 불쾌한 이슈와 엮인 곳이니 소비 대상이 아니라 보이콧 대상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애청자가 된 것은 민망한 일이었고, 민망함에 비례해 솔직히 ..
안과에서 점안액을 안구에 투입하고 보통은 3~40분간은 발은 곳에서의 과도한 빛샘 현상을 느끼고, 이후 가볍고도 맑은 모호한 시야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인상주의 작가들이 본 세상과 닮았을까 잠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할 순 없었다. 빛 자체가 가진 파장과 희열을 묘사하려 천착한 움직임을 필두로 이후 인상주의는 보다 명료하고 굵은 선을 가진 사조, 보다 표현주의에 천착한 사조 등으로 다양하게 갈라졌고 아시다시피 종내에는 현대미술의 움직임을 열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시리즈는 이렇게 발매가 역사 순을 따르지 못한 채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최종 언급한 이후 다시금 차례를 역으로 돌아 인상주의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흔히들 모더니즘이라 일컫는 시대 직전의 징조를 만든 다채로운 움직임..